[동물 이야기] 물방개
몸에 공기 방울 저장해 몇 시간까지 잠수… 물속 사체 처리하는 '청소부'
입력 : 2023.04.12 03:30 조선일보
물방개
▲ 물방개는 크고 넓적한 뒷다리를 노처럼 휘저어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쳐요. /위키피디아
경북 상주를 흐르는 하천인 북천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서곤충(물속에서 사는 곤충) 물방개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얼마 전에 전해졌어요. 물방개는 과거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기에 반가운 소식이었죠. 물방개는 몸길이는 최장 5㎝까지 자라고, 연못이나 저수지·물웅덩이·하천 등에서 발견돼요. 둥글둥글하고 탄탄한 등딱지 때문에 얼핏 풍뎅이가 연상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풍뎅이·사슴벌레가 속해있는 딱정벌레 무리랍니다. 공중을 붕 날아다니는 다른 딱정벌레 무리들과 달리 물속 생활에 훌륭하게 적응했어요.
물방개가 물속을 능숙하게 다닐 수 있는 건 뒷다리 한 쌍의 역할이 큽니다. 뒷다리는 앞다리나 가운뎃다리보다 훨씬 크고 넓적해서 노처럼 물을 휘저어 빠르게 헤엄칠 수 있게 해주거든요. 뒷다리에는 털도 빽빽하게 돋아있는데 헤엄을 치면서 신속하게 방향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준대요.
그런데 물방개는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달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을까요? 비밀은 '공기 방울'에 있답니다. 물방개는 잠수 전에 물 표면에 배 끝을 내밀고 공기를 빨아들여서 공기 방울을 만들어 몸 안에 저장해요. 물속에 있는 동안 이 저장한 공기 방울로 숨을 쉬죠. 물속에서 최소 30분, 길게는 몇 시간까지도 버틴대요.
물방개를 비롯해 우리나라 수서곤충 중 상당수는 물속에서 물고기나 올챙이 등을 잡아먹는 사냥꾼입니다. 그런데 물방개는 다른 수서곤충과 먹이를 먹는 방법이 다르답니다. 물장군이나 장구애비·게아재비 등은 먹잇감의 몸속에 주둥이를 꽂고 소화액을 주입해 흐물흐물 녹여서 체액만 쪽쪽 빨아 먹어요. 반면 물방개는 입으로 전부 씹어 먹습니다. 물방개는 또 병들어 죽어가거나 이미 죽은 사체들도 가리지 않고 먹어요. 이런 식습관은 물방개가 사는 곳의 수질이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게 유지되는 데 도움을 줘요. 그래서 물방개를 '연못의 청소부'라고 부르기도 하죠.
곤충 중에서 알에서 태어난 뒤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서 성충이 되는 방식을 '완전변태'라고 하는데요. 물방개도 이 경우에 속한답니다. 여름철 물속 물풀 줄기에 낳아놓은 알에서 부화한 뒤 한 달 정도의 애벌레 기간과 일주일 정도의 번데기 기간을 거치죠.
살고 있는 연못이나 하천의 수질이 나빠지거나 물이 말라붙어 가면 물방개는 다른 서식지를 찾아 이사해요. 물방개는 이사할 때 우선 나뭇가지나 돌멩이 등에 올라가서 젖은 몸을 충분히 말린 다음 여느 딱정벌레들처럼 딱지를 열고 날개를 펼치고 붕 날아가죠. 물방개는 수서곤충이지만 빛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습성이 있대요. 그래서 가로등이나 집에 켜놓은 불빛에 이끌려 날아왔다가 사람에게 밟히거나 차에 치여서 죽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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