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6구간(복성이재-781봉-새맥이재-사치재-매요리-유치재-통안재-고남산-여원재)
1.일시: 2018년 9월 22일 토요일
2.참가인원: 전과 동
3.날씨: 어제 내린 비가 잦아들며 토요일 새벽에는 물안개 자욱한 촉축한 날씨였다.
그러나 오후 들어서며 햇볕이 쨍쨍 모래알이 반짝할 정도로 가을 볕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4.산행거리 및 시간:
전날하지 못한 밀린 숙제를 하느라 쎄빠진 한구간이었다. 여기서 약 1km는 성리 민박집에서 복성이재까지의 거리를 빼야 온전한 대간 산행거리가 된다.
성리 민박집은 다른 것은 다 좋은데 복성이재에서 다소 멀다는 것이다. 지친 몸을 끌고 가기에는 멀고도 버겁다.
거리는 그다지 길지 않았는데 전날 비로 개고생한 덕에 사지가 삐그덕거리면서 말을 듣질 않는다! 대간 졸업이 임박하니 더욱 더 심신이 힘든 것 같다.
삐죽하니 파란 실선이 올라 온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포장도로를 걸었다는 반증이다.
도가니에 무리가 오긴 하지만 반대 급부로 속도는 잘난다!
어제 내린 비로 목욕재계한 등산화가 나란히 발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 말린다고 말렸건만 젖은거나 진배가 없다.
보온병의 물을 한번 더 팔팔 끓여 넣었다. 스산한 날씨엔 더운 물이 제격이니깐!
전날 주인장에게 새벽 출발해야 하니 인사 없이 출행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물론 시끌벅적한 소리에 기침은 했겠지만 안채는 조용하다.
오전 5시 조금 넘은 시간에 민박집을 나와 길을 따라 걷는데 동네 똥개들이 합동으로 짖어대기 시작한다. 파란 안광을 내뿜으며 줄이풀리면 달려들 듯이 으르렁거린다. 파란 안광에 똥꼬가 꼬이면서 스텝도 덩달아 꼬인다. 으메 무시라!
그러거나 말거나 하늘에선 물안개가 우리를 감싸고 촉촉한 공기가 콧구멍을 간지럽힌다.
카메라 후레쉬가 물안개에 산란되어 피사체를 몸체에 당기질 못한다.
싼게 비지떡이라더니, 이런데서 싼 진가를 발휘한다!
복성이재 도착 오전 5시 48분.
아막산성을 즈려밟고 가려니 1,500년 전 이름모를 석공의 손끝이 느껴지는 듯하다.
아무것도 아닌 돌이지만 1,500년 비바람 눈보라를 맞은 내공이 서린 돌들이다.
어찌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것인가?
버섯!
전날 내린 비로 한껏 빳빳하게 서 있다.
기둥도 튼실하고 갓에 빗방울을 머금은 것이 독버섯 같지만 함초롬하다.
'그윽한 미소'가 흥부묘라고 우기는데 글세?
이건 먹는 버섯일 것 같은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먹는 것인들 우리가 어찌할 것인가!
비는 아니오시는데 빅엿을 먹으면서 산행한 덕분에 물에 빠진 생쥐꼴들이다.
그러나 인생고는 어쩔수가 없어 젖은 땅에 철퍼덕 앉아 주먹밥으로 내장을 채운다.
반찬과 주먹밥을 일회용 봉다리에 갈무리하는 방법이 예삿 솜씨가 아니다. 손에 묻지않게 맵씨있게 갈무리 했다.
주먹밥의 자태!
밥공기로 한개 반이 들어간 양이다.
이놈도 독버섯의 자태를 하고 있다.
드디어 날이 개면서 하늘이 열리고 있다.
사치재 바로 위에서 본 광주 대구 고속도로인데, 확장 개통되기 이전에는 88고속도로라고 불렸다.
얘도 먹는 버섯 같은데...
아직도 운무가 걷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만인가?
얘들은 필경 먹는 버섯일 가능성이 100%인데, 어찌 할 것인고!
예전에 이 사치재를 건널 때 좌우를 살피며 88고속도로를 무단 횡단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광주 대구 고속도로로 바뀌면서 동물 이동 통로도 만들어 놓고 많이 손을 본 모양이다.
이제는 목숨걸고 무단 횡단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색갈을 보니 필경 독버섯이렸다!
유치삼거리 도착 오전 11시 6분.
여기 유치삼거리 부터 매요리까지 포장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철부지 코스모스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나올 때가 아닌데 나왔으니 너는 철부지!
이곳 유치재가 동학 농민 혁명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인가 보다. 영남보다는 호남에서 이런 혁명이 일어난데는 이유가 있다.
영남은 곡창지대가 없는 반면 호남은 곡창지대에다 바다를 끼고 있어 수탈의 대상이 되었다. 옛적에 쌀은 그야말로 생명 아난가!
열심히 농사를 지어 본들 뭘하는가 다 수탈해가는데...
방법이 없으니 갈아엎을 밖에!
이놈도 독버섯의 포스가 느껴진다!
백두대간이 저자거리로 다시 나왔다.
매요 마을회관이다. 유치재에서 이곳 매요리까지 포장도로로 연결되어 있고, 통안재를 기점으로 고남산과 연결된다.
매요리에서 산으로 접어드는데, 촌로가 높다랗게 걸린 창문을 열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대간길이란 것이 문득 의심스런 순간이다.
'바람'은 쭈그리고 앉아 뭘 그리 불쌍하게 먹는고? 그러다 똥 나올라!
'그윽한미소'가 명명한 버섯, 그 이름하야 '바둑이 버섯!'
많고 많은 버섯,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버섯!
통안재 도착 오후 1시 30분.
나팔꽃?
고남산 초입에 있는 등산 안내 지도.
고남산 거쳐 여원재까지 5.4km 남았다.
이 꽃 이름 아시는 분?
고남산 도착 2시 4분.
고남산 표지석은 정상에 있질 않고 정상 바로 밑에 설치되어 있다. 무거워서 그냥 여기다 설치한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조촐하게 정상에다 설치하면 좋으련만, 과도하게 크게 만들어 놓으니 설치 장소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고남산 동영상!
어느 방향이 지리산인지 가름이 안된다!
고려 우왕 6년 왜구가 인월역에 진을 치고 약탈을 일삼았다. 왜구를 토벌하기 위하여 고려군을 지휘하고 운봉에 도착한 이성계 장군은 이곳 고남산에 올라 석축으로 제단을 쌓고 필승의 산신재를 올렸다고 한다.
남아 있는 석축제단은 그때 쌓은 제단의 흔적이라고 전한다.
고남산에서 본 매요리, 권포리, 장교리 마을 전경!
바로 앞에 아스라이 보이는 능선길이 지리산 바래봉 능선길이지 싶다. 장교리라는 지명은 이성계를 수행하던 무학대사가 고남산의 산줄기가 마을까지 뻗어 내린 모습이 마치 긴다리를 이어놓은 것 같다 해서 장교리(長橋里)라 지었다고 한다.
또한 고남산 아래에서 산신제를 올릴 때 주둔하던 군사와 말들의 식수로 썼던 샘터 주변에 터를 잡은 권씨 일가의 권세가 크다하여 권포리라 하였다.
늦은 점심을 먹다!
'이 고개는 북쪽의 남원평원과 남쪽의 운봉고원을 가로지르는 백두대간의 방아치이다.
1894년 동학혁명때 전라좌도를 관장하던 김개남장군이 농민군의 정예부대를 이끌고 북상한 뒤 남원의 김홍기, 장수의 황내문, 담양의 남옹삼, 임실의 최승우, 진안의 이사명등의 농민군이 영남지방 진출을 위한 교두보을 마련하기 위하여 이 고개를 통하여 운봉현을 공격하였다.
운봉현은 박봉양이 민보군을 이끌고 수성군과 함께 농민군의 집강소 설치를 거부하면서 영남지방의 막강한 지원을 받아 방어했는데 1894년 11월 14- 15일의 방아치 전투에서 농민군이 많은 사상자를 내고 남원성으로 패퇴하였다.
이때 민보군은 방아산 산성의 성들을 중요한 무기로 이용하였다' 라고 표지판에 써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동학혁명에 기본 지식 없이는 장수들 이름도 지역 이름도 알 길이 없다.
궁금한 분들은 공부를 하시길...
여원재 고개로 빠져 나와야 하는데 엉뚱한 곳으로 나와 도로를 따라 여원재까지 가고 있다.
여원재(480m)는 남원시 운봉과 이백면을 잇는 고개로 일명 연재라고도 하는데, 물줄기는 낙동강과 섬진강이 분수령이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고, 고려말 이성계가 황산 전투에 임할 때 어느 노파가 꿈에 나타나 고남산 산신단에 올라 3일간 기도하고 출전하라고 알려주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노파를 기리기 위해 이곳에 사당을 짓고 여원이라고 불렀는데 그때부터 이 고개 이름이 여원재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여원치 고개는 1894년 동학혁명 당시 남원 접주 김개남 장군이 이끌던 동학군이 처참하게 패한 곳이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를 표시한 것이다. 백의종군로 남원구간은 오수 금암교에서 시작하여 뒷밤재-남원부-이백초등학교-여원치-운봉초교-주천-앞밤재에 이르는 53.1km라고 한다.
백의종군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억울한 모함으로 28일간 의금부에 하옥된 후, 관직이 없이 권율 도원수 휘하에서 백의 종군할 것을 명받고 초계(합천)에 있는 도원수부를 찾아가는 640km의 여정을 말한다.
이곳 강남터미널 '고향의 맛집'은 자본주의 냄새가 나지 않는 집밥의 맛이다. 동태찌개도 그렇고 해물파전도 그렇다.
집에서 해 먹는 맛, 맛을 내려고 노력하진 않지만 그냥 그대로 먹을만한 맛이다. 무난한 맛이라고 할까 맛을 위해서 화장하질 않는다.
강렬하지 않지만 생각나는 맛, 거기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값이 무지 착하다는 것이다.
한번쯤가볼만한집인것이다.
오늘도 안빈낙도 회원 여러분들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백두대간도 세구간 남았습니다.
홧팅!
나의집 도착 시간 12시30분.
첫댓글 산행한지 한달이 넘어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으며 머리 쥐어뜯는 청학 모습이 보인다.
고생했다..그래도 문장 실력은 여전하네..
나머지도 빨랑올려!!ㅎㅎㅎ
기억을 더듬으며 쓰려니 헛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