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군주 시절에 있어서 왕의 권력은 상상외로 강하다. 그래서 왕의 건강관리에 있어서도 전국 최고의 관리가 들어가는데, 심지어 어의들이 왕의 대변과 소변을 받아 냄새를 맡고 맛을 보기도 할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집중관리를 받았던 조선시대 왕의 평균수명은 의외로 고작 46세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에서 60세 이상 장수한 왕은 겨우 여섯 명밖에 되지 않으며, 10대 20대에 요절한 왕도 다수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왕들의 건강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단 조선시대 왕들과 현대인들의 삶이 매우 유사하다는 공통점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로 둘 다 절대적으로 운동량이 부족하다. 왕들은 구중궁궐에 갇혀 지내면서 아주 가까운 거리도 말이나 가마를 타고 다녔는데, 현대인들도 발달된 교통수단으로 절대적 운동량이 부족하다. 두 번째로 영양과잉이다. 왕들은 12첩 반상의 산해진미를 먹었지만, 현대인들도 전 세계 모든 음식들을 먹고 있다. 세 번째로 과도한 스트레스인데, 전국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왕만큼 현대인들도 지구상 모든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따라서 옛날 조선시대 왕들의 질병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장수한 왕들의 건강지침을 살펴보면, 현대인들도 무병장수할 수 있는 방법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60세 이상 장수한 왕(태조 정종 광해군 숙종 영조 고종)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의외의 결과를 얻게 된다.
일단 태조 이성계는 원래 왕이 아니라 고려의 장군이었다. 평생토록 산과 들로 다니며 전투를 치른 무인으로, 왕으로 지낸 시간은 고작 몇 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아들 정종 또한 운동을 너무 즐겨 신하들에게 운동을 그만 즐기라는 상소를 계속 받았던 왕이다. 즉 왕처럼 지내는 것이 아니라 궁궐 밖에서 활동적인 운동을 한 임금이 장수했다는 얘기가 된다. 광해군의 경우에도 임진왜란 동안 선조를 대신해 왜군과 전투를 벌였던 왕이기에 이러한 분석이 의미가 있다.
숙종의 경우에는 어릴 적 호환마마를 이겨냈던 강한 면역력의 소유자였고, 영조는 무수리의 아들로 민가에서 자랐던 왕인데, 항상 검소하게 소식을 하며 건강관리를 했었다고 한다. 즉 왕처럼 호의호식하며 편하게 살지 않는 것이 바로 장수하는 비결이었던 것이다. 고종의 경우에는 그 당시 서양문물과 함께 들어온 양방치료의 도움을 받았다. 다시 말해 한방 양방의 균형 잡힌 도움을 받은 것이 장수의 비결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