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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gun - 2013년 03월
생명으로 가슴을 품어보세요
생태 체험마을 [여우숲] 김용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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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언젠가 돌아올 ‘여우’를 위해
사람은 누구나 때가 되면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고민한다. 예외가 없다.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데카르트가 그랬듯이.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는 건 그다음부터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을, 생각을 얼마나 치열하게 하느냐, 아님 흐지부지되고 마느냐. 치열하게 사유했을 때 제 나름의 지향점을 찾아낸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엇비슷하게 닮아 있을 수 있겠다. 다음 단계, 그 지향점을 향해 얼마나 ‘준비’를 하느냐. ‘준비’의 과정과 실행, 그 치밀함에서 사람 차이가 극명하게 나뉜다.
여기 이 사람, 김용규(46). 어느 시점, 제 삶의 나침반을 고쳐 잡고 찬바람 긴 겨울 묵묵히 받아들이며 시골 한켠에 스스로를, 또 자신의 새로운 삶을 일궈나갈 터전을 마련한다. 다시는 궤도 수정하는 일이 없을 거라는 다짐과 함께.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산자락에 자리 잡은 [여우숲]지기. 공식 직함은 농업법인 ‘숲이랑사오랑’ 대표이사. [여우숲]은 충청북도와 괴산군, 그리고 김 대표 및 그와 뜻을 같이 한 몇 사람이 함께 조성한 생태 체험학습 공간이다.
정식 오픈을 코앞에 두고 주변 마무리에 한창인 이곳. 지자체와 지인들의 공동작품이긴 하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우숲]의 시작과 완성은 김용규, 그 자체다.
지금의 일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추진한 것도 이 사람이고 괴산 오지마을에 자리를 정한 것도, 그리고 지자체를 마을사람을 설득하고 마음을 끌어낸 것도 오롯이 그의 열정으로 이뤄졌다.
일만 벌이고 다음 진행부분은 소위 ‘업자들’에게 대행시켰다면 그는 대표이사이지 숲지기는 아니다. 첫 삽질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생태마을을 조성하는 손이고 발이며 몸이 됐다. 현장을 감독하고 지시하는 사업자가 아닌, 여기 사람이 되어 살았다. 지금도 그는 괴산군 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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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숲] 조성을 위해 그는 먼저 체험마을 한쪽에 자신이 살 집을 지었다. 2006년이다. 직접 지었다. 구들 놓고 흙벽 바르고… 오래전부터 이런 생활을 괴산 주민으로 해오고 있는 형님이 큰 도움이 됐다.
방 한 칸, 거실 겸 부엌 하나인 흙집 세우고 이를 ‘백오산방’이라 이름 붙였다. ‘백오’는 흰까마귀이다. 김용규 대표는 이를 자신의 호(號)로 삼았다.
생태 체험 공간은 요즘 새삼스런 분야가 아니다. 느리게 살기, 친환경 등의 관심이 일상의 하나로 이미 자리하고 있으니. 여느 생태마을과 다른 점을 찾는다면?
“차별화라기보다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생명을 가슴으로 느끼자’입니다. 눈으로 보고 알고 머릿속에 담아두는 게 아니라 마음에 채우는 일, [여우숲]이 이 과정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생명을 가슴으로 느끼게’ 하려면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도 필요하다. 이미 파일럿 삼아 일반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몇 가지 프로그램을 돌려봤다. 4월 중순에 가질 행사도 그 하나.
중견 사진작가와 함께 참가자들이 생태마을 주변 임야에서 들풀, 야생화, 나무군락 등 식물 생태를 촬영한다. 이 대목만 있다면 여느 사진 찍기와 비슷해진다. 사진 촬영에 앞서 김용규 대표는 식물에 대한 그만의 생각을 들려주고 참가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그 생각이란!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강의를 하다 보면 어디냐를 떠나 한결같은 반응이 ‘그 나무, 풀 이름이 무어냐, 어디에서 잘 자라냐.’ 등 외형적인 관심에 치우친다는 겁니다.
그 이름보다는 한 그루 어떤 나무가, 한 포기 들풀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숲에서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이름, ‘까이껏’ 그게 무언들 대수입니까. 모든 걸 ‘지식’으로 수용하고 해석하려는 그간의 우리 인식이 만든 습성이지요.”
이런 새로운 인식에서 사진을 찍게 한다. 그리고 사진작가와 함께 개인 촬영물을 리뷰한다. 아마도 개인별 ‘현주소’가 이때 고스란히 드러나리라.
하룻밤 자며 진행될 이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여우숲] 손님으로 ‘대접’ 받기보다는 각자가 [여우숲]지기의 하나임을 느끼게 될 듯. 펜션이나 콘도쯤에 놀러 온 생각이라면 상당한 ‘문명적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숙소마다 갖춰놓은 개별 취사시설/샤워기 등을 제외하면 편의시설은 없다시피 하다. TV, 인터넷 없는 방안에는 대신 각방마다 김 대표가 신경 써 갖춰놓은 하늘창으로 시골 밤하늘이 쏟아지듯 온몸을 감싸 안을 것이다.
[여우숲]을 이루고 있는 시설들엔 이밖에도 숲지기로서 그의 면면이 드러난다. 용도별로 붙여진 이름부터 친근하다. 2개 동 숙소는 ‘잠자는 여우’, ‘잠자는 늑대’. 실내에서 진행되기도 할 프로그램을 위해 갖춰놓은 생태 체험학습장은 ‘졸참나무관’, ‘층층나무관’ 팻말을 달았다.
숲지기로서 김용규 대표의 경험과 생각이 참가 일반인들과 한데 어우러질 공간, 이름 하여 숲학교는 ‘오래된 미래’라는 간판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숲 생태 탐방로는 ‘산으로 간 두꺼비 길’이 되었고, 숲 캠핑장은 ‘꿈꾸는 언덕’이다.
이 정도라면 사라진 여우가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유일하달 수 있는 도시형 편의시설, 카페는 마침내 ‘여우비’가 되어 도시형 참가자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모양.
이름 얘기가 난 김에, 왜 [여우숲]인가?
60년대 이후로 이 땅에서 사라진 걸로 파악되는 여우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란다. ‘여우를 기다리는 숲’을 줄여 [여우숲]이라 정했다. 멸종된 동물이 여우만이 아니지만 우리 생활에 기억에 ‘이야기’를 간직한 동물 중 하나란 점에서 선뜻 선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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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흰까마귀’는 까마귀 무리에 끼지 못한다
굳이 숲, 즉 식물에 그가 천착하는 이유를 더 들었다.
한때 그도 전형적인 도시적인 삶을 살았다. 이곳 괴산에서 나고 청소년기를 보내고선 서울에서 많은 시절을 보냈다. 대학, 대학원. 직장생활, 그러다 한때 봇물처럼 터진 IT붐에 힘입어 그 자신 IT업체 CEO도 했다. 영화콘텐츠를 다루는 온라인 사이트 운영회사.
자신의 제안으로 투자자를 모아 설립한 회사는 탄력을 받기도 하고 소규모 회사로서의 한계도 절감하는 사이클을 여느 회사처럼 겪었다. 이 무렵 그가 즐겨 찾던 곳이 서울 인근 수락산. 자주 가는 등산로에서 커다란 바위 틈새에 자리 잡고 있는 소나무가 눈에 박힌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바위를 뚫고서라도 뿌리 내리려 한 모양새도 그렇거니와, 진정 제자리가 아닌 곳에 서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처지와 비유하게 되더라고.
회사 대표를 그만두고 시작한 ‘숲 공부’. 그 대상이 식물이 된 것은 수락산 소나무와 오버랩 되던 자신, 그 영향이 컸고 이러한 갈증은 식물을 단지 사람의 시각이 아닌, 생명체로서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2009년 출간한 저서 [숲에게 길을 묻다]는 자연인 김용규의 전환점이 된다. 스스로에게 되묻는 화두이자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그만의 ‘손 내밂’이었다.
“하늘이 식물에게 준 선물은 그들 스스로 먹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벌도 내렸다고 봅니다. 그건 움직이지 못한다는 거지요. 예외 없는 이 조건에서 식물들은 그들끼리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왔어요. 때론 싸우고 때론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어떻든 ‘승자독식’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숲엔 식물만이 아닌 다른 생물도 공생하는 거지요. 사람도 이 숲이 있어 숨 쉬고 살지 않습니까? 숲과 더불어 사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주변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사람은 그렇지 않아요. 숲이 있어 사람이 살 수 있음을 간과한 채 숲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양 해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다 제 삶이 있고 그들만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를 사람이 깨우치고 진정으로 느끼는 일, [여우숲]이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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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산자락에 들어가면 지천에 널려 있다시피 한 산나물들. 그에겐 단지 먹을거리로서의 자원이 아니다. 나물 한 줄기가 한 움큼이 그 땅에서 어떻게 뿌리 내렸으며 스스로 하나의 생명으로서 자라면서 어떤 노력과 힘든 과정을 거쳤는지를 알리고 싶다.
그리됐을 때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 당연한 먹거리, 단지 흔하디흔한 먹거리 그것만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라 했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단계를 거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물 한 입 먹는 요리까지도 프로그램으로 일러줄 생각이다.
김용규 대표가 이미 여러 곳에서 진행한 강의에서 자신의 생각이 한낱 이상향이 아님을 확인하고 있다. 처음에 다소 뜨악해하거나 그냥 좋은 말/생각 따위로 치부하던 이들이 하나 둘 보인 반응들, “그냥 경치일 뿐이던 숲길이 어느새 제게 눈물로 다가와요. 나무가 제 안으로 걸어오는 것 같아요.”
그는 말했다. “나무가 말을 건네는 걸 믿으실 수 있느냐”고. 생태 체험마을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지금 이곳만 해도 일 년 중 3계절이 바뀌도록 제집처럼 드나들던 때가 있었다.
지인들조차 너무 황량하다며 고개 흔들던 어느 날, 자주 드나들어 눈에 익을 대로 익은 나무 하나가 그에게 말을 건넸다. “지친 발걸음 잠시 멈추고 여기서 쉬었다 가라”고…
40대 중반의 길에서 새로 찾은 이 삶. 그 이전과 비교해보는 건 구태의연하지만 궁금했다.
“그간엔 세상이 이렇게 살아라 하고 입혀준 옷을 걸치고 살았다면, 이젠 제가 직접 만든 옷을 차려 입고 사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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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하라
뒤늦게라도 이렇게 해보자 하는 흐름 중 하나가 귀농/귀촌 아닐까. 김 대표의 생각은 이러했다. 우선, 그간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옮기는 것이니만큼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라. 하고 싶은 마음과, 살아가야 되는 현실 두 가지를 손에 쥘 수 있는가를.
둘째, 귀농형 삶을 바라면 뭣보다 땅에게 물어보라. 땅을 모르고선 아무 일도 안된다. 셋째, 귀촌형이면 가고자 하는 곳의 이웃에게 물어보라. 시골도 삶 공동체다.
넷째, 자신의 ‘때’를 살펴라. 무슨 일이건 적합한 시기가 있다. 무조건 저질러놓고 보기에는 나이든 가족관계든 해결해야 할 것들이 저마다 있기 마련이다.
숲지기로서 ‘숲이랑사오랑’ 대표로서 그의 고민은 없을까? [여우숲] 조성이 오지마을 개선사업이라는 지자체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는 생태 체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
더불어 ‘생태 체험을 통한 자기성찰’이라는 이곳 본연의 정체성을 더욱 윤기 나게 하는 것도 그의 몫. 이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해결하고자 한다.
[여우숲]이 지향하는 대목과 채식하는 생활이 어떤 면에선 연결고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김용규 대표는 어떤 견해일까?
“채식하는 생활이 아직은 먹거리에 치중돼 있지 않나요? 제 말씀은 먹거리를 생명으로 대하기보다 무엇을 먹느냐는 ‘이용적 관점’이 더 있지 않나 하는 거죠. 감사하는 마음이 더해졌음 합니다.
채식생활, [여우숲]의 생태체험, 그 밑바탕에는 생명존중이 깔려 있지 않을까요. 우선 채식하시는 분들은 그런 점에서 솔선해서 음식 남기지 않는 생활 실천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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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숲]에 대하여홈페이지www.foxforest.kr
전화070 7786 7166 주소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산 15-1
글·사진 김상상
발행 2013년 3월호
첫댓글 감사합니다....
힐링tv보다가 김용규님 인터뷰내용이 마음에들어 찾아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