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白苔
언제부턴가
벽의 앞면을 타고 내리며
백태가 끼기 시작했다.
난간 밑에선
석회석 고드름이 늘어진다.
발 밑
아스팔트를 깔고
콘크리트 부어 굳힌 땅 속
한 방울씩 떨어진 물방울은
바위를 수 없이 내리찍어
기어이 굴을 뚫었다.
동굴은 감추어진 채
땅 위의 왜곡된 사연들이 농축된
겹겹이 쌓인 억겁의 비밀들은
백태 낀 종유석 속에서 의혹들로 자라고 있었다.
미세한 틈들에 방수액을 붓고
암 같은 석회석 고드름을 떼어내
적 벽돌의 얼룩을 지운다.
그라인더 칼날에 붉을 선혈이 뿌려진다.
쉼 없이 솟는 바위 밑
샘물 손에 떠
황사에 충혈 된 눈 씻어
새벽을 날 세워
부식된 영혼의 백태를 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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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白苔 (눈에나 마음에 백태가 끼었다면 얼마나 답답할까요? 문제는 그 백태가 끼었어도 느끼지 못하는 현실. 고통은 따르겠지만 벗겨버려야만 하는...
정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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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6
13.03.11 21:0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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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 눈안의 들보가 보이지 않음과 같이 백태가 그 들보인지... 결국 가려진 것에 대해 가려진 줄을 모르는 것을 벗겨내고자 하는 노력의 시가 마음에 와닿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