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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에게 방학은 ‘노는 때’로 기억된다. 학교에 가지 않으니 늦잠을 자도 되고, 하루종일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일이었다. 평소 찾기 어려운 시골 할머니집이나 도시 삼촌네를 찾아 사촌들과 어울리며 한참 동안 지내다 오는 일도 흔했다.하지만 요즘 학생들에게 방학은 ‘더 많이 공부하는 때’다. 학교에 가지 않지만 하루종일 학원에 붙들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학 때마다 서울 대치동으로 올라와 한두달씩 지내며 학원에 다니는 지방 학생들도 적잖다고 한다. 7월 말~8월 초 잠깐 있는 ‘학원 방학’이 그나마 숨 쉴 구멍이고, 가족들 휴가도 이때에 맞춰 함께 다녀오는 게 보통이다.
구글트렌드에서 영어캠프, 기숙학원, 입시학원 검색량 추이를 살펴봤다. 모두 여름과 겨울방학 시즌에 검색량이 증가했다. 기숙학원은 겨울 방학 시즌에만 검색량이 큰 폭으로 늘었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잘못 봐 재수를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1~2012년에 비해 2013년 검색량이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반대로 영어캠프는 겨울방학에 비해 여름방학 때 검색이 많았다. 야외활동과 숙박을 포함하는 만큼 겨울보다는 여름에 적합한 ‘학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입시학원은 앞의 두 검색어에 비해 방학이나 계절에 따른 기복이 적었다. 방학이건 아니건, 언제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화 바람이 불던 1990년대 대학생들은 방학 때는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게 대세였다. 해외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요즘은 그보다 직접적인 취업 준비가 중요해졌다. 최근 잡코리아가 4년제 대학 재(휴)학생 1140명을 대상으로 ‘올해 여름 꼭 이뤄야 할 목표’를 조사했는데, 전체 응답자의 60.8%가 어학점수 향상이나 인턴활동 등 ‘취업준비’라고 답했다고 한다.
포털 검색창에 ‘방학’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공부’와 ‘취업’이 떠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듯 하다.
우울한 시절이다.
2013. 8. 1.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