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대통령이 외출하려고 백악관 현관에서 구두를 닦고 있었다. 비서가 황급히 달려와 “각하께서 이런 천한 일을 하시다니요. 제가 닦겠습니다”라며 만류했다. 링컨은 “자기 신발을 자기가 닦는 것이 왜 천한 일이냐?”고 반문하고 “난 젊었을 때 구두닦이보다 더 천한 일을 수없이 많이 했다”며 태연하게 구두를 계속 닦았다.
미국인 관광객이 스톡홀름 시내버스 안에서 옆자리 노신사에게 “미국은 평등한 나라여서 누구라도 백악관에 가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노신사는 “스웨덴도 평등한 나라여서 왕을 시내버스 안에서 만날 수도 있다”고 응수했다. 노신사가 내리자 앞 사람이 “구스타프 아돌프 6세 왕이 바로 저 분”이라고 알려줬다.
‘밀림의 성자“로 불리는 슈바이처 박사가 모금여행 중 고향 알자스에 들른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이 출영했다. 이들은 기차가 도착하자 1등칸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지만 슈바이처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 3등칸에서 내린 초라한 차림의 슈바이처는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4등칸이 없어서 3등칸을 탔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한국에도 겸손한 인물들이 있었다. 세종대왕 시절의 황 희 정승은 비새는 초가집에 우거했다. 이순신은 사령관직에서 파면된 뒤 백의종군했다. 이승만대통령 영부인인 프란체스카는 떨어진 내의를 기워 입었고 최규하 대통령은 취임 전 연탄불을 손수 갈았다. 임동선 목사는 대교회인 LA 동양선교교회의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했다.
지금 중국대륙이 게리 락 신임 미국대사의 겸손에 흠뻑 매료돼 있다. 락 대사는 지난 12일 임지인 베이징으로 가는 길에 시택공항 내 스타벅스에 6세 막내딸과 함께 들러 커피를 샀다. 여느 여행객처럼 평상복 차림에 백팩을 멘 그를 용케 알아본 사람이 아이폰으로 이 장면을 찍어 중국의 인기 소셜 네트워크인 신아 웨이보에 올렸다.
이 스냅사진은 순식간에 4,000여개의 다른 사이트에 퍼져나갔고, 이를 본 수천만명의 중국인이 ‘쇼크’를 먹었다. 워싱턴 주지사와 연방 상무장관을 역임하고 대국인 중국에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표로 오는 고관대작이 손수 등짐을 멘 채 딸의 손을 잡고 공항 커피점에서 스스로 커피를 사는 모습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락 대사가 커피점 캐시어에게 스타벅스 할인쿠폰을 건넸다가 어떤 이유인지 거절당하자 자신의 크레딧카드를 꺼내 결재했다는 설명문을 곁들였다. 시골의 군수나 시장만 돼도 목에 힘을 주고 거들먹거리며 뇌물 챙기기에 급급한 관리들만 봐왔던 중국인들에게는 락 대사의 이런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락 대사의 겸손은 베이징공항에서도 이어졌다. 출영나온 승용차가 작아 다섯 가족과 짐을 다 싣지 못하자 영업용 밴을 타고 관저로 향했다. 그는 조셉 바이든 부통령이 닷새 뒤인 17일 첫 중국 공식방문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하자 함께 공항에서 곧바로 올림픽 체육관으로 달려가 조지타운대학과 중국 대학선발팀의 농구경기를 관전했다.
필자의 눈에는 락 대사 부인인 모니카도 퍽 겸손해 보인다. 방송기자 출신으로 락 대사가 킹 카운티 수석행정관이었을 때 만나 결혼한 모니카는 8년간이나 워싱턴주의 퍼스트 레이디로 ‘군림’했지만 남편이 따논 당상이었던 3선 도전의 뜻을 접자 평범한 TV 방송기자로 복귀했다. 주지사 관저의 안방마님이었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대다수 미국인들에겐 락 대사의 겸손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호들갑 떠는 중국인들이 우습게 보인다. 그의 겸손은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복(公僕)으로서 당연한 자세이다. 중국이(한국도) 미국에 까마득히 뒤진 것은 바로 이런 공직자 문화이다.
락 대사의 에피소드는 “겸손은 가장 터득하기 힘든 마지막 덕목이다”(T.C. 엘리엇), “겸손은 세상 사람의 마음을 가장 많이 이끈다”(톨스토이), “우쭐대지 않는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기보다 훨씬 큰 인물이다”(괴테) 등 위인들의 명언이 진리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첫댓글 "미국인들에겐 락 대사의 겸손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의 미국인 친구가 마이크로소프트 주주회의에 참석했을 때 브랙타임에 빌게이츠가 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는 것을 보고 감동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육적인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지막 명언들은 마음안에 담아갑니다.
락 대사는 공항 귀빈실에 정장차림으로 앉아서 비서가 대령하는 커피를 마셔야 제격인데...그 양반 참 멋쟁이입니다.
몇년 전에 지금의 중국지도자가 인터넷을 뜨겁게 한 적이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입은 점버를 지도자가 된 그 때도 여전히 입고 있다는 얘기였는데 그가 어떤 지역을 방문했을 때 그가 입업던 점버 사진을 연도별로 보여 주면서 그의 검소함을 소개해서 중국인들을 감동 시켰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언젠가부터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할 때면 우리는 "이제 이 나이가 되었으니 이정도는 즐겨야지"라며 조금은 고급스럽게 조금은 편하게를 추구해왔던 것 같습니다. 겸손이란 쉬운 것 같으면서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저도 10년 넘게 입는 양복과 넥타이가 수두룩하답니다. 그런데도 저는 겸손하다는 말 못 듣는답니다. 커피향님, 장문의 댓글 대단히 감사합니다.
감동되는 저를 생각하며 내 안팎에 겸손이 진실로 있는지 점검케 하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랑랑님은 겸손 빼면 쓰러지는 분 아니십니까 감사합니다.
락대사의 일거수 일투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알려지는 세상이네요. 겸손의 아름다운 모습은 억지로 낼수 없는거지요. 평소에 쌓은 덕이 자연스럽게 나오는거지요. 대단한 보이는 그것이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맞습니다. 본인인 락 대사에겐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데 보는 사람들 눈이 이상했던 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문학인들역시 제일의 덕목은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작가의 성품이 교만하다면 다시 그의 글을 읽기싫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혹시... 제 글에서 그런 냄새를 맡으셨다면 용서 바랍니다. 저도 앞으로 제 글을 세심하게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칼럼 읽으면서 감동 받고 겸손 해 지기로 마음먹은 심성이 착한 분들이여! 한가지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떠 올랐습니다. 댁의 화장실 청소는 누가 하나요?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면 당장 시작 해 보세요. 그리고 일 주일쯤 실천 한 다음 뭔가 바꿨거나 느끼셨다면 글 올리시기 바랍니다.감사합니다
커피향님, ... 댓글을 두번씩이나 아주신 분은 커피향님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