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의 호사다마(好事多魔)
이연주
무더운 여름이 꼬리를 감추고 들녘에는 노란 알곡들이 여물여가고 있다. 여름을 떠내려 보내려는 소낙비가 종일 내린다.
가을이 달려 오는 소리 들리는듯 바람이 시원하게 안긴다. 오랜만에 추석의 긴 연휴에 여행을 앞둔 사람들, 추석 차례 상에 힘든 날을 세고 있는 엄마들의 마음들 모두가 들떠있다.
지난여름을 돌아보면 꿈을 꾼 것 같은 非夢似夢(비몽사몽)이라 해야 할지?
북유럽 6개국을 돌아보며 너무 행복 했었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summerpalace in st petersduvg) 예카테리나 2세를 비롯한 황제들의 궁전이었고, 담녹색의 외관에 흰 기둥이 잘 어울리는 로코코 양식의 이 궁전은 1762년에 건축된 것으로 총 117개의 방이 있고 계단 2000여개가 넘는 창문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여름궁전’ 1704년 표트르 1세가 처음으로 구상하여 네델란드식 바로크 양식으로 설계된 정원이다. ‘예술의 진주’라 불리는 이 궁전은 가로수길, 분수와 수궁전, 야외조각 전시장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고,대분수는 운하까지 이어져 필란드만으로 이어 흘러들어가고있었다..
오전 11시가 되니 크고 작은 정원의 분수가 일제히 물을 품어대는 풍경은, 분수의 무지개 노을이 너무 환상적인 아름다움이다. 계단으로 내려오는 여인은 외국영화에 나오는 왕비나 공주같이 머리에 관을 쓰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시녀처럼 보이는 여인이 드레스를 잡아주니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양 옆에는 호위병남자들이 따라갔고 계단 밑에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나는"궁전에 사는 왕족인가,"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행복한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빙그레 웃기만 한다. 멀리 여행 올 때는 못 이긴 체 같이 하는 남편이 있어 좋았다. 늘 잘하기를 바라는 그의 급한 성격은 서운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내 편이 아니고 남편이라 했던가,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 겨울 궁전, 6개의 건물로 연결되어 있는 미술관. 현재는 약 300만점의 전시품이 소장된. 중요한 것만 해설사가 안내해주었다. 설명해주니 더욱 공감이가고 환상적으로 보였다. 패키지여행은 중요한 부분만 둘러보는것 같지만 , 나는 먼 북유럽을 여행 할 수있는것만으로 좋았다, 자유여행은 체력도, 영어도 안되니 해설사와 가이드가 필요했다.
여름에 여행을 갔으니 다행이었다. 겨울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혹한이 계속되고 눈이 많이 온다는 이 나라 남자들은 알코올 중독자가 많다고 한다. 아마 추위를 이기려는 것도 있으리라. 여자들이 생활력이 강하고 직업을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이곳 저곳 다녀보았지만, 봄여름 가을 겨울, 사철이 분명하고 살기 좋은 조국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음식이 아직은 익숙지 않았는데 긴여행을 견디기 위해 먹었던 음식이 그만 탈이났다. 오늘 저녁은 스프정도만 먹어야겠다. 된장국과 김치가 간절했다.
남편은 목각인형 마트로시카(Matyoshka doll) 인형 두 셋트을 사 갖고 왔다. "동글동글 한 몸통을 지닌 마트로시카는 모양도 예쁘지만 까고 또 까도 새로운 인형이 나오는 신기한것이라고, 남편은 손자들 주려고 샀다고 계면쩍게 웃는다.
수많은 운하로 이뤄진 상트페테르부르크 (summerpalace in st petersduvg) 를 관통하는 운하 유람선을 타고 시내 관광을 하였다. 백화점 거리에 롯데와 기아자동차의 간판들이 반갑게보였다. 어쩌다 지나가는 기아나 현대 차가 보이면 일행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바라보며 기뻐한다. 이것이 고향의 향수인가?
저녁에는 러시아 민속 공연이 있었다. 전통음악이 시작되고 삼바 춤 비슷하게 추는, 오페라 희극의 연극을 겸한, 러시아 민속극 흥겹게 보았다.
새벽 일찍 모스코바를 가기위해 공항으로 갔다. 한국은 무더위가 연속이라는데, 여행지에는 봄날의 쌀쌀한 날 같은 여름의 날들이다. 우리 일행들은 피서 잘 왔다면서 좋아했다.
모스코바 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을 여행할때는 미국이 제일 큰나라인것 같았고, 중국도 그의 못지않게 땅이 넓은, 지난날 조상들이 대국이라도 말했었다. 러시아는 유럽의 여려나라중에는 제일큰 강국인 것 같았다. 어디에나 강자는 약자를 넘어뜨려 려고 혈안이다. 대한민국도 일본의 침략에 슬픈역사를 안고, 한반도가 된 현실인데 …….’ 갑자기 애국자나 된 것처럼 가슴이 아파온다. .
전 지역이 평지로서 시내전체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평지지만, 먼날에는 늪 지대를 개척하여 강국으로 만든 그들의 의지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것이리라.
아르 바트 (Ardat)거리를 거닐었다. 가수 빅토르 최는 고려인 2세로서 러시아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서, 28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담벼락에 그를 추모하는, 사진과 글들이 낙서처럼 뒹굴고 있었다. 누가 놓고 간 건지 말라버린 국화가 꽂혀있었다. 그가 사망했을 당시, 수많은 팬들이 무덤에 묻히는 날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는말이 남아있다. 그가 남긴 노래 중에 ‘바스레니야 괴로이 (마지막 영웅)’ 태양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별. 슬픔 . "담배 한 갑’ 등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었다. 담 벽에 희미하게 남게진 초상화를 바라보니 더욱 마음이 애잔하다.
어디가나 러시아는 특유의 마트로시카( Matyoshka doll) 목각인형들이 상점을 메우고 있었다. 제일 번잡한 거리, 중간 중간 앉아있는 거리의 화가들 관광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알렉산드르 푸시킨 (Aleksandr Sergeevich pushkin)부부 동상이 아르 바트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18세기의 대문호가 알렉산드르 푸시킨 시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마라…….’ 누구나 아는 유명한 시인이다. 35세에 17살 아래인 그의 아내 나탈리아 귀족출신의 아름다운 미인과 결혼했다. 아내의 미모에 반한 남자에게 총에 맞아 38새로 사망하게된다. 그의 동상이서 있는 아르 바트 거리는 푸시킨의 영혼과 같이 머물 것이리라.
착잡한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일행들이 뿔뿔이 흩어져 보이지 않았다, 같이 간 두 사람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자고 채근이다. 낮선 도시를 아쉬운 듯 뒤돌아보니, 남편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달리는 듯 걷는 걸음에 뒤따라갔다
일행의 부부는 “저기다.”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 나도 뒤따라가려고, 간판만 보고 급하게 발을 디딘것이 그만 “악!” 헛디뎌비명을 지르는 순간, 누가 앞에서 에어백처럼 안아주었다. 외국인 아주머니였다. 나는 놀라 엉겹결에, 땡큐(Thank you) 땡큐 쏘오~. 마취(Thank you so much) 하고 서툰 영어로 소리쳤다. 발목의 통증이 심해 정신이 혼미했다. 그 사람은 무어라 외국어로 말하면서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았다. 바로 넘어졌으면,많이 다칠 뻔 했는데, 그 외국인 에게 마음의 빚만 지고 말았다. 모스코바의 거리를 잠시 거닐면서 우울했던 마음은 어디론가 달아났다. 금방 퉁퉁 부어오르는 발목을 얼음 팩으로 진정시켰다.
크레믈린 궁전(Grand kremin palace)을 관람하지 못하고 버스에서 끙끙거리며 쉬고 있었다. 창밖은 금방 환하던 날씨였는데, 흑구름이 몰려 우박이 떨어지면서 소낙비까지 동반해 내리 쏟아붓는다. 내 마음을 읽은 것인가, 성 바실리 아름다운 사원의 붉은 광장은 검게만 보인다.
공항에서는 장애인이 타는 휠체어로 탑승했다. 여행의 마지막 의 사고는 다른 일행에게 많은 불편을 주었다.
잠깐의 방심으로 발목이 골절되어 4주를 진단받고 3주를입원하였다. 병원에서 기브스통속에 갇힌 발을 바라보며 이것은 아주 작은 사고인것인데, 엄살을 부리는것같았다. 퇴원을 하고도 통근 치료가 계속되었다. 목발을 의지해야만 걸을수 있는, 한쪽으만 기울어지는몸의 삼박자는 고장난 라듸오처럼 몸의 음율이 고르지않았다. .
내삶을 돌아보면, 지난날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초등학교때는 태풍에 밀려드는 물에 빠져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났고, 4 여년전에는 심장의 문이 열려 숨쉬가 힘들었다. 심장판막 수술로 회복실에서 2틀간의 홈미한 정신으로 겨우 깨어 났다. 수술한 그해 일년은 신우염과 대상포진등 병마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지나온것은 잊어버리고 사는게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일까, 지금도 평생 먹어야하는 심장약이 나의 삶의 지팡인것인것을 나는 깜박 깜박 잊고 있었다.
누가 말했던가, ‘좋은 일에는 마가 끼인다는, 호사다마(好事多魔), 사람은 누구나 겪는 인생 역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