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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재사랑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호산아
□ 2013.12.15.(일요일) : [2013-송년산행] ♣ 호남정맥 ‘임실 오봉산’ □
* [산행 코스] ‘소모마을’(완주군 구이면 백여리)→ <오봉산> 제1봉→ 제2봉→ 제3봉→ 제4봉→ 제5봉(정상, 513m)→ (제4봉)→ 국사봉→ 옥정호 ‘입석리’ 주차장(임실군 운암면) 하산
* [오봉산-제4봉 산기슭] — 오른쪽 옥정호를 옆구리에 끼고
☆… 오봉의 정상석(513m)을 배경으로 대원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계획에 따라 다시 4봉을 거쳐 국사봉을 경유하여 임실군 입석리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것이다. 아까 지나온 4봉과 5봉 사이의 산죽(山竹)의 군락이 있는 안부에서 남향받이 산기슭의 우회로를 이용하여 나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4봉에서 내려오는 능선 길과 만났다. 능선을 따라서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은 눈이 쌓여 있고, 갖은 풍상을 겪은 소나무가 겨울의 햇살을 받고 있었다. 길은 서서히 내려가다가 다시 가파른 오름길로 이어지고 다시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바라보니, 그림같은 옥정호의 수면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호수의 한 가운데 있는 붕어섬은 5봉에서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와 있다. 산의 능선 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풍경을 조금씩 다르다. 같은 풍경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내려가는 길, 완만한 산길이다.
* [국사봉 가는 길] — 하늘로 오르는 ‘천국의 계단’
☆… 안부(鞍部)에는 ‘마실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다. ‘국사봉(國師峰) 마실길’, 왼쪽으로는 임실 ‘학암리 마실길’이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문득 우뚝한 암봉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북서면으로 하얗게 눈이 덮인 국사봉은 가히 위압적이다. 아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암봉의 정상을 오르는 길은 수십 미터의 가파른 나무계단, 그야말로 천국(天國)으로 가는 계단이다.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나무계단은 매우 가파르고 또 그 간격이 커서, 떼어놓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매우 힘든 구간이다. 민(閔) 대장이 단번에 올라가리라 마음먹고 서둘러 차고 올라갔는데, 나중에 하는 말, ‘마지막 부분에서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오르기는 어렵지만 가파른 나무계단은 분명 이 산의 명물이다. 국사봉은 해발 고도가 그리 높지 않지만, 이 근처에서 오직 돌올(突兀)하게 치솟은 하나의 봉우리이므로 그렇게 고통을 참으며 차고 올라감으로써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정상에 설 수 있는 것이다.
* [국사봉에서의 조망(眺望)]① — 옥정호는 한 폭의 거대한 수묵화
☆… 드디어 국사봉(475m)에 올랐다. 정상의 둘레에 목재로 안전시설을 해 놓았다. 이곳은 동서남북 모든 풍경을 확연하게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점이다. 우선 산의 바로 아래 옥정호 호반을 휘감아 돌아가는 순환도로(749번 지방도로)가 산과 호수를 가름하며 뻗어있다. 싸늘한 겨울날, 하늘은 맑고, 오후의 햇살이 화사하게 내리고 있다. 공기 또한 청정하여 시야가 매우 좋다. 남쪽을 바라보니 밝은 햇살을 받은 옥정호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지느러미가 화려한 한 마리 금빛 금붕어(붕어섬)를 품고 있는 호수의 수면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멀리 호수를 가로지르는 운암대교의 아련한 모습,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묵방산을 비롯한 첩첩산군에 이르기까지 옥정호의 모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요하면서도 거대한 한 폭의 수묵화(水墨畵),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우러나왔다.
* [국사봉에서의 조망(眺望)]② — 천하(天下)의 강산(江山)을 가슴에 안을 수 있는 곳,
☆… 고개를 돌려 서쪽을 바라보니, 우리가 지나온 오봉산의 능선이 겨울잠을 자듯이 조용히 웅크리고 있고, 멀리 북쪽은 호남정맥의 첩첩산군이 아득하게 포진하여 하늘을 이고 있다. 동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섬진강 상류지역의 임실 농촌마을이 고즈넉하고 평화스럽다. 그런데 그 뒤로 멀리 포진하고 있는 산군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희미하지만 그 뒤쪽에 볼록하게 솟은 작은 암봉 두 개, 진안 마이산이다. 오봉산 3봉을 지나오면서 보지 못하고 지나쳐 온 마이산을 국사봉 정상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금남호남정맥의 중의 아주 특이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마이산(馬耳山), 그 암수 마이봉이 품고 있는 탑사(塔寺)의 옹달샘은 바로 이 섬진강 발원지 중의 하나이다.
* [국사봉에서의 사유(思惟)] — 하늘의 마음이 내린 옥정호, ‘상선약수(上善若水)’
☆… 국사봉은 오늘 오봉산의 다섯 봉우리를 주파하고 난 뒤에 보너스처럼 주어진, 등정(登頂)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옥정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하는데 최적의 장소이다. 바람은 싸늘하지만 겨울햇살이 화사하게 쏟아지는 국사봉에서, 이렇게 천하(天下)를 한 가슴에 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여간 감동스럽지 않다. 나만의 감상일까. …
☆… 이제 한 해가 저무는 세밑이다. 할 일은 많고 마음이 바쁜 계절이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우리의 강산(江山)을 바라보며,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 사랑하고 아파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생각한다. 인간성의 상실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고통이 늘 우리를 짓누르고 있지만, 이러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내 일찍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면서 ‘인생이란 결국 아픈 사랑’이라고 갈파한 바 있지만, 인생의 또 한 구비가, 거침없이 흘러가는 세월의 고개를 넘고 있다. 우리는 저 가없는 ‘하늘의 뜻’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 나는 그 ‘하늘마음[天理]’이 이 옥정호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유역의 모든 생명(生命)들을 안아 키우는 섬진강의 물줄기, 댐으로 가로 막으니 물은 저렇듯 순연히 고이고, 그것은 다시 수많은 생명을 위하여 때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서 노자(老子)가 말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천하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물과 같다. 국사봉의 유래가 이곳의 명문 집안에서 ‘나라의 스승[國師]’을 넷이나 배출하여 생긴 것이라고 한다. 내 오늘 여기에서 나라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다시 한번 상선약수의 가르침을 겸허하게 받들고자 한다.
上善若水 (상선약수) (천하에) 지극히 올바른 것은 물과 같습니다.
水善理萬物而不爭 (수선리만물이부쟁)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툼이 없습니다.
處衆人之所惡 (처중인지소오)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무르니
故幾於道 (고기어도) : 그러므로 (물은) 도(道, 참된 진리)에 가깝습니다.
居善地 (거선지) : 머물게 되면 머무는 곳을 이롭게 하고
心善淵 (심선연) : 마음을 쓰게 되면 깊이가 있으며
與善仁 (여선인) : 더불어 하게 되면 어질게 조화를 이루고,
言善信 (언선신) : 말을 하게 되면 믿음을 더하며
正善治 (정선치) : 물은 항상 평형을 이루듯 정치를 올바르게 하며
事善能( 사선능) : 일은 하게 되면 물처럼 순리를 따라 능히 잘 하나니
動善時 (동선시) : 행동을 할 때에는 시의적절하게 하며
夫唯不爭 (부유부쟁) : 어떤 일에도 다툼이 없으므로
故無尤 (고무우) : 그러므로 물은 허물이 없습니다.
— 노자(老子)『道德經』(제8장)
* [국사봉 조망대] — 옥정호의 물안개, 별유천지의 선경(仙境)일레
☆… 옥정호를 조망하는 여기 운암면 입석리 국사봉은, 우리나라 사진작가들에게는 최고의 촬영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우리 산악회 지평 민창우 대장과 형조 김화영 위원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생명이 약동하는 부드러운 신록의 봄, 싱그러운 넘실거리는 여름, 파란 하늘과 화려한 단풍이 수놓는 가을, 순백의 눈이 온 세상을 덮는 그 차가운 겨울에 이르기까지 모든 풍경들이 예술가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의 산들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담수호의 맑은 수면 위에 은은히 피어오른 뽀얀 물안개, 그것이 호수의 골짜기를 가득 채워 안개바다[雲海]를 이루는 이른 아침의 옥정호의 풍경은 그야말로 별유천지(別有天地)의 선경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국내외의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에 모여든다고 했다. 그런 성수기에는 국사봉 곳곳에 시설해 놓은 조망대에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다. …
☆… 국사봉에서 입석리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도 암벽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절경인데, 곳곳에 옥정호를 조망할 수 있는, 깔끔한 나무 테크의 전망대를 설치하여 놓았다. 탐방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지자체의 정성의 손길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산의 절벽이나 바위, 거기에 어우러진 우아한 소나무의 자태,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서 곳곳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화사한 겨울햇살을 받은 옥정호의 풍광을 바라보며, 말없이 안복을 즐겼다. 오늘 비록 겨울 가뭄으로 수량이 풍부하지 않으나 그것이 또한 겨울호수의 자연스러운 실경이니 그 자체가 얼마나 은혜로운 풍경인가. 하산하는 길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후미로 내려왔지만 정해진 승차 시간보다 30분이 빨랐다.
* [송년 산행] — ‘오봉산-국사봉’, 감동의 산행
☆… 오후 3시 20분, 임실군 입석리 주차장에 도착, 모든 대원이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 주차장에는 오늘 몸이 불편하여 우리 산행 들머리의 반대편인 이곳에서 국사봉에 올랐던 김의락 총무와 남정균 부회장, 그리고 전풍국 사장이 동반한 강 사장을 비롯한 산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남녀 벗들이 어울려 ‘분위기 좋은 하루’를 보낸 전 사장 일행이 어떻게 좋은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했다. …
☆… 회원들의 무사 산행을 확인한 후, 오후 3시 28분, 서울을 향하여 입석리 주차장을 출발했다. 예정보다 30분 이른 시간이었다. 아까 산 위에서 보았던 749번 옥정호순환도로를 따라 가는 길, 아직도 겨울의 햇덩이는 하늘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왼쪽의 호수를 끼고 달리는 호반의 드라이브 코스, 쾌조의 진행이었다. 약 10여 분 뒤, 운암대교를 가로질러 지나갔다. 익산에서 순창으로 향하는 27번 국도의 운암대교가 옥정호 위를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운암대교는 1989년, 27번 자동차전용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건설된 것인데, 주위의 풍광과 어울려 아주 아름다운 교각이다. 차는 서전주I.C에서 호남고속도로에 올라 일로 서울을 향해 쾌주했다. 경부고속도로는 버스전용차로가 있어 전혀 막힘이 없었으므로 아주 편안하게 상경했다. 서울까지 두 시간 남짓 걸렸다.
▶ [에필로그(Epilogue)] — 2013년의 산행을 마무리하며 …
☆… 2013년 12월 송년 산행, 전라북도 완주군와 임실군의 경계인, 오봉산의 능선을 타고 옥정호의 가경을 바라보며 뜻 깊은 산행을 했다. 이렇게 무사하게 한 해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일 년 동안 산을 타고 오르며 고락을 함께한 산우들, 더욱 인간적인 유대감이 돈독해졌다. 산을 통하여 사람이 건강하고 사람을 통하여 무연한 자연이 생명의 의미로 살아났다.
☆… 돌이켜 보면, 지난 1월에는 정선의 장엄한 가리왕산 눈 덮인 능선을 달렸고, 2월에는 강원도 홍천 백두대간 구룡령을 기점으로 갈전곡봉-가칠봉의 험준한 눈길에서 겨울 산행의 묘미를 만끽하였으며, 3월에는 우리 새재사랑산악회의 본향인 문경의 대미산을 오르고 그 산록에서 ‘2013-시산제(始山祭)’를 경건하게 올렸다. 이날 시산제의 음복(飮福)은 우리 산악회 장병국 회장의 형님 내외분이 사시는 동로면 안생달 본가에서 베풀어졌다. 가형 장병운 님과 인정 많으신 형수님이 손수 손두부를 빚고, 단호박죽을 쑤고, 싱싱한 배추로 겉절이를 담가서 풍성하게 상(床)을 차렸으니 그 넉넉한 정성을 잊을 수가 없다.
☆… 그리고 4월에는 차박(車泊) 산행으로 멀리 전라남도 영암의 월출산을 가로질러 넘었는데, 산정 부근의 때늦은 눈꽃이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었다. 지금도 우리들 마음의 사진첩에 그 풍경이 선명하다. 5월에는 비가 내리는 우중이었지만 충청북도 제천에 있는 가은산에 올라 싱그러운 신록의 산길을 걸었는데, 울창한 소나무, 전망 좋은 바위에서 청풍명월 충주호의 풍경을 바라보며 퇴계 선생의 사랑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6월에는 인제 한계령을 기점으로 하여 청정 기운이 넘실거리는 백두대간 서북능선을 타고 장엄 대청봉에 올라 환호했으며, 그 맑고 깨끗하게 열린 시야로 말미암아 설악산 용아장성, 공룡능선, 화채능선, 울산 바위는 말할 것도 없고 동해와 속초, 그리고 점봉산에 이어 멀리 남으로 내달리는 백두대간 연봉을 조망할 수 있는 안복을 누렸다.
☆… 예년에 없는 긴 장마가 계속 되던 7월에는, 강원도 횡성의 발교산에서 운무 자욱한 능선 길을 걸으며 가슴을 적시고 봉명폭포를 지나며 시원하게 귀를 씻었다. 이날 꽁지 문(文) 사장이 준비해온 홍어무침과 시원한 막걸 리가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연일 열대를 방불케 하는 염천이 기승을 부리는 8월, 다시 횡성의 어답산을 찾아 명품 낙락장송을 어루만지며 청산 속에 숨어있는 고즈넉한 횡성호를 조망했다.
☆… 중추절을 앞 둔 9월에는 서울 근교의 북한산 숨은벽과 영봉의 능선을 타고 내려와 우이동 청운산장에서 흥겨운 뒤풀이를 했다. 그리고 10월에는 차박(車泊) 산행으로 멀리 경상남도 양산의 신불산-영취산 갈대밭을 누볐고, 11월에는 월악산 국립공원 북바위산을 타고 내리면서 하늘재의 사연과 마의태자-덕주공주의 슬픈 이야기에 젖기도 했다. 모든 산우들이 풍만한 감동을 안고서 돌아왔다. 이날 저녁, 서울 구의동의 민속식당에서 꽃구름 한영옥 부회장이 발사한 구수한 손칼국수로, 참으로 훈훈한 귀가길이 되었다.
☆… 2013년 한 해,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변함없이 알차고 감동적인 산행을 했다. 특히 회원들에게 항상 좋은 산행지를 선정하여, 가는 곳마다 자연과 한마음이 되도록 감동을 제공한 민창우 대장과 김화영 산행전문위원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산악회를 위하여 정성을 다하고 있는 장병국 회장과 김의락 총무를 위시한 부회장과 부대장 등 모든 임원의 뜨거운 사랑은 참으로 은혜로운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 산우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 2014년, 새해에도 더욱 건승하시기를 빈다. …♣ <끝>
첫댓글 한해 산행을 마무리 잘하셨네요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