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하고 안 놀아> (현덕 동화집 / 송진헌 그림 / 원종찬 엮음) 2023 (주)창비
발제자 : 현 은 주
발제일 : 2023. 11. 10
1. 작가 소개
✱현 덕
#출생과 성장
본명은 현경윤(玄敬允)이다. 3남 2녀 중 차남으로, 1909년 2월15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현덕이 손수 작성한 <자서소전>에는 “출생은 삼청동 지금 세균검사소 뒤 별장”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삼청동 별장”은 무관으로 종2품까지 오른 조부 현홍택의 위세를 반영한 것이다. 재력이 있는 위세 당당한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현덕은 자신을 밑바닥 인생과 하나로 여기면서 살았다. 그가 어렸을 적에 부친이 사업을 한다면서 가산을 모두 탕진해 버린 탓이다. 현덕은 가난 때문에 매우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오로지 모친 한 분의 손으로 유지해가던 집안 살림은 비참했고 조부, 당숙의 집을 돌며 몸을 붙였다. 초등 시절 현덕의 몸은 허약했지만, 학교 성적은 뛰어났다. 그러나 제일고보에 입학한지 1년도 채 안 돼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만다.
#등단과 문단 교류
제일고보를 중퇴하고 현덕은 “창백한 병적인 생활”을 겪는다. 염인증으로 거리를 나가기 두려워하였고, 칩거벽으로 도서관엘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도스토옙스키를 알게 된 것으로 광명을 얻은 듯이 감동했다고 한다. 현덕은 나름 결심을 하고 세상과 부딪치기 시작하면서 공사장에서 토공 생활을 하기도 하고 현해탄을 건너 신문 배달, 막노동을 하며 최하층의 생활을 했지만, 그의 허약한 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에게 문학은 다른 일에 소용이 닿지 않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최후의 한 가지 일이었다. 이때 김유정과 만남은 그에게 운명적이었고 유정을 만나면서 문학에 대한 뜻을 더욱 굳혔다. 유정의 집을 드나들며 유정의 단짝인 안회남을 만나고 그를 통해 문단의 여러 인사와 교류할 수 있는 창구를 열었다. 작가로 등단한 이후에도 현덕은 누이동생에게 용돈을 받아 쓰며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고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골목>, <잣을 까는 집>, <군맹> 등 도시빈민촌을 무대로 한 작품들을 남겼다.
#조선 문학가 동맹 활동과 월북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의식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던 작가들에게 새로운 민족문화의 건설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아가게 한 계기가 되었다. 현덕은 제1차 전국문학자대회에 참가하고 소설부와 아동문학부의 위원에 소속되었다. 서울시지부 소설부 책임자였고, 대중화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출판부장을 맡아 기관지 [문학]의 편집일을 본다. 일제시대에 쓴 작품들을 모아 소설집, 동화집, 소년소설집 등을 펴내는 한편으로, 아동 잡지에 소년소설을 새로 연재하기도 했다. 1950년 6월 28일 북한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하자 월북했거나 지하로 숨어들었던 작가 예술인 대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해 9월, 남조선 문학가 동맹의 제1 서기장은 안회남, 제2 서기장은 현덕이다. 현덕은 ‘9.28 서울수복’ 시에 아우와 월북을 한다. 그리고 다음 해 ‘1·4 후퇴’ 때 어머니와 처자식을 모두 데리고 갔다. 호적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 아내와 두 딸이 있다. 월북과 동시에 현덕은 작가단으로 배속되어 활동을 전개한다. 하지만 휴전 직후 남로당 계열 문인들에 대한 숙청 작업이 한창이던 때에 그의 작품은 신랄하게 비판당한다. 현덕의 이름이 다시 나타나게 되는 때는 1960년을 전후한 시기이다. 그는 1962년 단편소설집 <수확의 날>을 펴낸다. 이후로 그의 이름은 다시 발견되지 않는다. 북한의 문학사는 현덕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 그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출처 : 현덕 전집(원종찬 편)
✱송진헌
1962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고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도하늘말나리야>, <아기 구리네 봄맞이> 등에 그림을 그렸고 <삐비 이야기>를 쓰고 그렸습니다.
2. 주요 작품(현덕)
소설
1938.1.8.~25<남생이>,
1938.4.10.~23<경칩>,
1938.06.16.~19<층>,
1938.7 <두꺼비가 먹은 돈>
1939.1 <이놈이 막내올시다>
1939.3 <골목>
1939.4 <잣을 까는 집>
1939.6.16.~7.26 <녹성좌>
1940.2.24.~3.29 <군맹>
소년소설
1938.8 <하늘은 맑건만>
1938.10 <권구시합>
1938.11 <고구마>
1939.1 <군밤장수>
1939.6 <집을 나간 소년>
1939.10 <잃었던 우정>
1940.2 <월사금과 스케이트>
1946 <나비를 잡는 아버지>
1946 <모자>
1946.3 <행진곡>
1947.5 <아름다운 새벽>
수필
1939.5 <부엉이>
1939.6 <살구꽃>
1939.9 <장발기>
1939.9.15.~16 <지연>
1939.12 <잊을 수 없는 그대여>
1941.6 <할미꽃>
작품집
1946 <집을 나간 소년>
1946 <포도와 구슬>
1947 <토끼삼형제>
1947 <남생이>
1949 <광명을 찾아서>
월북이후
1951 <하늘의 성벽>
1951.5 <복수>
1951 <첫 전투에서>
1959.1 <부싱쿠동무>
1959.7 <수확의 날>
1961.9 <싸우는 부두>
1962 <수확의 날>
1960.3.1. <잊혀지지 않는 사랑>
1960.4.26. <새로운 창작적 열의로-소설가 현덕과의 담화>
3. 책을 읽고.
책 한 권을 통해 이렇게도 순수한 천연 그대로의 동심을 가진 어린이들의 세계를 연이어 볼 수 있어 마음이 맑아지고 가슴속까지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마치 어떤 아이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 보고 있는 듯합니다. 이 책은 총 37편의 단편 동화로 이루어졌지만, 등장인물이나 장소, 배경이 모두 일관성 있게 구성되어 한편의 연작 동화 같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끊기는 감정 없이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하며 몰입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인 노마, 기동이, 영이, 똘똘이는 같은 동네에 살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소꿉친구들입니다. 모두 다 때묻지 않은 천진함을 공통으로 갖고 있지만, 각자의 개성은 뚜렷하게 다릅니다. 노마와 기동이는 골목대장 자리의 자웅을 가리며 힘겨루기를 하는 듯하지만, 노마는 자연에서 방법을 찾고, 갖고자 하는 것을 상자갑으로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슬기와 지혜, 영리함이 있는 아이처럼 보입니다. 반면, 기동이는 있는 집 자식 티를 숨기지 못해 밉상으로 전락해 버리는 철부지의 모습이 있습니다. 영이는 새침떼기 같지만,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울 줄 아는 의젓함이 있고 똘똘이는 제일 어린아이인 듯 순수함이 가장 돋보입니다.
이런 각각의 차별적인 특징을 갖고 있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기에 아무리 동심이 있어도 갈등과 대립은 필연적인가 봅니다. <물딱총>, <옥수수과자>, <싸움>, <포도와 구슬>에서 미묘하고도 소소한 갈등들이 보이지만 “놀이”라는 활동이 ‘위대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해 줍니다. 주인공들은 놀이로써 생채기 난 감정을 극복하며 행복을 느끼고 용기와 지혜를 배우며 성취를 이뤄나갑니다. <물딱총>, <옥수수과자>, <과자>, <강아지> 단편에서 넉넉지 못한 집안 아이들이 느끼는 설움을 <새끼전차>, <토끼와 자동차>, <바람하고>, <기차와 돼지>, <토끼 삼형제>의 이야기처럼 밝고 희망적이면서 천진하고 유희적으로 이겨나갑니다. 그러면서 친구들 앞에서 으스대던 기동이도 저절로 노마네로 동화되어 들어갑니다.
이 주인공들에게는 흙, 모래, 돌 등 자연의 모든 것이 장난감이 되고 동물을 흉내 내고 바람 같은 자연현상에 감정을 실어 넣을 줄도 알고 자신의 옷가지와 몸을 활용하며 놀 줄 아는 현명함이 있습니다. 특히 <토끼 삼형제>, <바람하고>에서의 놀이는 제가 주인공들에게서 느끼는 지혜로움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기발하다. 참신하다. 저 비록 서민이지만 내 아이들의 놀이 선생님으로 초대하고픈 욕심마저 들었습니다.
이 책의 37편의 단편들을 통해 놀잇감이 없어 놀이가 더 풍부했던 아이러니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또한, 놀이의 놀라운 발견뿐만 아니라 <용기>, <실수>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픈 교훈적인 사실도 빼놓지 않았음을 보았습니다. 특별한 큰 이벤트 없이 소박하고도 사실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져 쉽게 공감, 동화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동화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현덕의 동화들은 1938년 5월부터 1년 남짓한 기간에 대부분 씌여졌다고 하는데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시대적인 절망의 모습이 투영된 이야기는 이 책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밝고 건강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은 기운으로 충전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불행과 설움은 최소한으로, 기쁨과 즐거움은 최대한으로 표현함으로써 아이들을 지키고,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져 옴을 느낍니다. 더불어 “이 나라의 미래는 너희들이다.” 라는 현덕 작가의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도 들리는 듯합니다.
4. 이야기 나누기
- 동화를 읽고 느낌을 나눠보아요. 와닿는 단편은 무엇일까요?
- 어릴 적, 놀이와 관련된 추억이 있나요? 재밌는 놀이가 있다면 공유해 보아요.
- 동화뿐만 아니라 현덕의 다른 작품 속에도 “노마”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작가에게 “노마”는 어떤 의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