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의 <니거 아들이 니보다 잘둔다 안켔나?>에 대한 답변
300자 댓글로는 갑갑해서 또다시 바둑얘기를 하겠네.
얼마전 9시 뉴스에 서울대학교에선가 연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바둑을 두는 사람들의
뇌는 바둑을 두지 않는 일반사람들과 뇌의 구조(형상)가 다르게 생겨 이를 장려하면
치매같은 병의 치료에도 활용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론 우리 처럼 아무 생각없이 한 판 두는데 7~8분 밖에 소요되지 않는 사람들은
해당되지 않겠지만 한국기원의 연구생들을 대상으로 촬영을 하고 정밀검사를 한 결과
일반인과는 그 구조가 다르다 하니 ― 게다가 바둑이 두뇌스포츠라하여 이미 스포츠종목에
속해 있기도 하니 일단 유승도 바둑을 적당히 계속하게나 훗날 경로당에서 고스톱 치는 것
보다는 얼마나 보기가 좋겠는가?
동네바둑이든 군대바둑이든 대체로 바둑을 둘줄 아는 사람들은 모두 7급이라한다.
군대 제대 후 나도 누가 물으면 7, 8급 둔다고 인터넷바둑을 두기 전까지는 그렇게
대답했다.
내가 대리쯤 되던시절에 우리회사 개발실 직원만 오십여명이 되었는데 그 중 바둑인구가
20여명 되어 일년에 두 세번 정도 풀리그로 바둑대회를 열어 점심시간만 되면 두사람씩
시험실에 쪼그려 앉아 바둑을 두었다. 나보다 고수는 아마1단인 우리 부장님을 필두로
너댓명 밖에 되지않았는데 내가 바둑을 하도 좋아하니 나를 중심으로 급수를 책정하여
시합을 했는데 나도 두어번 부상으로 선풍기를 탔다.
바둑이란 남녀노소가 함께 할 수 있고 하수와 고수가 시합을 할 수 있으며 한 사람이 시합중
화장실을 가든 식사를 하고 오든 아무 관계가 없는 참으로 기묘한 스포츠가 아닌가?
고스톱 치다가 화장실 간다면 상대가 가만놔두지를 않을 뿐더러 자기 패를 훔쳐 볼까봐
가지도 못할 것이고, 플라이급과 헤비급선수를 같이 링위에서 싸우게 하면 게임이 성립
되겠는가? 또 중학교 축구팀과 프로축구팀이 시합을 하면 어느 쪽이 이길까?
그러나 바둑이란 근육질의 남자와 말라깽이 남자가 한 수를 하든, 할아버지와 손자가
두든, 남편과 아내가 두든, 3단과 7급이 한판 승부를 걸든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니
이 얼마나 좋은 스포츠인가?
그 후 몇년 뒤에 나는 큰 맘 먹고 종로에 가서 그 유명한 오리지날 한일 바둑판을 하나 장만했다.
당시 내 월급의 절반가량 되는 바둑판으로 우리집 재산목록 제1호로 애지중지 하였으며 지금도
비교적 잘 보관하고 있다.(그런데 인터넷바둑이 생기면서 그냥 관상용이 되어버렸다.)
그럼 본론으로 우리 아들놈 얘기를 잠시 할께
우리 아들놈이 국민학교 5학년 때였는데 피아노학원이다 뭐다 하더니만 어느날 바둑학원에
다닌다는 것이었다. 가끔 나하고 한 수도 하고 참 좋겠다 싶어 내심 반가웠고, 덕분에 나도
같이 공부한다는 핑계로 주간바둑지를 구독까지 했다.
한 달쯤 지났을 무렵 불러 앉혀놓고 한수하자고 했는데 내가 평소 애를 좀 엄하게 다뤄서인지
이놈이 손만 떨고 제대로 착수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 괜히 나한테 또 야단만 맞고 주눅만 더
들게 만들고 말았다.
3개월 정도 학원을 다닐 무렵 또 한번 한 수 하자고 불렀다.
그런데 아무리 동네바둑이지만 그래도 어디가든 고수쪽에 속하는 내 25년 바둑이 아들녀석
3개월짜리 바둑에 힘 한번 못써보고 KO패 당하고 말았다.
나름 고수들한테 시달려보기도하고 산전수전 다 겪어본 바둑인데 도무지 바둑이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이럴 수가? 아무리 별 수작을 다부려봐도 도대체 바둑이 성립이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아들놈과는 단 한 판도 바둑을 둔 적이 없다네.
흥미가 싹 가셔버렸다네.
그 후 우리 아들녀석은 원장이 싹수가 있다고 부산으로 보라매공원으로 잠실로 데리고 다니
면서 시합하러 다니기 시작했는데 트로피며,도자기며 그리고 조훈현 부채 등을 타다 날랐다.
학원 다닌지 5개월 되던 때 내가 학원을 중지시켜렸다. 바둑에 빠질까봐
바둑이 취미여야지 너무 고수가 되어버리면 상대가 없어 재미도 없을거라 설득했다.
참 웃기는 것은 학원 중지한 이 후로 그녀석은 단 한 번이라도 바둑을 거들떠 보는 법이 없었다.
나 또한 둘이서 무료하게 있어도 한 번도 바둑을 두자고 해 본 적이 없었다.
바둑의 오묘함이 또 한 가지 더 있는데 아무리 오랜 세월 바둑을 두지 않아도 실력이 별로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아들놈이 제대를 하고 복학을 준비중이던 어느날 한 번도 쳐다보지 않던
바둑을 한번 둬 본다더니 한게임에서 아마1단 정도는 된다더군 그래도 나는 그녀석한테 질려
한 수하자는 말이 안나왔다.
<유승>의 물음에 답하려고 아까 전화를 해봤더니만 그 때 잠깐 둔 이 후에는 바둑을 둬본 적이
없다는데 1단에서 시작해 2~3단 하다 말았다더군.
그렇다면 그동안 기원이다 인터넷이다 하며 죽자고 둔 나하고 비슷한 것같기도 한데
그러나 지금도 나는 아들녀석과 바둑 한수 할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다.
첫댓글 히히히 임자 만났군 그러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요새는 나는 놈 위로 엎여 가는 놈 있단다. 그 길로 키웠으면 프로기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아쉽네. 하기야 프로바둑기사 그거 한심한 직업 아니가. 근데 이번에 중국 심천인가 아시안게임에 바둑도 종목이던데 이창호와 이세돌인가 하는 선수가 나가는 모양이던데, 바둑이 스포츠가?????
니 어디가도 겸손해라 니는 늘 잘 하고 있지만서도. 어디에 또 고수가 숨어 있는지 모른다. 몇년 전 라디오에서 조영남이가 제딴은 스케이트를 좀 배워 잘탄다고 지거들 한테 폼내고 거들먹거렸다네, 어느날 아나운서 김동건앞에서 거품물고 스케이트는 이렇게 탄다고 폼 잡는데 그 김씨가 스케이트를 타더니 유유히 뒤로가더라네, 고수가 아니고는 뒤로 못가나봐. 그 뒤로 어디가서 스케이트 좀 탄다고 일절 말 안한단다.
또 한가지 이야기는, 제 딴은 나름 단전 호흡의 도사가 되었다고 자신하며 천하의 도사들과 겨뤄볼려고 돌아다니던 중에 하루는 허름한 암자(토굴)에서 하루 밤을 유하게 됐는데 행색이 남루한 노스님 앞에서 단전 호흡이 어떻니 저떻니 일장 있는 폼 거창하게 야기해도 들른척도 안하더래. 그래 한 밤중에 같이 잠을 자면서 보니께네 그 스님의 호흡길이가 3분이 넘더래. 아마 신선의 경지에 거의 달했나보더래. 그 자칭도사. 날도 새기 전에 줄행낭을 쳤다나. 참고해라!
괴산인가? 더위는 잘 쐬고 왔는가? 단전호흡 얘기가 나와서 얘긴데 내가 한 3개월 해봤는데 그것만큼 좋은 운동(?)은 없더라
단전호흡에도 氣가 있는지 모르지만 결국은 맨손체조와 스트레칭 게다가 인체의 내장들을 움직이거나 자극을 주는 것들인데
효과는 확실하더군. 한때는 유행처럼 더러 있더니만 지금은 흔적도 없더구만. 가까이 있으면 한번 더 해보고 싶은데.
사실 인간의 몸이란 건 골고루 움직여 주면 궂이 그런 지도를 받을 필요까지는 없는데 게을러서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
이번에 내려가면 저랑 바둑 한 판 두면서 사진 한 방 찍으셔야됩니다~
추석에 한판두고 결과보고서 써라.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