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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멍, 쉬멍, 걸으멍 <1> 곶자왈 올레 "이 것이 진짜 제주 속살이다"
제주올레 14-1코스,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천연 원시림인 '곶자왈'과 오름을 따라 5~6시간 걷는 코스다.
코스 난이도: 상(곶자왈에서 길을 잃으면 위험, 반드시 두명이상 함께 다녀야 함)
휴일인 24일 등산복과 등산화를 갖추고 제주시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는 제주올레 개장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제주올레' 공식 개장 행사에 참여하기는 처음이다.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곶자왈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것과 혼자 걷기에는 위험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올레 개장 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이다.
여기서 곶자왈에 대해서 잠깐 소개하겠다.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제주말로 곶자왈이라고 한다. 제주섬 밑에 형성돼 있는 공기 주머니와 통하는 구멍(제주에서는 숨골이라고 한다)이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보온 보습 효과가 있다.
북쪽 한계 지점에 자라는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남쪽 한계 지점에 자라는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이다. 한겨울에도 푸른 숲을 유지하는 곶자왈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빗물을 지하로 내려보내 지하수를 함양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 '제주의 허파'로 불린다.
오전 8시30분 제주종합운동장 야구경기장 광장에 도착해보니 '제주올레'의 열기를 새삼 느꼈다. 10대의 관광버스가 줄지어 주차해 있는 곳으로 한껏 멋을 낸 '올레꾼'들이 몰려들었다. 오전 8시40분부터 버스가 목적지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일찍 도착한 올레꾼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정원을 채운 버스 3대는 이미 출발했다.
@제주올레 개장 행사에는 제주시 종합운동장과 서귀포시 3호광장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왕복 이용료 5000원)를 운행한다.
오전 9시 30분 예술인마을로 유명한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마을회관. 저지리 마을회관은 제주올레 제14코스(제주시 한림항~저지리)의 종점이기도 하다. 셔틀버스에 나눠타고 도착한 1000여 명의 등산복 차림의 올레꾼들이 북적거렸다. 올레코스를 안내하는 표지석과 제주조랑말을 본 떠 만든 파란색 이정표 '간세(게으름의 제주사투리)'도 손님들을 맞이했다. 마을회관 앞마당에는 지역 특산물과 올레 기념품을 판매하는 간소한 판매대도 보였다.
@올레 14코스 안내 표지석과 올레 마스코트인 조랑말 모양 '간세'가 귀엽네요.
@기념품 판매대.
공식적인 올레 개장행사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시작이지만 '걷기' 여행이 주는 '여유와 자유로움' 답게 출발도 자유롭게 이뤄졌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올레꾼들은 저지리 마을안길서 시작되는 올레길로 들어섰다. 마을안길은 전형적인 올레길로 어른 키 높이의 돌담길이 정겹게 잘 정돈돼 있었다.
마을 어귀에 심겨 세월을 느끼게 하는 폭낭('팽나무'의 제주사투리) 쉼터와 저지밭길을 벗어난 올레꾼들은 소와 말이 이동 통로였던 농사용 트럭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흙길을 따라 강정동산(3.7㎞ 지점)에 올랐다.
@제주지역 마을마다 쉼터로 활용되는 폭낭쉼터.
단순한 걸음으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번 코스의 첫 번째 포인트인 문도지오름(5㎞ 지점·제주시 한림읍 금악리·높이 260.3m)이 올레꾼을 맞이했다. 초승달처럼 생긴 등성마루를 따라 10여 분간 오르니 오름 정상은 남북으로 길게 휜 말굽형태를 띠고 있었다. 동북쪽 방향으로는 한라산 정상과 봉긋봉긋 솟은 오름들, 서쪽으로는 수월봉과 차귀도, 남쪽으로 종을 엎어놓은 모양의 산방산, 발아래 야트막하게 펼쳐진 곶자왈은 정돈된 정원처럼 펼쳐졌다. 사방(四方)이 탁 트인 전망은 가히 제주의 오름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오름 정상에서 산들거리며 불어오는 봄바람에 땀을 식힌 올레꾼들은 발걸음을 저지곶자왈(6.5㎞ 지점)로 옮겼다. 오름 정상에서 황홀한 전망에 넋 놓고 있으면 큰일. 울창한 삼나무 숲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다. 마스코트인 '간세'와 나무가지에 걸린 표지 헝겊을 잘 살펴야 된다.
저지곶자왈은 제주 서남부 지역에 분포하는 월림-신평 곶자왈 가운데 식생이 가장 잘 보전된 곳이다. 곶자왈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무성한 숲의 생명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저지곶자왈 입구.
@돌담은 제주의 옛 목축문화의 하나인 잣성이다. 잣성은 소와 말이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경계 역할을 했다.
@곶자왈에 자생하는 새우란.
녹나무와 생달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등 녹나뭇과의 상록 활엽수가 울창하게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듯했다. 제주 화산석으로 정돈된 올레길을 따라가다 보니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새우난이 올레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일부 구간에는 제주의 옛 목축문화의 상징인 마을 공동목장의 경계를 짓기 위해 쌓았던 잣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연 학습장이었다.
@동물농장 숲길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목장 주인이 쳐놓은 철조망에 '간세'모양의 출입문을 달았다. 문을 잘 닫아야 동물들이 농장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저지곶자왈을 빠져나온 발걸음은 동물농장 숲길(7.9㎞ 지점)을 거쳐 오설록 티 뮤지엄의 녹차밭(10㎞)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무릉곶자왈(항물·13.5㎞), 영동케(봉근물·14.5㎞),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 인향마을(16.2㎞) 등을 지나 이 코스의 종점인 무릉2리 생태학교(17.5㎞)까지 이어졌다.
@자연석으로 만든 화살표.
@오설록 녹차밭.
@오설록 박물관
@오설록 녹차밭.
@무릉곶자왈 안에 있는 물 웅덩이. 소와 말을 방목하던 시절에 동물들의 물을 먹이던 곳이다.
@무릉 곶자왈 숲길.
@올레꾼이 곶자왈에 잡은 올챙이.
@오설록 박물관 인근의 보리밭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인향마을 풍경. 경운기를 개조한 화물 자동차에 시선이 끌린다.
@드디어 종착지인 무릉리 생태학교. 이 곳은 올레 12코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무릉2리 주민들이 종착점인 생태학교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무료로 나눠주며
올레꾼들의 갈증을 적셔주고 있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이번 코스는 '제주의 허파'이자 천연 원시림인 곶자왈 중에서도 식생이 가장 잘 보전돼 있는 저지곶자왈과 오름, 녹차밭을 고루 체험할 수 있는 중산간 숲길 올레"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