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축구는 포지션별 역할분담이 분명했다. 수비수는 수비에 전념하게 되어있었고 공격수는 공격만 잘하면 수비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모든 팀이 예외 없이 사용하며 수비와 공격이 따로 없다는 토털축구로 불리는 전술은, 수비수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골을 넣기도 하며 공격수가 수비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돈을 버는 데도 마찬가지이다. 수익성 있게 돈을 버는 능력은 기본이고 원금손실을 하지 않도록 위험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하며 계획적이고 지혜롭게 돈을 관리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결국 돈을 잃지 않도록 위험에서 피하고 적절히 관리할 수 없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보았자 한강에 돌 집어넣는 격이 된다. 그러기에 이 세 가지 능력을 빠짐없이 지녀야 지혜롭고 능력 있는 종이 되어 하늘곳간의 열쇠를 맡을 자격을 갖추게 될 것이다.
위험을 알고 피하는 능력을 갖추라.
잠 22:3 슬기로운 자는 재앙을 보면 숨어 피하여도 어리석은 자는 나가다가 해를 받느니라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위험을 알아차리고 피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생명을 찾는 포식자를 비롯해 온갖 위험이 도사린 자연에서 생존하며 종족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 물론 모든 동물에게 행운이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느 곳에나 자신에게 닥치는 위험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짐승은 포식자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돈을 버는 세계에도 이러한 위험은 도처에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의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들은 소중하게 모은 재산을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불행에 맞닥뜨릴 것이다. 공무원이나 군인, 교사직에서 정년퇴직하였거나 스스로 사표를 내던지고 나온 이들이 오랜 고심 끝에 투자나 사업을 시작하면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수십 년 동안 무풍지대에서 또박또박 월급을 받고 살아온 이들에게 먹고 먹히는 살벌한 경쟁이 난무하는 투자나 사업세계의 위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기에 발생하는 결과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변명으로 실패의 이유를 궁색하게 대겠지만 방비를 단단히 하지 못한 퇴직자들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다. 충분히 준비하고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이들은 사업이나 투자의 위험에 무지하여 적절하게 피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투자나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의 고배를 마시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익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린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렌 버핏도 연 10%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투자가들은 연10%의 수익률은 성에 안찬다. 대박이나 한방에 눈이 먼 이들의 행태는 ‘묻지 마 투자’로 나타난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급부상하는 시절에는 주식시장이든 부동산시장이든 그 가치나 시세는 꾸준히 오르기 마련이다. 부동산시장은 과거 3~40년 사이에 수백 배의 가치가 뛰어버렸다. 그래서 땅이나 아파트에 투자하면 무조건 대박을 터트리는 것이 당연한 걸로 믿는 이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동안 허술하던 법망도 제법 정비가 되어 투기꾼들이 자리를 잡기 어렵게 만들었고, 아파트도 건설회사에서 말뚝만 꽂아놓으면 청약이 넘쳐났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이젠 지방이든 수도권이든 어디서나 미 분양된 아파트가 널려있다. 은행에서 빚을 얻어 덜컥 샀다가는 수익은커녕 헐값에 팔고 빚더미에 앉는 것은 예사이다. 주식투자로 비롯되는 금융투자도 예전만 못하다. 지금은 과도한 위험을 회피하고자 개인들도 직접투자에서 펀드투자로 돌아섰지만 장기투자에서 돈을 잃지 않는 것만 해도 잘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개인들은 거액의 뭉칫돈을 쥐락펴락하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의 눈치를 잘 살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율이나 유가, 금융시장의 붕괴 등 예측할 수 없는 악재가 항상 도사리고 있어 언제 반 토막이 날지 모르는 위험에서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러기에 안전은 기본이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방법을 명심하지 않는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이 탁월한 선택이다. 알고지내는 주변사람들을 살펴보라. 한때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세라 어떤 돈이든지 가리지 않고 돈 보따리를 싸들고 들어간 이들 중에 잃지 않은 이들이 어디 있는가? 그래도 그 돈들이 그동안 저축한 여유 돈이라면 다행이지만, 대출을 얻어 투자했거나 급전을 빌려 밀어 넣었다면 큰 낭패를 보고 평생 두고두고 그 때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곰씹고 있을 것이다. 위험의 정도와 크기를 모른 채, 탐욕에 눈이 멀어 투자의 세계로 뛰어드는 이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을 자신의 교훈으로 삼지 못한 이들이 있는 한, 시대와 내용은 달라도 이러한 사건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잠 20:21 처음에 속히 잡은 산업은 마침내 복이 되지 아니 하느니라
필자가 좋아하는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시이지만 바다의 무서움을 모르는 어린 나비의 위태로운 상황을 느긋하게 적고 있다. 바다가 청무우 밭인지 몰라 헤매다 지쳐 돌아오는 나비에 비해 사업에 실패한 이들의 남은 생애는 이보다 더욱 참혹하다. 자영업이나 사업의 실패의 위험도는 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무지하다면 위험하다는 것이 공통적이다.
필자는 한 해 겨울, 재래시장 입구에서 계란빵장사를 한 적이 있다. 주업으로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시간도 있었고 아는 분이 괜찮은 자리라고 추천하기에 경험삼아 해보았다. 한창 어려운 시절이라 초기투자비용 300여만 원조차 마련하기 힘들어서 어렵사리 구해야만 했다. 하루 매출은 7~8여만 원 남짓이었지만 재료비나 가스비를 빼면 순이익은 3~4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날씨가 너무 춥거나 눈비가 와서 궂은 날은 장사가 거의 되지 않아 한 달에 20여 일정도 밖에 일을 못했다. 그나마 봄이 오면서 기온이 올라가 매출이 떨어져 더 이상하지 못하고 결국 접어야만 했다. 가을에서 겨울까지 서너 달을 추위에 떨며 열심히 했으나 초기투자비용조차 건지지 못하고 포장마차는 결국 고물상에 헐값으로 처분했다. 창업비용이 소액이라 누구나 손쉽게 생각하기 쉬운 장사라도 최소한의 생계비를 벌려면 계절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품목과 목 좋은 입지를 선정해야하는 것은 필수이다. 또한 오랜 시간 성실하게 단골고객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시작하기 무섭게 그만 두어야 한다. 자랑스럽지 못한 과거의 예로 드는 것은,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도 지식과 경험이 없이 덜컥 시작하는 것은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것을 말해주려 함이다.
사업이나 자영업을 시작하는 일은 지금까지 모아왔던 돈은 물론이고 살고 있는 집을 대출받아 시작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월급쟁이가 회사를 잘못 선택했다면 그만두고 나와서 다시 들어가면 된다. 회사를 다시 선택하는 기간 동안 수입이 없겠지만 그렇다고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 허드렛일이라도 하면서 알아본다면 최소한의 생계비는 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업은 그게 아니다. 사업종목이나 점포를 잘못 선택해서 실패로 이어진다면 그 후유증은 그야말로 심각하다. 시작하는 것은 쉽지만 그만두는 것은 어렵다. 계약기간동안은 장사를 하지 않더라도 월세나 관리비를 내야하며 처음 투자할 때 시설비나 프리미엄이라도 들었다면 받고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적자가 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해야 한다. 그렇지만 장사가 잘 안되고 적자가 나는 형편을 아는 이상, 초기창업비용을 지불하고 들어올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전월세계약이 만료되는 기간 동안 은행의 이자며 관리비를 물다가 월세를 내지 못해 고스란히 보증금을 깎아 먹어 점포를 관둘 때는 고스란히 은행 빚만 남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저당 잡힌 집이 경매로 팔려, 한 겨울에 가족들과 갈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일이 보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이렇게 내려앉은 삶은 다시 일어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은 인생을 알코올에 의존하며 회환과 고통을 씹으며 떠나는 일이 흔하다.
투자나 사업은 원래 위험한 곳이니까 처음부터 발 들여놓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여기고, 욕심 부리지 않고 평생 봉급쟁이만 하며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투자는 원래 눈 막고 귀 닫으면 된다지만 자영업을 하게 되는 사람들의 입장은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다. 평생 마르도 닳도록 다니고 싶지만 그게 맘처럼 되지 않아서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회사는 이제 없다. 수익을 많이 내는 회사라도 40이 넘어가면 구조조정이나 해고의 칼날에 자유스럽지 못하다. 회사에서 뛰어난 업적을 발휘해서 임원으로 승진이 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젊은 사원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자신의 월급이면 두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수 있는데, 두 사람 이상의 일을 하고 있는지의 판단은 경영진에서 승진을 시키느냐 아님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느냐에 달려있다. 몇 차례 해고의 칼날을 피했다 하더라도 나이가 먹어 가면 올라설 자리는 높고 가파르다. 그 자리는 사장의 친인척이거나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의 몫이다. 지금까지 잘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사업 환경이 변하거나 새로운 경영진으로 바뀌면 튼튼하던 위상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것이 월급쟁이의 비애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다른 수입원을 찾아 자신을 받아주는 회사로 옮기든가 사업이나 자영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철 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원이나 교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중앙부처 공무원의 수를 5% 줄이겠다고 하더니 지방정부도 질세라 이를 따라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대통령이나 장관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일 안하고 편하게 먹고 살려는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아서이다. 국민들이 내는 혈세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은 그만큼 일을 할 것을 요구하며, 인구감소지역의 공무원 수를 줄여 복지나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보태라고 아우성이다. 이 같은 따가운 여론에 행정부서는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며, 공무원들은 줄인 숫자만큼 일거리를 떠 앉게 될 것이고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점차 퇴출될 것이다. 교원들도 학부형이나 학생들의 평가에 따라 수준이 미달되면 도태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사립대학은 학생들의 평가에 의한 교수 개인들의 성적을 발표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성적이 나쁜 교수들의 강의는 취소되었다. 강의가 없어진 교수는 결국 교단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대학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젠 들어가기만 하면 정년동안 편히 월급을 받던 철 밥통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공무원이나 교사 군인들이 해고되거나 퇴직의 이유로 나온다면 발붙일 곳이 없다는 데에 있다. 일반 회사원들은 경력을 앞세워 다른 회사로 옮길 수도 있고 자신이 그동안 준비해오거나 관계하던 업종으로 사업을 할 수 도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일해 왔던 업종이므로 생소하지 않으며 평소에 관계를 맺은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쉽다. 그래서 전혀 모르는 분야에 뛰어든 이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공무원이나 교사들은 관련회사로 이적하거나 관계된 업종이 드물다. 갑의 입장에서 일을 해왔기에 을의 입장에 선다면 성공은 차치하고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들은 그들이 몸담던 물에서 나오면 다른 어떤 분야에 종사하던 이들보다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며 새로운 일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평소에 추운 곳에서 단련이 된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이 바뀌어도 잘 적응하지만, 온실에서 자란 화초처럼 따뜻한 곳에서 편하게 살던 사람들은 환경이 조금만 나빠져도 적응하지 못한다.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이면 백전불태(百戰不殆)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손자병법의 ‘지피지기이면 백전백승이다.’라는 말은 위의 말에서 와전된 것이다. 원래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전쟁에서만 적용되는 교훈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분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투자이든 사업이든 아님 직장에 다니든지, 자신이 일해 소득을 얻는 분야를 잘 알아 위험을 탐지하고 미리 피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다면 불쌍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전 10:8~9 함정을 파는 자는 거기에 빠질 것이요 담을 허는 자는 뱀에게 물리리라 돌들을 떠내는 자는 그로 말미암아 상할 것이요 나무들을 쪼개는 자는 그로 말미암아 위험을 당하리라
성경은 아무리 선한 행위라도 예측하지 못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수입을 얻어 자신과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일은 선한 일이지만 위험을 알아차리고 지혜롭게 대처를 한다면 위험을 감소시키거나 무마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화재가 났을 때 소화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사람이 불을 끈다면 자신조차 화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을 확률이 높지만, 능숙한 소방관이 적절한 방화도구를 갖춘 채 불을 끈다면 일반인보다 위험하지 않다.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원금을 잃을 위험이 언제라도 있음을 알고 있어야한다. 즉 스스로 자신이 얼마만큼 위험을 안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잘 알고 있어야한다. 그래서 투자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실전에서 수익을 얻기보다 경험과 지식을 쌓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런데 남의 말만 듣거나 고수익의 현상에 눈이 멀어 거액을 투자한다면 이는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다. 설령 한두 번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한다. 계속해서 위험에 무지한 채 투자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행운이 사라지더라도 예전에 들인 돈맛에 이성을 잃고 빚을 얻어 투자를 하게 된다. 복권이나 도박도 이와 별 다름이 없다. 자신이 고수(高手)인지 하수(下手)인지 모르고 투자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물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위험한 행위이다. 오랫동안 지식과 경험을 쌓아 투자의 고수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수익을 얻을지 알기 전에 손실의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고수가 되기 전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 닥칠 수 있는 위험의 정도를 파악하고 있어야한다. 그동안에는 절대로 큰돈을 투자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물론이다. 자신이 하는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충분히 깨닫기 전에는 절대로 무리하게 시작하지 말라. 이를 모르는 하수라면 평생하지 않는 것이 돈 버는 비결이다. 수익을 얻는 능력은 위험을 피하는 능력 다음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한다.
자신이 원하였거나 회사를 중도에 퇴직하여 어쩔 수 없이 시작하는 사업이라도 투자의 방법과 똑 같이 적용하여야한다. 즉 위험을 제대로 알기 전에는 움직이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필자가 과거에 저질렀던 어리석음은 자신에게 닥칠 사업의 위험을 간과한 채 열정과 패기만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며, 결국 이러한 행위는 평생 지우지 못하는 회한의 원인을 제공했다. 사업은 자본과 열정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조건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시장에 대한 탁월한 능력과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게다가 예기치 못하는 다양한 사업의 위험에 대한 대처능력도 필요하다. 규모에 따라 훌륭한 조직원이나 충분한 자금력, 리더십, 짜임새 있는 관리력, 폭넓은 인맥, 값싸고 좋은 상품조달능력 등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 필요한 것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조건에 대해 무지한 채 살벌한 경쟁의 세계로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순식간에 침몰하는 것이다. 빚을 얻어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출이자는 웬만한 수익을 내는 상황이라도 버거운 금액이다. 문제는 적자가 나더라도 이자는 꼬박꼬박 물어야 한다는 데 있다. 또한 이자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면 막대한 연체이자로 인한 재정압박이 사업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들게 되며,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얻었다면 가정이 파괴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그래서 경험 많은 사업가는 대출을 무서워한다. 요즘처럼 끝을 내다보기 힘든 불황에 내 노라 하는 사업가들도 적자를 면하기 힘든 판에, 사업에 처음 뛰어드는 신출내기가 그것도 빚을 얻어 시작한다면 화약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이다. 사업이나 자영업이 피할 수 없이 가야할 길이라면,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 위험을 안고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전에는 절대로 움직이지 말라. 그동안 자신이 해고 싶은 분야에서 무보수에 허드렛일과 고된 노동을 자처하고라도 실력을 쌓아야만 한다. 그것만이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온갖 위험이 가득한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에게는 이러한 위험이 없을까? 직장인들은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만을 투자하므로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돈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그렇지만 평생 월급이 또박또박 나오는 직장을 죽을 때까지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자의든지 타의든지 인생의 비바람을 막아주는 안락한 직장을 나와야 한다. 정년으로 퇴직하면서 남은 생애에 대한 충분한 노후대책을 가지고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설령 운 좋게 정년으로 퇴직하더라도 20여년의 세월을 수입 없이 보내야 한다. 정년으로 퇴직해서 노후대책을 어느 정도 준비했더라도 곶감 빼먹듯이 하는 생계비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들은 호사스러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직장인들의 가장 큰 위험은 아무런 생존능력이 없이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사업가들이나 투자가들은 자신들의 능력으로 수익을 얻어야 하므로 수익을 얻는 능력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라 적든 크든 나름대로 능력을 갖추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직장인들은 그런 능력이 당장 필요 없기에 준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의 전반기는 편안하게 살지만 후반기는 다른 이들보다 더욱 위험한 상태에 놓인다. 스스로 살아가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월급을 주는 데는 없다. 공무원들이나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직장인들에게 최고의 생존능력은 사업이나 투자의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갖추는 데 있다. 이러한 능력은 설사 퇴직을 하더라도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살벌한 사업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데 유효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겉으로 위험이 보이지 않을 때 시간과 여유를 갖고 자기계발에 힘쓰며 달인으로서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사람이라면, 진짜 위험이 닥쳐왔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난관을 기회로 여겨 도약하는 계기로 만든다. 기회는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