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울산 현대고와 서울 언남고의 준결승전 승부차기. 울산의 일곱 번째 키커 김규형의 슈팅이 골 망을 흔들며 승부차기 스코어 6-5로 울산의 결승에 진출이 결정되었다. 바로 직전 언남고 일곱 번째 키커의 슈팅을 막아낸 이형관 골키퍼는 동료들과 얼싸 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울산의 또 다른 골키퍼 문정인은 사이드라인 밖에서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울산의 두 명의 골키퍼, 이형관과 문정인이 이 처럼 상반된 반응을 보인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동생’ 문정인의 실수를 갚아준 ‘형’ 이형관
언남고와의 준결승전에 선발 출전한 골키퍼는 문정인이었다. 후반 20분 언남고 서보일에게 실점을 허용했지만 문정인의 실수라기보다는 서보일의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이 워낙 예리하게 구석을 꿰뚫었다.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의 경기는 연장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연장 전반 3분 만에 일이 터졌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올라온 언남고의 크로스를 문정인 골키퍼가 몸을 날려 손으로 쳐냈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골문 앞에 떨어졌다. 이것을 조영욱이 가볍게 밀어 넣으며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펀칭 미스로 실점을 허용한 문정인은 무릎을 꿇고 한 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연장 후반 7분 김건웅의 골로 2-2를 만든 울산은 연장 후반 12분 문정인을 빼고 이형관을 투입하며 승부차기에 대비했다. 방금 전 실수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문정인 대신 경험 많은 이형관 골키퍼를 투입한 것이다.
이형관은 언남고 일곱 번째 키커의 슈팅을 왼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내며 결승 진출의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초조한 마음으로 승부차기를 지켜보던 문정인은 울산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실수에 대한 미안함과 결승 진출에 대한 안도가 섞인 눈물이었다.
결정적인 선방으로 울산을 우승으로 이끈 문정인
전남 광양제철고와의 결승전에서는 이형관이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전반 18분과 22분 연속해서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이형관이 막아내지 못했다기보다는 전남의 중거리 슈팅이 워낙 날카로웠다. 이형관이 4분 만에 두 골을 내주며 흔들리자 이번에는 동생 문정인이 나섰다. 전반 24분 이형관을 대신해 투입된 문정인은 여러 차례 선방을 이어가며 울산의 골문을 지켰다.
“어제 경기에서는 영웅이 된 것처럼 기뻤는데 하루만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제 정말 끝인가,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하는 생각이었습니다.” - 이형관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어제 경기에 실수를 한 것 같아요. 하루 만에 다시 기회를 주셔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그라운드에 들어갔어요.” - 문정인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33분. 전남의 한찬희가 최익진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하지만 골문 왼쪽을 노리고 때린 한찬희의 회심의 슈팅이 몸을 날린 문정인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쳤다. 실점 위기에서 벗어난 울산은 후반 40분 오인표의 득점이 터지며 4-3으로 전남을 누르고 왕중왕전 정상에 올랐다.
“수비수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순간적으로 상대 선수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순간적으로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몸을 날려 슈팅을 막아냈습니다. 사실 슈팅을 막아낸 후에 이걸 어떻게 막았지 하는 생각에 저 스스로도 너무 놀랐어요.” - 문정인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
올 시즌 울산은 3학년 이형관 골키퍼와 2학년 문정인 골키퍼를 동시에 기용했다. ‘2015 아디다스 K리그 주니어’ 전기리그에서는 이형관이 6경기에 출전해 453분 동안 5골을 실점했으며 문정인은 8경기에 선발 출전해 421분 동안 5골을 실점했다. 왕중왕전에서는 이형관이 5경기에 출전해 138분 동안 2골을 실점했으며 문정인은 6경기에 출전해 387분 동안 4골을 실점했다. 두 골키퍼의 눈부신 활약 속에 울산은 올 시즌 3관왕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전반에 2골을 내주고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저 때문에 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정인이를 포함해 동료들을 믿었고 후반에만 4골을 넣고 역전 우승을 차지해 정말 기분 좋습니다.” - 이형관
“선수들의 우승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 같아요. 전반을 0-3으로 마치고 나왔는데도 라커룸에서 다시 해보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어요.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저희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고 나오자고 다짐했는데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아서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 문정인
울산은 7월 말 열리는 ‘2015 K리그 U18 챔피언십’에서 또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올 시즌 전관왕을 천명한 울산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대회다. 두 골키퍼 역시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대회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인이가 골대 앞에 서있으면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저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저 역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싶어요. 이번 K리그 챔피언십은 저에게도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에 매 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이형관
“K리그 챔피언십은 프로 유스팀끼리 모여서 하기 때문에 쉽진 않겠지만 재미있는 대회가 될 것 같아요.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 문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