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 읽는 기쁨] <42> 제2편 제6장 현교와 밀교 ①
만다라회 기획, 박희택 집필
「실행론」 제2편 교리편의 제6장은 ‘현교와 밀교’에 관한 회당대종사의 자증교설이다. 대종사를 칭하는 명호는 적지 않지만, ‘한국밀교의 중흥조’란 명호야말로 대종사를 칭하는 대표적인 명호라 할 것이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를 통해서 우리 민족에게 크게 흥성하였던 밀교는,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세종 대(代)에 밀교종단이 현교종단에 통합됨으로써 외면상으로는 쇠잔한 듯하였으나, 불교신행의 저변에 넓고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를 다시 혁신적으로 중흥하여 현-밀 이원상대(二元相對)로 밀교를 재확립하신 ‘진각성존(眞覺聖尊)’이 회당 손규상 대종사이시다.
대종사께서는 현-밀 이원상대가 되어야 대승불교의 진정한 흥왕이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가지고 계셨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셨다. 실행론에서는 이 점을 먼저 문답법으로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고자 하신다. 제1절 ‘불교의 종류’, 제2절 ‘불교의 종류’, 제3절 ‘심본색말과 색심불이’가 모두 문답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절과 제2절의 절제(節題)는 동일한데, 실행론에서 절제가 동일한 경우가 왕왕 있음을 볼 수 있다.
제1절의 문답법은 모두 7개 항이다. 7개 항의 【문】에 대한 7개 항의 【답】이다. 제2절의 문답법은 모두 3개 항이다. 3개 항의 【문】에 대한 3개 항의 【답】이다. 제3절의 문답법도 모두 3개 항이다. 3개 항의 【문】에 대한 3개 항의 【답】이다. 이들 현교와 밀교에 관한 13개 항의 문답법 중에서 줄기에 해당하는 문답법들을 여기서 드러내어 독송해 보기로 한다.
[1] 불교의 종류에 대한 문답법
【문】 불교의 종류는 몇 가지 있습니까?
【답】 불교는 원래부터 현교(顯敎) 밀교(密敎) 두 종류가 있습니다(실행론 2-6-1).
【문】 불교의 종류는 몇 가지 있습니까?
【답】 불교는 원래부터 현로불교(顯露佛敎) 비밀불교(秘密佛敎) 두 종류가 있는데, 현로불교를 줄여서 현교라 하고 비밀불교를 줄여서 밀교라고 합니다(실행론 2-6-2).
[2] 교주에 대한 문답법
【문】 현교는 어떠한 부처님을 교주(敎主)로 합니까?
【답】 현교는 화신 석가모니부처님을 교주로 합니다(실행론 2-6-1).
【문】 밀교는 어떠한 부처님을 교주(敎主)로 합니까?
【답】 밀교는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을 교주로 합니다(실행론 2-6-1).
[3] 교리에 대한 문답법
【문】 현교는 교리는 어떠합니까?
【답】 현교는 심본색말(心本色末)을 주장하니 미래 중심의 유심적(唯心的) 이론불교이므로 결국은 사후불교(死後佛敎)가 됩니다(실행론 2-6-1).
【문】 밀교는 교리는 어떠합니까?
【답】 밀교는 색심불이(色心不二)를 주장하니 현세 중심의 현실적(現實的) 실천불교이므로 결국은 생활불교(生活佛敎)가 됩니다(실행론 2-6-1).
[4] 중생을 교도하는 방법에 대한 문답법
【문】 현교와 밀교에서는 중생을 교도(敎導)하는 방법[敎理判釋]이 각각 어떻게 다릅니까?
【답】 밀교의 교주 법신부처님은 언제나 진실법(眞實法)으로써 중생을 교도하고, 현교의 교주 화신부처님은 언제나 방편법(方便法)으로써 중생을 교도하십니다. 법신은 본래 방편을 쓰지 못하므로 때와 근기에 따라서는 당신이 곧 화신으로 화현(化現)하여서 방편법을 쓰게 됩니다. 그러므로 화신불은 방편법을 쓰기 위해서 출세하신 불(佛)이므로 만약 진실법을 쓰려면 도로 법신이 되어야 합니다(실행론 2-6-3).
이상의 7개 항의 문답법이 제1~3절 13개 항의 문답법 중의 줄기이다. 나머지 6개 항의 문답법은 이 줄기에서 나온 가지에 해당한다. 이들 가지에 관해서는 제43회에서 독송하기로 한다. 줄기인 불교의 종류에 관한 2개 항의 문답법, 교주에 관한 2개 항의 문답법, 교리에 관한 2개 항의 문답법, 중생을 교도하는 방법에 관한 1개 항의 문답법이 그것이다. 이 중 집필자가 표현을 다듬은 곳이 두 곳 있다. 표현의 일관성을 위한 것이다.
하나는 교리에 관한 문답법 중 현교를 ‘미래 중심의 유심적(唯心的) 이론불교이므로’라 한 곳에서, 실행론 원문에는 ‘이론’이 없으나 집필자가 부연해 넣었다. 왜냐하면 밀교를 ‘현세 중심의 현실적(現實的) 실천불교이므로’라 표현하고 있기에 이론-실천의 이원상대적 댓구로 넣은 것이다. 대종사께서 그런 취지로 말씀하셨을 것이므로 실행론 편찬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 부분이라 하겠다.
다른 하나는 중생을 교도하는 방법에 관한 문답법 중 ‘현교의 교주 화신부처님은 언제나 방편법(方便法)으로써’라 한 곳에서, 실행론 원문에는 ‘법’이 없으나 집필자가 부연해 넣었다. 왜냐하면 ‘밀교의 교주 법신부처님은 언제나 진실법(眞實法)으로써’라 표현하고 있기에 진실법-방편법의 이원상대적 댓구로 넣은 것이다. 이 역시 대종사의 취지가 그러하신 것이므로 실행론 편찬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이어지는 서술에서는 ‘방편법’으로 표현하고 있기는 하다.
7개 항의 문답법에서 밝히신 대종사의 취지는 아주 명징하므로 해설을 달리 부가할 것이 없으나, 다만 세 가지를 음미해 보도록 한다. 첫째는 ‘현교–심본색말-미래 중심의 유심적 이론불교-사후불교’에 관해서이다. 특히 현교가 미래 중심의 유심적 이론불교이므로 결국은 사후불교가 된다는 점은, 밀교가 현세 중심의 현실적 실천불교이므로 결국은 생활불교가 된다는 점과 대비되어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유심적 이론불교라 하여 사후불교로 귀결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으나, 현실적 실천불교가 생활불교로 귀결된다는 점과 대비하여 ‘지금 여기’의 생활불교에 비하여 ‘내세 극락’의 사후불교의 경향성이 크다는 말씀이다.
둘째는 ‘중생을 교도하는 방법’을 ‘교리판석’이라 하고 있다는 점에 관해서이다. 중국에서 발달한 ‘교상판석(敎相判釋)’과는 다른 표현이다. 교상판석은 교리의 제상(諸相)에 대한 우열(優劣)의 판단과 해석으로, 중국 이전에 인도에서도 그 원형을 볼 수 있다. 이른바 용수의 현밀이교론(顯密二敎論, 대지도론), 용수의 난행이행이도론(難行易行二道論, 십주비바사론)을 들 수 있다. 중국에서의 교상판석으로 저명한 것은 천태의 오시팔교론(五時八敎論, 법화현의), 법장의 오교십종론(五敎十宗論, 화엄일승교의분제장)이다. 실행론에서의 교리판석은 교리의 제상에 대한 판단과 해석이라기보다는 교리를 설시(說示)하는 방법의 우열을 말씀한 것이므로 교리판석이라 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진실법’과 ‘방편법’에 관해서이다. 앞서 “중생이 우몽(愚朦)하여 억지로 제도(濟度)하지 못하므로, 진언행자가 방편으로써 인도하여야 한다(실행론 2-4-6, 제32회)”는 대종사께서 인용하신 「보리심론」의 법구를 독송해 본 바 있고, “법신부처님은 시대와 방역(方域)과 기류(機類)가 다른 전 세계 인류를 교화 제도하기 위하여 권실(權實), 대소(大小), 전체 부분으로 포교하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실행론 2-5-2-다, 제36회)”는 말씀을 독송하였고,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의 방편은 나의 애착이 많은 곳에 법문을 주어 지도한다(실행론 2-5-8-다, 제41)”는 말씀까지 독송한 바 있다. 이러한 대종사의 진실법과 방편법의 말씀은 법신불의 진실법과 화신불의 방편법을 진언행자가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수행에 연결지어라는 취지라 하겠다.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의 방편’이라는 표현은 위 문답법의 ‘법신은 본래 방편을 쓰지 못하므로’와 상충되는 듯도 하나, 법신불의 방편법이 화신불임을 말씀한 것으로 어디까지나 진언행자의 입장에서 진실법과 방편법을 통합적으로 수행에 연결지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의 방편은 진실의 방편이고, 진언행자가 법신불의 설법(진실법)인 우주·자연·인간의 법문(法門)을 해석할 때 방편으로 현증(現證)되는 진실을 간파해야 함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