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 혹은 싸움
며칠 전 웬 여인과 시비가 붙었다.
오전에 비가 내리길래 우산을 들고 나갔다가 올 때는 비가 그쳐서 한손에 들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는데, 거의 다 와서 그만 시비가 붙어버린 것이다.
물론 무시하고 지나버려도 될 일이었지만 나이가 드니 점점 사나워지는 건지 아님, 참을성이 없어지는 건지는 모르겠다.
암튼 집으로 부지런히 가는데 골목 어디선가 느닷없이 조그만 강아지가 막 뛰어오더니 나를 향해 짖으며 덤비려한다.
딱 봐도 무서운 거 모르는 하룻 강아지로 보였다.
이 녀석 왜 이러나싶어 무시하고 가는데 여전히 쫓아오며 나중엔 물듯이 대들길래 안되겠다 싶어 들고있던 우산을 녀석앞에 쫙 폈더니 녀석, 주춤 주춤하더니 또 덤벼든다.
언젠가 티뷔에서 산에서 만난 멧돼지 퇴치법이라기에 순간 써먹어 본 건데 개한테는 안 먹혔다.
우산으로 훠이 훠이 쫓는데 골목에서 견주인 여자가 뛰어오더니 강아지를 덥석 안고는 나를 보며 왜 우리 애기 놀라게 그러시냔다.
웃으며 설명을 했다.
얘가 길 가는데 자꾸 덤벼서 가라고 하는 중이었다고ᆢ
그러자 그 여자 하는 말이 자기네 애기는 사람 안 문다는 거다.
나ㅡ 물었다고는 안했어요. 자꾸 덤벼서 쫓아내는 중이라구요.
견주ㅡ 우리 애기가 얼마나 순한데요.
나 ㅡ 쥔 한테나 순하겠지요.
개 목줄이나 제대로 하던가요.
그러고는 막 가려는데 뒤에서 들리는 대화소리, 아마 아는 사람이 지나가다 왜 그러냐고 물었나보다.
그러자 견주 여인이 앞 뒤 자르고 내가 자기네 강아지를 우산으로 괴롭히더라고 떠드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다시 돌아서 가 견주 바로 앞에 섰다.
나ㅡ 아줌마, 얘기할 때는 순서대로 똑바로 얘기해요. 앞 뒤 자르고 그따우로 얘기하지 말고ᆢ 개가 자꾸 물려고 덤벼서 내가 우산 펴서 쫓았다고 했죠? 개가 가만히 있는데 미쳤다고 우산 휘둘러요?
견주ㅡ 그게 아니라 우리 애기는 순한데ᆢ
나ㅡ 이 아줌마 말귀 참 못 알아듣네.
댁에 '애새끼' 가 덤빈 게 먼저고 내가 우산으로 쫓은 게 나중이라고요.
그리구 쥔 무는 개새끼 봤어요?
댁한테나 순하지 남한테는 사나울 수 있다구요.
견주ㅡ .......
나ㅡ 나두 강아지 13년이나 키우다 보낸 사람이예요. 주인한테나 예쁘고 순하지 남은 안그래요.
집에 와서 보니 그닥 더운 날도 아닌데 이마에 땀이 맺혔다.
나이 들어 웬만한 시비는 안하는데 오랜만에 낯선 이와 따따부따 했더니 잘했다고 땀이 응원하러 나왔나 보다.
시끄러운 게 싫어 되도록이면 피하고 사는데 시원하게 시비를 가리고 나니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응원해주러 이마에 송글송글 땀들이 모였다.
예쁜 땀들~ ㅎ
첫댓글
내속이 다, 션~합니다. ㅎㅎ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유경님의 여린 마음일겝니다.
잘 보셨습니다.
사실은 속으로 조마조마했거든요.
견모가 좀 덩치도 크고 눈 양쪽 끝이
10시 10분에 위치해 있더라구요.
얼른 제 할 말만 따따따 쏴부치고는 얼른 집으로 왔답니다 ㅎㅎㅎ
아주 잘해줬어요 ㅋㅋㅋ
ㅎㅎㅎ
더 잘하겠습니다~ ㅎ
자~알 하셨습니다.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앗~ 자주 싸워야겠어요.
이렇게 많은 응원을 받을 줄 몰랐어요 ^^
싸우지 마세요.
개 같은 주인들이 왕왕 있어요.
ㅎㅎㅎ
개 같은 쥔하고 싸우면 같이 개가 되는 건가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