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습성과 관련하여 화두를 제공한 사람으로서 본의가 왜곡된 것 같아서 조금은 안타까워 소회를 밝힌다.
먼저 양띠를 폄훼한 듯한 이야기로 와전되는 것을 경계한다.
나는 우연히 식사자리에서 양의 행동양태에 대하여 듣고 나 역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 말한 사람이 내가 양띠인 줄을 모르고 한 애기인 것을 나중에 내가 알고 내 오해는 풀렸지만, 양이 그저 순하고 착한 동물로만 알고 살아온 나로서는 듣는 순간 보통 당황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그 이야기를 한 의중은 양의 그 부정적인 이야기를 반면교사로 삼아보자는 취지였음을 헤아려주기 바란다.
두 번째 엄격히 말해서 양의 습성과 관련하여 전자건 후자건 모두 선뜻 동의하기도 나는 어렵다.
이유인즉슨 실지로 누가 양과의 교감을 했는지 회의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양들의 그러한 습성(사실, fact)을 두고 양의 본의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이 서로 자의적으로 왈가왈부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 번째 옳고 그르다는 흑백논리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의 인지능력이란 정말 선택적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거두절미하고 필요한 부분만 강조하고 부각하니 악과 선이 극명하게 대비되지 않는가
사회과학에서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식 접근이 얼마나 위험한가
우리가 세상의 다양성 앞에 열린마음을 갖는다면 그 무궁한 회색지대를 인정해야 하지 않는가.
네 번째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간지[干支]를 수용은 하지만 신뢰하지는 않는다.
내가 양의 해에 태어났다고 해서 내가 양의 습성과 동일시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허구인가
끝으로 정말 가볍게 한 이야기가 너무 무겁게 얘기되는 것을 나는 바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