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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2장,
혜영은 그런 시아버님의 모습에서 절망을 느낀다.
“아버님!
잘못은 제가 저질렀습니다.
미워하시는 것을 제게만 해 주시면 안 되시겠습니까?“
”안식구 단속을 잘못한 죄도 적지 않다.
그리고 너희들에게 신경을 쓸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내 아내의 성형수술을 앞두고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아, 아버님!“
혜영은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형우는 성일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성일은 작은 오피스텔을 얻어서 은거생활을 하고 있다.
가정을 잘못 꾸려가는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훈육을 할 수 있겠느냐는 자책과 더불어 아내의 모습에 진저리를 내며 잠시도 아내를 보고 싶지 않고 부보님을 뵐 낯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아버지께 걱정을 끼쳐드려서는 더 불효를 한다는 생각으로 아내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며 연락을 해 왔던 것이다.
잠시라도 아내와 떨어져 자신을 되찾고 싶은 성일의 마음을 충분하게 이해를 하기에 형우로서는 말릴 수 없는 일이다.
형우는 혜영이 너무 밉다.
하는 소행으로 생각을 하면 당장이라도 알몸으로 내 쫒고 싶지만 그래도 아들들을 낳은 며느리기에 자신을 최대한 억제를 하며 스스로 집을 얻어서 나가기를 기다린다.
혜영이 흘리는 눈물조차 가식으로 보이며 믿지 않는다.
그러나 아들에게 이혼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손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이혼은 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지만 서로 만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자신이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집을 구해서 나갈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것으로 믿고 있는 형우는 매정하게 모든 경제적 지원을 잘라버린다.
형우는 생각보다 성형수술부위가 넓은 아내의 상태를 걱정한다.
한쪽 다리 무릎에서부터 아래로 앞쪽은 거의 성형을 해야 한다는 소견이다.
그래도 걱정했던 발가락은 제대로 아물고 쓸 수가 있다는 것이 한시름 놓는 것이지만 성형수술을 하면서 또 다시 고통을 받아야 하는 아내가 안쓰럽다.
아직도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과 발가락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아내를 형우는 이층에서 안고 내려오고 올라가곤 한다.
“점심 준비 아직 멀었냐?”
“네, 아버님!
이제 거의 다 되어갑니다.“
혜영은 부지런히 몸을 놀린다.
신선한 야채와 함께 부드럽고 질 좋은 등심을 구워 드시겠다는 말씀에 따라 준비한다.
햇볕이 좋은 정원에 차려진다.
두 분만을 위한 특별한 식탁이다.
숯불이 피워지고 모든 상차림이 끝나고 나서야 혜영은 이층으로 올라가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린다.
“나갑시다.”
형우는 아내를 들어 안고 정원으로 나간다.
그리곤 행여 바람에 감기라도 들까 담요로 아내의 하체를 감싸준다.
아직은 조그만 추위에도 민감한 여린 피부다.
그리곤 숯불에 잘 구워진 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서 아내의 접시에 놓아준다.
“여보!
천천히 많이 먹어요.
집안에서 먹는 것보다 이렇게 바람이라도 쏘이면서 먹는 것이 더 맛있지?“
“너무 맛이 좋아요.
집안에 갇혀만 있으니 답답하고 소화도 안 되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정원에서라도 나와 먹으니까 기분도 새롭고 좋아요.“
”그래요!
당신이 벌써 서너 달을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으니 그 고통을 누가 알겠소?
우리 점심 먹고 드라이브라도 즐기러 나갈까?“
”당신이 힘들어서 어떻게 해요?“
”내가 힘들 것이 뭐가 있소?
당신만 좋다면 무엇을 해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
자, 어서 먹어요.“
혜영은 고기를 구우면서 눈길은 보내지 않고 듣기만 한다.
참으로 정겨운 부부사이의 대화가 아닌가?
아내를 끔찍하게 위하고 아껴주는 남편의 모습이 저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문득 자신은 남편으로부터 저런 정겨운 대접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 아버지의 아들이건만 자신의 남편에게는 그런 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무엇 때문일까를 생각하던 혜영은 문득 그것은 자신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자신과는 다른 저 여자!
참으로 순종적이고 보드랍게 생각되는 성품을 비로소 깨닫는다.
형우는 서서 고기를 굽고 있는 혜영에게는 눈길조차 보내지 않는다.
함께 먹자는 말은 고사하고라도 두 사람만이 있는 듯 온통 아내에게만 신경을 쓰며 세심하게 모든 것을 보살피며 음식을 먹이고 있다.
“여보!
나만 주지 말고 어서 당신도 드세요.“
민희는 고기를 집어 남편의 입에 넣어준다.
“아, 참으로 꿀맛이다.
당신이 직접 먹여주는 것은 무엇이더라도 너무 맛이 있거든!
어서 완쾌가 되어서 우리가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하면서 살아갑시다.“
“네!
그동안 당신에게 받은 모든 사랑들을 조금이라도 갚으며 살아갈 겁니다.
당신이 없었으면 어떻게 그 순간들을 넘겼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아찔해요.“
”내가 없었으면 당신이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지.
우리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런 패륜을 저지르는 자식들의 꼴을 보지 않았을 것이니까 그런 고통을 당할 이유가 없지 않소.
다시는 그 누구도 당신에게 어떤 조그만 상처를 준다면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오.
이제 당신은 이 집안의 안주인이고 이 집은 당신 집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
당당하고 힘 있는 안주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할 것이오.“
”여보!
고마워요!
나도 더 이상은 당하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를 부모로 생각하지 않는 자식들은 나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암!
당연한 일이지.
그것은 내가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오.
그리고 내가 가진 그 모든 것은 다 당신 것이니까 마음 놓고 쓰고 싶은 곳이 있으면 나에게 묻지 말고 쓰도록 하시오.“
유혜영은 시아버님의 그런 말들이 모두 자신을 들으라고 하는 말씀이라는 것을 느낀다.
남을 해코지 하려다 자신이 만든 올가미에 스스로가 걸려든 꼴이 되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깊은 한숨을 내 쉰다.
남편의 행방도 모르고 아무도 자신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
그런 유혜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형우는 혜영을 보면 말을 한다.
“이 모든 것을 깨끗하게 치우고 내일 점심에 손님 맞을 준비를 해라.
내 아내의 친정식구들을 초대를 했으니 조금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네!“
유혜영의 음성에는 힘이 없다.
“이것들을 하기 싫고 귀찮으면 하루라도 빨리 이 집에서 나갔으면 한다.
너를 두고 내가 사람을 불러 쓴다는 것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못할 일이다.“
“..........................”
형우는 다시 민희를 들어 안는다.
“우리는 이제 준비하고 드라이브를 나갑시다.”
“오다가 장을 봐와야 하지 않겠어요?”
“암!
우리 처형과 처남들 그리고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좋아하시는 것으로 해 드려야 하려면 당신과 함께 재료를 구입해야겠지?“
”네!
그런데 나를 안고 어떻게 장을 볼 수 있겠어요?“
”걱정하지 마시오.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본다고 해도 당신을 안고 있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오.
누가 뭐라고 해도 당신은 내 아내고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니까!
김형우의 아내는 그 누구보다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어디서든 당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오.“
그들이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하는 말을 고스란히 듣는 유혜영이다.
유혜영은 집을 보러 다니기로 마음을 먹는다.
남편의 소식을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유혜영은 모든 것을 치우고 나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통장을 꺼낸다.
그동안 자신이 낭비를 하지 않고 모았더라면 지금 들어 있는 것의 배는 넘게 들어 있을 것이었지만 평생을 돈 걱정을 하지 않고서도 마음 놓고 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온갖 사치를 누리면서 살아온 유혜영이다.
이 돈으로 집을 구입하고 나면 과연 얼마나 남을 것인지 한숨부터 나온다.
유혜영은 막상 집을 구하려 다니며 깊은 절망을 한다.
자신이 원하는 아파트값이 자신의 생각하고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것을 느낀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시내 중심가에 자신이 원하는 위치와 평수를 구입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는 유혜영이다.
며칠을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며 알아보지만 턱도 없는 일이다.
“아, 여보!
돌아와 줘!
제발 돌아와 준다면 당신이 하자는 대로 모든 것을 따르며 살아갈게!“
그러나 아무리 연락을 해 보아도 남편과는 아무런 연락도 되지 않는다.
어느 곳 한 곳에도 하소연을 해 볼 곳이 없다.
친정형제들과도 그다지 내왕을 하며 지내고 있지 않았던 터라 새삼스럽게 찾아가 이모든 상황들을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른 형제들보다 잘 산다는 이유로 형제들과 거리를 두며 살아왔던 유혜영이다.
행여 자신에게 손이라도 벌리는 일이 생길까 싶어 스스로가 차단을 하며 명절이 되어야 간신히 부모님을 찾아가 잠시 얼굴을 내 밀곤 하던 유혜영은 모든 것이 자신이 스스로 만든 것임을 비로소 조금씩 깨달아 간다.
유혜영은 서울 도심을 벗어나 변두리의 서민 아파트를 구입한다.
평소에 돌아보기조차 꺼려하던 서민 아파트다.
삼십 오평형의 아파트는 방이 세 개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고 답답해 보인다.
그러나 더 이상 다른 것을 구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질 않는다.
집을 계약하고 이사 날짜를 정하고 나니 그런대로 마음이 안정이 되는 듯싶다.
아직은 아들들이 초등학생이고 보니 전학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막상 이사 날짜를 정하고 나니 앞이 막막하다.
이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구도 유혜영의 일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네가 쓰던 모든 물건들을 빠짐없이 가지고 가도록 해라.
네가 쓰던 것들을 내 아내가 쓰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
유혜영은 다시 시아버님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애원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사하는 것을 도와줄 사람이라도 구해달라는 도움을 청하고 싶다.
그러나 냉정하고 싸늘한 시아버님의 표정에서 그런 도움을 청한다고 해도 냉정하게 거절을 당할 것이 뻔한 일임을 알고 입을 다문다.
유혜영은 비로소 자신의 잘못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조금은 깨달아 간다.
유혜영은 이사 업체를 찾아가 계약을 하고 이사 날짜를 기다린다.
이사 비용 또한 예상 이상으로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간다.
김형우는 혜영이 이사날짜가 정해진 것을 알면서도 냉정해진다.
혼자서는 무리한 일이고 힘들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이미 아들 성일에게는 이사날짜를 알려주는 형우다.
아들이 돌아와 이사를 시켜준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아들의 마음을 그 무엇으로도 돌려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성일은 이제 외딴곳의 보건소장으로 나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의학에 대한 간단한 상식과 새롭게 의학공부를 곁들여 하면서 준비를 한다.
아내의 얼굴을 보며 살 용기도 없고 부모님께 지은 죄를 갚아야 할 길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모든 것에서 떠나고자 하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곳에서의 보건소장으로 나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며 조용히 속죄하는 심정으로 남은 생애를 살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사를 모르고 살아오던 아내가 얼마나 힘들고 당황할 것인가 조차 생각지 않는다.
지금은 아내의 얼굴을 마주 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들들에 대한 아내의 정성과 사랑을 믿는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아내는 자식들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숨어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성일이다.
성일은 깊은 생각을 하고 또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잘못이 어찌 아내 혼자만의 잘못이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가정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살아온 자신의 잘못인 것이다.
또한 학문을 한다는 핑계로 모든 것을 아내에게만 맡겨온 잘못인 것이다.
누구를 위한 학문의 길이었던가를 생각하니 비로소 자신만을 위한 길이었음을 깨닫지만 부모에게 패륜을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아내를 용서할 수가 없다.
아내가 저지른 패륜은 부부가 함께 져야할 죄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성일은 다른 모든 생각을 지우고 더욱 열심히 의학에 대한 공부를 해 나간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학문의 길이기에 더욱 열심히 해 낼 수 있는 성일이다.
보건소장이라면 두루두루 의하게 대한 지식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깊은 의학기술이 아니라 여러 과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알아야 하고 치료를 할 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성일이 모든 것을 차단하고 의학공부에 전념을 하고 있을 대 유혜영은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이사를 한다.
이삿짐센터의 사람들을 고용해서 힘겨운 이사를 한다.
김형우는 그 모든 것을 유혜영이 모르게 뒤에서 손을 봐준다.
이삿짐센터에 부탁을 해서 특별하게 사람을 다시 고용한 것이 김형우다.
밉든 곱든 아직은 아들의 여자이고 아이들의 엄마인 며느리인 것이다.
손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파트 역시 어디인지 알아본 김형우다.
그 정도면 충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더욱 모른 척 외면을 한다.
그러나 우민희의 심정은 편치가 않다.
자신으로 인해 쫓겨나는 아들 며느리가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
우민희는 남편을 모르게 이사를 나가는 며느리에게 이사비용을 쥐어준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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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봤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굿
감사합니다
잘 빳슈
감사.
감사합니다.
감사 잘 읽었습니다
즐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