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체보조금지원의 문제점
대체로 마무리 단계에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금년도 사회단체보조금지원 관련한 과정과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절차와 내용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예년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자치부가 ‘2004지방자치단체예산편성지침’에서 그간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단체보조금지원조례’를 제정토록 하고 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는 지자체가 많을 뿐더러 제정되었다 해도 사실상 단체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등 부실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한편 행자부 ‘지침’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의 정액단체보조금을 폐지하고 사회단체보조금 상한제(ceiling제)의 도입과 “사회단체보조금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근거규정인 조례를 제정토록 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단체보조금은 주로 관변에 포진해온 ‘국민운동단체’에 관행적으로 집중지원 되어오면서 형평성, 공정성, 투명성 및 유착관계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해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치단체 행정에 대해 시시비비적인 시민단체들은 아예 배제되는 것이 예사였다. 더구나 ‘민간경상보조’나 ‘민간행사위탁보조’의 명목으로 일반예산까지를 포함하여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였음에도 사후정산과 사업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금년에도 관련 조례의 있고 없음을 떠나 대부분 ‘심의위원회’의 형식적인 구성과 운영, 지원절차상의 문제, 단체의 사업비가 아닌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지원의 계속, 관행대로 이루어진 지원단체와 지원금액 등 상당한 문제점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 보조금의 규모를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많고 적음을 떠나 정부나 자치단체의 예산은 모두 국민의 혈세라는 관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보조금의 상한기준액산정은 전년도 예산규모와 지자체의 면적 및 인구수(2003.6월말 기준)를 반영토록하고 있는데, 기초단체가 4~6억원, 광역시․도가 20억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만한 액수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예산을 단체별로 배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수요공급의 불일치에 따른 고충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이는 합당한 지원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지도 않고 관성적으로 집행하려는 데서 오는 일종의 엄살로 밖에는 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지원의 원칙과 기준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선 올바른 조례의 제정일 것이다. 거기에 담겨질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행자부의 지침이나 준칙 역시 그다지 적극적이거나 모범적이지 않은데다 각 자치단체 역시 마지못한 듯 대단히 소극적이다. 여기에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 역시 동업자의식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한 사례로 기초단체인 청양군의 관련조례 제정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핵심사항인 심의위원회 규정이나 사후검사 등에서 비교적 괜찮은 내용이 담겨진 동료의원의 발의안을 부결시키고 나서, 의원 발의안 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으로 집행부가 입법예고하고 나온 안을 차기 임시회에서 무기명투표방식으로 처리해버린 것이다. 어쩌면 자살골을 넣고도 머쓱함조차 없이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단체장 중심으로 조례가 제정되고 있으며, 내용면에서도 타 기초단체의 대부분의 조례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조례제정움직임이 있는 기초지자체에 비해 마치 약속이나 된 듯 충청권 3개시․도는 현재 조례제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충남도의 경우 지원심의위원회의 과정을 통해서 ‘빠른 시기에 조례를 제정한다’는 원칙과 이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 및 ‘단체의 운영비는 금년정도의 유예기간 후에는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다소 전향적인 합의를 이루어 낸 것은 평가할 만 하다.
새롭게 조례를 만들고 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새로운 사회단체보조금운용방식의 도입은 정부의 지침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지방분권과 참여자치 시대의 올바른 방향설정으로 볼 수 있다. 2005년부터는 행자부의 지침조차 없어질 예정임에 비춰볼 때 단체장의 예산편성의 재량권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에 따른 전횡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예산을 제대로 사용하고, 집행된 예산의 내역과 그 성과를 명명백백하게 공개하라는 요구는 납세자의 너무도 당연한 권리임을 우리는 흔히 간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