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공동체
윤명선 목사 (공동체문화원장, 주. 윤세나 신부의 어머니)
60 년대에 ‘딸 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가 있었는데 나는 아들, 딸 둘씩을 낳았다.
이름을 짓는 데도 우리나라 가족제도에서는 행렬이 있어놔서 내 마음대로 하기가 어려웠다.
핵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느님과 함께 연결을 하고 싶었는데 행렬이 걸린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마침 별星자를 쓰고 있었다.
출애굽할 때 하느님께서 구름 기둥 불기둥으로 인도해 주셨던 생각을 떠올렸다.
첫째 아이 이름을 성주(星柱)라고 지었다.
별로써 불기둥 역할을 하라고 하는 뜻이고 하느님의 인도를 받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둘째는 딸인데 성아(星娥)라고 지었다. ‘
예쁜 별’이다. 예쁘게 살 수 있도록 인도해 달라는 뜻을 담았다.
셋째로 딸을 낳았다.
그러나 여기서부턴 내 마음대로 이름을 짓고 싶어졌다.
한글 이름으로 세나라고 지었다.
셋째인 데다가 성부, 성자, 성령의 인도를 받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넷째는 아들이다.
불기둥의 뜻을 이미 담았으니, 이번에는 구름기둥을 담아야 하는데 ‘운주’는 발음상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찬송가 ‘나의 갈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를 떠올렸다.
형주(炯柱)라고 지어서 만사형통하기를 원했다.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신앙을 이어가고 싶었던 나는 이렇게 아이들 이름을 하느님과 연관해서 짓는 동시에 삶도 그렇게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나의 부족함 탓도 있겠지만 인생이 꼭 그렇게 바라는 대로만 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30여 년 동안을 나는 온 가족이 함께 신앙생활을 잘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살았다.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 사람들과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한달 먹고 살 생활비 밖에 없을 때 나보다 더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나타나서 그 돈을 달라고 할 때에 내어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면 내 가족 공동체는 써야 할 곳에 곤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살림을 잘 못하는 여자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나쁜 엄마가 되는 것이다.
언제나 나는 ‘엄마는 우리들보다 다른 사람을 더 돌보는 사람’이라는 불평을 받고 살아 왔다.
그러나 나의 계산은 다르다.
하느님께서 하실 일을 내가 해 드리면 그분은 내가 할 일을 책임져 주실 것이라는 계산을 하게 된다.
자기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 않은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핵가족이 하느님의 가족 안에 끼어 있기 때문에 같이 나누어 살아야만 나의 핵가족이 더 잘 살 수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지난 5월에 셋째인 세나가 성공회에서 부제 서품을 받았다.
가족이 함께 신앙생활을 잘 하는 것이 부럽던 나에게 하느님께서 복을 주신 것이 아닌가 싶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사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누구나 다 하느님의 종이지만 특별히 부제 서품을 받은 세나에게는 하느님께서 특별한 종노릇을 기대하지 않는가 싶다.
어릴 때부터 남을 잘 돌보고, 좋아하는 친구가 유난히 많은 세나였다.
남의 마음을 잘 읽어 주었다.
나이 많아서 막내를 낳은 엄마를 도와 제 동생에게 밤마다 우유를 먹여 주던 유치원생 세나가 자라서 부제 서품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상처 때문에 성격이 비뚤어지고 행복하게 살아 나가지 못하는 것을 마음 아파하는 세나가 이제 삼위일체의 도움으로 자기 스스로도 성숙해질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성숙을 위해, 하느님 나라의 일치를 위해 일생을 바칠 것을 기대해 본다.
물론 다른 형제들도 함께 가족 공동체를 위하는 끈끈한 사랑으로 하느님의 가족을 위하는 목표를 가지고 산다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와서 가족의 형태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특별히 그룹홈 같은 것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퍽 다행한 일이다. 피로 맺은 형제가 아닐지라도 한 지붕아래에서 살면서 사랑을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절실히 사랑해보지 못한 사람은 많은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일을 잘 못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나, 아기를 길러보지 못한 사람도 이런 그룹홈을 만들어 가족이라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예수님께서 자기를 사랑하는 것 같이 남을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 가족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보는 것 또한 보람있는 일일 것이다.
출처: 공동체성서연구 (햇순 제89호, 2003년 7월호)
주) 본문의 글에서 하나님의 표현을 하느님(성공회, 천주교, 정교회 식)으로 정정하였습니다.
성공회 와 기독교(주.개신교)의 만남 [딸네미(신부) 와 에미(목사) 의 만남]
출처: 작은교회세상 (2010.8.29.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