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하려 '개굴개굴' 합창… 비 오면 더 신나게 울어요
개구리 울음
울음주머니로 공기 이동시켜 성대 활용해 다양한 소리 만들어
비 오는 날 울면 에너지 아낄 수 있죠
덩치 큰 개구리는 노래로 암컷 유혹, 작은 개구리는 눈치로 짝짓기 시도
여러분은 '개굴개굴'하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실제로 들어본 적 있나요? 해마다 논에 물을 대고 모를 심을 때면 수컷 청개구리들이 논으로 모여들어 떼로 울기 시작합니다. 짝짓기를 할 암컷을 애타게 부르는 것이에요. 암컷을 부르는 수컷 개구리들의 노래는 장마철로 접어들면 절정에 달해요. 엄마 말을 안 듣고 말썽만 부리던 청개구리가 엄마 무덤이 떠내려갈까 봐 운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지요? 실제로 청개구리들은 유독 비 오는 날에 더 많이 울음소리를 낸답니다.
◇ 개구리는 왜 비가 오는 날 더 많이 울까
사실 개구리들이 비가 오는 날 울음소리를 더 많이 내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비가 오면 울음소리를 내는 데 힘이 덜 들기 때문이에요. 수컷 개구리들이 다른 수컷과 짝짓기 경쟁을 하려면 몸의 수분을 적당히 유지하며 힘을 잘 비축해야 해요. 하지만 날씨가 건조하면 개구리들이 울음소리를 내기 힘들어진답니다.
개구리가 울음소리를 내려면 일단 허파로 공기를 빨아들인 다음, 입과 콧구멍을 막은 상태에서 입안과 울음주머니로 공기를 이동시켜요. 이때 공기가 성대를 지나면서 울음소리가 나는 것이랍니다. 허파에서 울음주머니로 공기가 이동할 때 개구리는 울음주머니의 떨림이나 공기의 흐름을 조절해 다양한 소리를 낸다고 해요. 이렇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뿜고, 또 근육을 이용해 공기의 흐름을 조절하다 보면 수분을 많이 빼앗기고 힘도 많이 들어요. 어린이 여러분도 입안이 마르거나 목이 따가울 때 소리를 지르면 목이 더 아파졌던 적이 있지요? 개구리도 똑같은 이유로 공기가 건조한 낮에는 잘 울지 않고, 습도가 높은 밤이나 비가 올 때 더 많이 우는 거랍니다.
◇ 혼자 울지 않고 합창을 하는 이유?
수컷이 울음소리를 내는 건 멋진 울음소리로 짝짓기할 암컷 개구리를 유혹하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늘 유혹의 노래만 부르는 것은 아니에요. 수컷 개구리들은 암컷을 위해 울음소리를 내다가도 다른 수컷이 자신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나에게 너무 가까이 오지 마!"라는 경고의 울음소리를 내기도 해요.
그런데 수컷 개구리들은 왜 굳이 무리를 지어 울음소리를 낼까요? 서로 가까이 있기보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모여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암컷을 유혹하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암컷 개구리들은 홀로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보다 친구들과 모여 합창을 하는 수컷 개구리들을 더 좋아한답니다. 실제로 무리를 이룬 수컷 개구리들은 암컷들에게 울음소리를 잘 전달하기 위해 서로 리듬을 맞추어 소리를 낸다고 해요.
◇ 덩치 큰 놈, 작은 놈, 똘똘한 놈
수컷들의 합창에 이끌린 암컷 개구리들이 수컷 무리를 찾아오면 그때부터는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들의 치열한 전략 싸움이 벌어진답니다. 일반적으로는 덩치도 크고 울음소리도 큰 수컷들이 짝짓기에 유리해요. 암컷들이 이런 수컷들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덩치가 큰 개구리들은 힘차게 울음소리를 내어 암컷을 부르는 데 집중한답니다.
노래나 덩치로는 당해낼 수 없는 작은 개구리들은 다른 전략을 사용해요. 작은 개구리들은 울음소리를 내는 덩치 큰 개구리 주위에 조용히 숨어 있어요.
그러다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온 암컷 개구리가 보이면 덩치가 큰 개구리가 보기 전에 잽싸게 암컷에게 달려들어 짝짓기를 시도한답니다.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개구리들은 보통 다른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자신보다 두 배 이상 크다고 생각하면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해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쓰는 똘똘한 개구리들도 있어요. 이 개구리들은 한 장소에 머물며 울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특징이 있어요. 그러다 자기보다 덩치가 작은 개구리가 주변에 많으면 울음소리를 내어 암컷을 유혹해요. 반대로 주변에 덩치가 큰 개구리가 많으면 조용히 숨어 있다 암컷 개구리를 가로채려고 한답니다. 이렇게 무리를 지어 노래하는 개구리 떼에는 덩치가 큰 개구리와 작은 개구리, 그리고 이 둘을 오가는 개구리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답니다.
◇ 맹꽁이는 정말 맹꽁맹꽁하고 우나요?
비가 잦은 장마철에는 청개구리뿐만 아니라 맹꽁이들도 열심히 울음소리를 낸답니다. 맹꽁이들은 흔히 '맹꽁맹꽁' 울어서 맹꽁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예요. 사실 맹꽁이들은 한 번에 '맹'이나 '꽁' 두 소리 중 하나만 낼 수 있답니다.
수컷 맹꽁이들이 모여서 우는 걸 관찰해보면 한 마리는 '맹맹맹'하고만 울고, 다른 맹꽁이는 '꽁꽁꽁'하는 소리만 내요. 하지만 맹꽁이들이 모여서 소리를 내면 우리 귀에 '맹꽁맹꽁'하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랍니다.
그럼 왜 맹꽁이들은 '맹꽁맹꽁' 울지 않고 각자 다른 소리로 우는 걸까요?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온 암컷들이 자신을 잘 구별할 수 있도록 다른 수컷과 울음소리가 겹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에요.
실제로 맹꽁이를 잡아서 실험을 해보면 맹꽁이들은 주변에서 나는 소리에 따라 금방 울음소리를 바꾼답니다. '맹맹맹'하고 우는 맹꽁이의 소리를 녹음해서 '맹맹맹'하고 우는 맹꽁이에게 들려주면, 이 맹꽁이는 곧장 울음소리를 '꽁꽁꽁'으로 바꾸어요. 반대로 '꽁꽁꽁' 소리를 녹음해 들려주면 또 '맹맹맹'하고 운답니다. 어떻게든 암컷의 눈에 들려고 울음소리를 바꾸는 수컷 맹꽁이의 모습이 참 귀엽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