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족들이 함께 낚시 나들이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경남 통영의 한 낚시터에서 여성 조사가 고등어를 낚아 올렸다.
또 시간이 흐릅니다.
드디어 찌가 수직으로 쑥 사라집니다. 기다리던 입질이 왔습니다. 곧추서 있던 낚싯대 끝이 포물선을 그리고, 낚싯줄은 팽팽해집니다.
동네 낚시터에서 대물은 기대 안 합니다. 손바닥 만한 망상어가 잡혔습니다. 이게 어딥니까. 조심스럽게 주둥이를 벌려 바늘을 뺍니다.
'낚시' 하면 1999년 2월, 통영 욕지도가 생각납니다.
겨울 끝자락, 우연한 기회에 갯바위 출조에 따라나섰습니다. 잠을 설치고, 뱃머리가 가르는 물보라를 맞으며, 칼바람을 뚫고 갯바위에 내렸습니다.
새벽 5시, 동이 트기 전 욕지도의 새벽은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추웠습니다. 바람 피할 곳을 찾느라 갯바위 이곳저곳을 수색하다 그만 화들짝 놀랐습니다. 바위 틈, 사람 하나 간신히 누울 만한 홈에 진짜로 사람이 자고 있었습니다. 침낭 속에 들어가 빵모자를 뒤집어 쓰고, 입과 코만 내놓은 채 코를 골고 있었습니다.
낚시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골프 치는 아빠를 둔 아이들, 낚시에 빠진 남편을 둔 주부들, 계절의 여왕 5월에는 더 외롭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골프는 모르겠고, 가족들끼리 갈 만한 낚시터를 찾아봤습니다.
부산 영도에 가면 동삼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좌대낚시터가 있습니다. 바다 위에 작은 바지선을 고정시켜 띄워놓은 것 같습니다. 갯바위가 아니어서 아이들에게 안전합니다. 배 위에는 5평 남짓 되는 방이 있어서 낚시가 지루해질쯤 가족들이 쉬기에 적당합니다. 낚이는 감성돔 씨알이 평균 30~40㎝라니, 전문꾼들도 입맛을 다실 만합니다.
# 엄마 아빠랑 짜릿한 손맛 '행복 월척'을 잡았어요
- 통영 노대도 좌대낚시터·진해 해양공원, 부산영도 절영해안·기장 칠암방파제 등 - 가족나들이 겸한 낚시 장소로 안성맞춤
경남 통영 연화도 인근의 좌대낚시터에서 강태공들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다. 박춘식 낚시칼럼니스트 제공
낚시 달력이 있다면 5월은 새해 첫달이나 마찬가지다. 대물 감성돔을 노리는 음력 2월, 영등철마저 끝나면 사실상 바다낚시는 비수기로 접어든다. 볼낙이나 도다리 낚시가 잔재미를 주는 것을 제외하면 3월과 4월은 수온이 낮은 데다 환절기로, 바람까지 많이 불어 한마디로 낚시꾼들에게는 최악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서서히 수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5월. 본격적인 낚시 시즌이 열린다. 참돔 전갱이 등이 주로 입질을 시작한다. 박춘식 낚시칼럼니스트는 "기후변화로 예전의 패턴은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수온이 오르는 시기에 새로운 낚시 시즌이 시작되는 것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경남·울산의 가족낚시터
경남 통영에는 한산도 연화도 욕지도 등 곳곳에 가족들이 즐길 만한 좌대낚시터가 여럿 있다.
특히 통영의 노대도 좌대낚시터는 인기가 높다. 욕지도 북쪽에 있는 섬으로 통영여객선터미널이나 미륵도 삼덕항에서 배를 타고 40분이면 들어갈 수 있다. 좌대낚시터는 상노대도와 하노대도 사이에 있으며 인근에는 양식장도 보인다. 다만 양식장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최근 이곳에서는 전갱이가 많이 잡히며, 동호회나 가족단위 야유회를 위해 많이 찾고 있다.
경남 진해의 해양공원도 가족나들이를 겸한 낚시터로 손색이 없다. 멀리갈 시간이 없는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해양공원에는 현역에서 은퇴한 군함의 실물이 전시돼 어린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 인기를 얻는다.
진해만은 평수구역이라 웬만한 바람이나 주의보 상황에서도 잔잔한 바다가 유지된다. 가족낚시에 유리한 점이 많고, 각 포구마다 선상낚시를 할 수 있다. 특히 가족 나들이 출조로 선상낚시에 도전한다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울산 남방파제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다. 2㎞가 넘는 방파제에 33개의 라운드형 낚시터가 있어 가족들이 이용하기에 알맞다. 전갱이와 우럭 등이 많이 낚인다.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울산 남방파제는 울산 신항 안에 위치해 대형 선박이 오가는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약 15도 기운 '피사의 등대'가 볼거리며, 화장실 전망대 등이 있다. 최근 바다낚시 대회가 열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부산의 가족낚시터
영도구 절영해안산책로(위사진) 등 부산 경남권 낚시터에서 손맛을 보고 있는 낚시꾼들.
부산은 해안가 전체가 낚시터라 할 만하다.
영도 절영해안산책로는 가족나들이를 겸한 낚시터로 좋다. 갯바위가 다소 험하고 지난해 태풍 때 무너진 산책로 복구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 흠이지만 해안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부산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감성돔 등 인기어종은 물론이고 망상어 쥐노래미 등 다양한 어종이 올라온다.
기장군 일광면의 칠암방파제도 고려할 만하다. 이색적인 '야구 등대'가 볼거리로, 인근에 쉴만한 공터도 있다.
방파제가 꺾이는 부분의 테트라포드와 석축이 있는 외해 쪽이 주요 포인트다. 계절에 따라서 벵에돔과 볼락 망상어 등이 낚이고 씨알은 굵지 않지만 감성돔도 가끔 입질을 한다.
박춘식 낚시칼럼니스트는 "방파제의 규모가 크고 넓어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해양대 뒤편의 조도방파제나, 오륙도를 바라보며 좋은 경치를 즐기면서 다양한 어종을 낚을 수 있는 남구 용호동 백운포 방파제는 가족단위 낚시꾼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라고 말했다. 또 "따로 배를 타고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서구의 송도 동방파제와 감천항 방파제도 가족들이 쉬면서 하루를 보내기에 적당하다"면서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겸한 낚시터를 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조언했다.
# 태종대 좌대낚시터
- 바람·파도 영향 적어 선상서 낚시 즐기듯…다양한 어종 '덥석덥석'
부산 영도 하리항에서 출발한 낚싯배는 방파제를 돌아 5분 만에 태종대 좌대낚시터에 도착했다. 낚시터는 태종대와 한국해양대, 오륙도를 삼각형으로 잇는 지점에 있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설치된 바다 위에 떠있는 낚시터로, 동삼어촌계에서 마을 수익사업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치했다. 멀리서 보면 두 개의 작은 바지선을 띄워 놓은 것 같다.
가족들이 즐기기에 가장 좋은 점은 갯바위보다 안전하다는 것. 낚시하는 기법도 어렵지 않다. 원투(낚시바늘을 멀리던지기)는 물론 흘림낚시도 가능하다. 영도낚시 등 좌대낚시터 관리인들이 낚시객들의 취향에 따라 두 곳의 유료낚시터 가운데 원투와 흘림낚시를 구별해 내려준다. 선상낚시를 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진입과 철수도 언제든 가능하다.
좌대낚시터에는 비상발전기와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6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도 두 개다. 방갈로 안에는 구명조끼가 구비돼 있으며 작은 싱크대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에어컨도 설치돼 있다. 그러나 가동을 하면 소음이 심해 낚시에 방해를 받기 때문에 켜지는 않는다.
현재는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새벽 3시부터 밤 10시까지 낚시가 가능하다고 안종찬 동삼어촌계장은 밝혔다.
태종대 좌대낚시터는 바람과 파도의 영향이 적은 곳에 설치됐다. 낚시꾼들 사이에 최고의 인기어종으로 꼽히는 감성돔 53㎝짜리가 올라온 적이 있다. 도다리 보리멸 가자미 쥐노래미 등이 심심찮게 낚인다. 박춘식 낚시칼럼니스트는 "여름에는 참돔도 낚일 뿐만 아니라 고등어 전갱이 부시리 등 다양한 어종이 있다"고 설명했다.
좌대낚시터는 2010년 설치됐다. 부산시는 낚시터 밑에 인공어초를 깔았으며, 해마다 봄 가을 두 차례 참돔 감성돔 넙치 우럭 돌돔 등의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또 잠수부가 수시로 들어가 어초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점검한다.
두 곳의 좌대낚시터에 8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용 요금은 어른 2만 원, 소아 1만 원(배삯 포함).
■감성돔 낚기 팁(Tip)
태종대 좌대낚시터 주변의 평균 수심은 11~13m 정도다. 태종대를 바라보는 쪽이나 해양대 방향은 바닥이 암반이며, 난바다 쪽은 모래다.
감성돔이나 참돔을 노릴 때는 육지 방향으로 반유동채비(원줄에 찌매듭을 묶어 특정 수심층을 집중 공략하는 방법)를 쓰는 게 유리하다. 밀물 때 보다는 썰물 때 입질이 주로 온다. 다만 밑바닥 지형이 매우 복잡하므로 밑걸림을 조심해야 한다.
원투낚시로 먼바다쪽을 공략하면 보리멸이나 도다리 붕장어 등을 낚을 수 있다.
취재협조=동삼어촌계, 영도낚시 (051)403-5817
# 릴 찌낚시 기본 채비
아이들 데리고 낚시를 한 번 가보자고 막상 마음을 먹어도 '초보 낚시꾼'에게 가장 부담되는 것이 바로 낚시 도구를 챙기는 이른바 '채비'다.
영도 태종대 좌대낚시터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채비를 박춘식 낚시칼럼니스트에게 물었다.
낚시터에 자주 갈 일이 없다면 동네 낚시점에서 민낚시대 등 간단한 장비를 구입하는 게 가장 편하다. 그러나 낚시의 맛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보고 싶다면 저렴한 제품으로 2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물론 고급 제품을 구입하면 100만 원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다.
낚시대는 1호대가 적당하고 원줄은 2.5~3호로 구입한다. 목줄은 1.5~1.7호, 바늘은 감성돔 3호를 추천한다. 구멍찌와 수중찌는 1~1.5호를 쓰면된다. 찌밑 수심은 12~14m정도로 맞춘 뒤 밑걸림 정도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