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도전은 이미 성공했다
[ 안철수의 생각 / 안철수 / 김영사 ]
이틀 만에 읽었다. <문재인의 운명>처럼 무겁지 않았고, 노무현과 DJ의 자서전처럼 아프지 않았다. 쉬웠고 순조로웠으며 즐거웠다. 대담자 제정임 교수는 심각하게 묻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 같았다. 안철수의 생각과 비전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문재인의 운명>은 워낙 스토리가 많아서 단박에 읽어 나갈 수가 없다. 읽다가 한 숨 돌리며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바른생활 청년’같이 비슷해 보이는 두 사람의 사뭇 다른 스타일이 책에서도 나타난다.
“도전은 힘이 들 뿐, 두려운 일이 아니다.”
275쪽의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이다. 내가 이해하기에는.. 의사에서, 프로그래머로, CEO에서 대학교수로, 그리고 이제 정치인으로 그가 도전해온 많은 것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했다. 우여곡절 없는 온실 속 ‘엄친아’가 아닌 스스로 밝힌 ‘외유내강’ 도전자로 산 그의 역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그로도 충분히 존경 받을 만한 일을 해왔다. 그로 인해 ‘경제의 민주화’, ‘정치 혁신’, ‘사회적 책무’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으며, 무엇보다 반칙 없이 성공한 사람의 모델을 보여주었다.
“의미 있고, 열정을 지속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가?” 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세우는 기준이다. 이번 대권 도전 역시 이 기준에 비추었을 것이다. 멋진 기준이다. 나 역시 어떤 일을 선택할 때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류의 판단이 작용했던 것 같다. 안교수는 자신의 의사와 행동을 분명하게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공계 전공자의 장점이다. 여기에 어릴 적 ‘닥독’(닥치는 대로 책 읽기)이 그의 감수성과 창의성을 키워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후배 선생님 중에서 영상을 좋아하고 잘하는 분이 있다. 그분의 상상력에 기대어 어제와 오늘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하는 순천스쿨영상제>를 무사히 치렀다. 1천명 이상의 어린이와 가족 관객이 행복하게 좋은 영화를 감상하는 기회는, 영상을 통해 세상을 밝게 할 수 있다는 이 선생님의 열정이 없었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별량초등학교의 김민수 선생님이다.
안철수 교수의 생각은 그간 우리 사회가 이룩해 놓은 전진과 궤를 같이한다. 복지, 정의, 평화는 그가 밝히는 미래 구상이다. 복지를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시스템을 만들고, 반칙 없이 노력한 자들이 저마다 승리할 수 있는 정의를 세우고, 이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할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가 어렵게 이뤄낸 성취의 연장선이다. 역사의 역주행을 보면서 더 이상 관중에 머물지 않고 링에 오르기를 결심했을 것이다. 재벌개혁, 경제 정의를 위한 적절한 정부 개입, 복지제도의 확대를 통한 건전한 일자리 창출, 중소, 중견기업 육성, 평화협정 등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개성공단의 활성화를 통한 경협 확대, 민간 교류 확대, 6자회담 등을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 등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퍽 소상히 소개되어 있다.
“죽음을 진료대 위에서 맞이하고 싶다”던 부친의 직업적 소망이 정치적 공방 속에서 좌절된 것을 가슴 아파하는 착한 아들로, 스파케티 면은 반드시 자신이 삶는다는 남편으로도 그는 인상만큼이나 따뜻해 보였다. 정치인으로 큰 자산이기도 하지만 약점으로도 꼽힐 수 있는 부드러움에 대해 “나는 결코 유약하지 않다”고 항변한다. 이 책은 그것의 일부를 증거한다. 이른바 강남좌파라고도 불리는 안철수 교수는 다수 청년들의 멘토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인정받은 사람이 그 재능과 재부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꽤 괜찮은 정치인이 등장했다.
환절기에 나타나 한 달여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었던 두드러기, 음식과 술을 가리며 조심스럽게 걱정을 꺼낸 모임에서 같은 나이의 두 사람이 똑 같은 증상을 호소하여 놀랐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것이 두드러기라는 어느 분의 말도 수긍이 갔지만, 같은 시대를 산 사람들의 유전자가 보유한 동종의 알레르기 반응이라는 ‘시대병’에 더 공감이 갔다. 투표에서 세대별 특성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요즘, ‘다른 40대들도 나와 같을까?’ 잔잔해진 가슴을 다시 흥분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성공했다.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유시민의 성공을 점쳤다. 젠병 수준의 예지력이다. 그래서 더욱 예측이 불가능한 12월이 기다려진다.
2012년 9월 23일 이장규
첫댓글 유시민은 뭐든지 이기려고 했지... 멋지게 질 줄 아는 자만이 마지막 승리를 움켜 질수 있거든 ...둘 중에 누굴까..? 단일화가 가장 가능한 조합인데...........
정치적인 일들이 우리의 운명을 가끔씩은 흔들거리게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인지 그런 일에 관심을 갖고 싶지는 않아졌으이...하지만 세력은 함 교체되어야 함은 절실히 느끼는 요즘일쎄.. 꾼들은 활개치는 세상이 좀 멈췄으면 좋으련만..워낙 뿌리가 깊어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