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카펫 깔린 등산로를 가다. 매월 다니던 경복 45산우회 산행도 작년 3월 이후로는 지난 6월 200회 기념 산행 때를 빼고는 거의 1년 반만이다. 그런 까닭인지 8월 9일 광교산 산행에 나서는 발걸음이 다소 설렌다. 요즘 방학 중이라 북한산만 함께 열심히 다니던 집사람이 수원 광교산이 고향 산이라고 가보고 싶다고 (실제로는 초행 산행이다.) 따라 나선다. 소풍 가듯 다소 들뜬 기분으로 지하철 사당역에 내려 지상으로 나오니 아직 10여분 전인데 집사람이 먼저 특유의 콧수염을 한 유승엽 회장을 알아본다. (일전에 청계산행 후 김인중 회원의 주말농장에서 용희주 총무 부부와 함께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이어서 정영만, 이형열, 김승열, 박창서 산우 등등 그리고 어부인과 함께 동행한 용희주 총무 등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9시 약속 시간이 10여분 지날 무렵에는 많은 산우 회원들이 모였다. 모두 반가운 면면들이다. 홍성만, 강상회, 윤대환, 최종동, 이진우, 이성열, 박찬용, 배익환, 하욱, 김종윤, 장석진, 연규양, 주상록...... 오늘 산행엔 특별히 경복 총 산우회 회장 43회 김갑철 선배께서 동행하셨다.
사당 전철역 앞에 상당한 인원이 모였으나 정작 모두 초행인 것 같아 자신 있게 길 안내를 하는 산우가 없다. 수원 경기대 후문을 목표로 모두 노선버스에 올라타니 우리 산우회원들이 거의 전세 낸 버스같다. 또 전세 낸 버스처럼 흥겹게 떠들며 얘기들도 나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과천으로 용인, 수지로 돌고 돌아 1시간 10분 만에 수원 경기대에서 하차하니 (10시 40분경) 거기엔 오늘의 우리 산우회 산행을 초청해 준 이성식 회원과 분당에 거주하는 배종덕, 그리고 박찬용 대장, 용희주 총무 및 김종헌 산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대 서문에서 경기대 교정을 가로질러 경기대 동문으로 나와 하광교 부근에서 산행이 시작되었다. 산행길은 산행객들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었고 잘 다듬어진 산책로처럼 거의 시작부터 로프로 길 매듭이 지어져 있었고, 계단도 잘 정비되어 있었으며, 경사도 완만한 편이어서 여유 있게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더운 날씨 탓인지 자주 쉬어간다. 쉴 때마다 구름 과자를 즐기는 산우들이 꽤 있었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1년 반 사이의 변화된 분위기라고나 할까. 이럴 때 마다 호통 치며 말리던 군기대장들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수원이 고향인 동기들은 모두 떠나고 이제 수원지기로 수원을 지키고 있다는 이성식 산우가 45산우회를 초청하여 비비큐를 준비했다 하여 모두들 산행 배낭들이 얄팍한 편이다. 유독 김종윤 산우만이 어부인께서 정성껏 도시락을 준비하고, 비 올 때 대비해서 우산까지 챙겨 주었다고 자랑삼아 푸념하는 모습이 재밌다. 그런 탓에 예전처럼 산 정상에서의 온갖 주류를 곁들인 점심의 향연은 없었지만 그래도 박찬용 산우가 정성껏 담아온 매실주와, 특별히 김갑철 총 산우회장이 준비한 복분자주가 아주 일품이었다.
형제봉을 거쳐 토끼재에서 간단한 휴식 겸 준비해 온 과일 등으로 기운을 돋운 뒤에 준비된 비비큐를 향해 하산 길로 접어드니 이건 또 왠일이냐, 20여 년 산행을 했지만 산행 길에 카페트가 깔린 산행로는 생전 처음이다. 폐자재 활용인지는 몰라도 잘 정비된 하산 길 계단에 초록빛 카펫이 깔린 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새삼 우리나라도 많이 변했구나, 특히 지자제 실시 이후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행정 개선, 환경 정비, 시설물 설치 등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산행 길에서 카펫 깔린 산행이고 보니 더욱 감회가 새롭다. 총 두 시간 반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경기대 후문 쪽(상광교)으로 내려오니 이성식 산우가 준비한 20인승 미니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인원이 넘쳐 먼저 내려온 이성식, 윤대환, 배종덕, 이형열 등은 수원에 거주하는 안창선 동기의 승용차 편으로 먼저 비비큐가 준비된 회식장으로 떠났다고 한다.
마침내 준비된 미니버스로 도착한 곳은 (14시 30분 경) 이성식 산우가 근무하는 곳인데, 널찍한 잔디밭에 미리 도착한 산우들과 오늘의 초청자 이성식 산우, 그리고 산행은 같이 안했지만, 안창선, 김창혁 동문이 바베큐 장비 3, 4대 및 테이블을 준비하고 바베큐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45회 게시판에 비비큐 식사를 준비했다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준비된 것은 비비큐가 아니라 바베큐인 것을......
바베큐된 고기들이 새카맣게 익어서 왜 이렇게 고기를 태웠냐고 미리 수고한 산우들에게 내심으로 핀잔을 하던 중에 그냥 먹으란다.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부위들이란다. 이자, 지라, 항정살 등등. 탄 것이 아니라 원래 빛깔이 그렇단다. 맛은 있다. 깻잎, 고추장, 양념장, 상추 등과 함께 마음껏 싸서 먹으니 지난 6월, 200회 기념 산행 때의 감흥이 되살아난다. 상추 등은 모자라면 옆에서 솎아오면 된단다. 본인은 고기 한 점 안 먹고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고기 굽고, 써빙하고,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부족한 안줏거리 챙겨주는 이성식 산우를 보니 비록 졸업 후 처음 보지만, 너무나 열심히 챙겨주는 모습은 마치 예수님의 설교를 들으러 모여든 군중들에게 예수님의 제자들이 광주리에서 빵과 물고기를 나누어 주던 그런 모습이 연상됨은 나의 지나친 상상력일까. 아무튼 이 많은 산우들에게 이런 귀한 대접을 준비해준 이성식 산우가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열심히 먹으며, 담소하며, 또 일부 비주류는 잔디밭에 누워 잠도 자고...... 각 테이블마다 많은 얘기들을 나누고...... 나중엔 모두들 합심해서 파티장을 정리하고 다시 모여서 유승엽 회장의 소개로 오늘 특별히 참석해 준 김갑철 총 산우회장에게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끝으로 공식 모임을 마쳤다. 파티장을 걸어 나와 상경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에서 발동 걸린 주당들은 길 건너 생맥줏집으로 가서 입가심 한 잔을 걸친다. 비주류 파들은 먼저 올라가고 나머지 주당 파들은 하욱 전 회장이 제조한 소맥 피처를 즐겼다. 이 자리도 이성식 산우와 김갑철 선배가 계산을 해 주었다. 김갑철 선배님이 한 말씀 하셨다. 43회에는 ‘만원’ 모임이 있단다. 43회는 누구나 회비 만원만 들고 모임에 참석하면 된단다. 처음엔 경비 부족을 걱정했는데 오히려 흑자란다. 경조사를 맞은 동기들이 인사할 곳을 찾아서 모임 경비를 내 주니까 오히려 만원의 회비는 적립금으로 쌓여진단다. 그럴 듯하다. 우리 45회 산우회나 지역 소모임들도 그 취지는 거의 같다. 우리도 기본 회비만으로 가슴을 열고 모든 동기들에게 참여를 권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는 산행 후의 안도감과 노곤함에 또 적당한 술기운에 졸다가 사당역에 내려 다시 go man go is man is로 흩어졌다.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PS : 1. 오늘 산행에 처음으로 참석해준 배종덕, 장석진 회원을 환영합니다. (연규양 회원도 산에서는 처음 봤어요.) 2. 우리 집사람과 용희주 산우 부인은 오늘 만남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아주 친한 자매같다. 산행에 어부인들과 함께 하는 캠페인이라도 벌일까? 3. 산행 중 구름과자를 즐기는 모습은 아무래도 삼가야 할 것 중 하나일 것 같다. 음주는? 4. 오늘 45 산우회를 초청해 준 이성식 산우 및 회식연을 도와준 김창혁, 안창선 동기에게 재삼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아울러 이런 좋은 산행을 마련하느라 수고하신 유승엽 회장 및 임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