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지금의 나와 가장 닮은 숙부인
“생각보다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제 사극만 해야 하지 않겠냐고 (웃음). 다들 너무나 예쁘게 나왔다길래, 그래서 걱정이에요. 하하하!” 이런 닭살 멘트를 날려도 거부감이 들지 않게 하는 이는 흔치 않다. 사랑하는 남자를 바라보기만 하던 소심녀(<접속>), 선생님을 사랑하는 산골의 순박녀(<내 마음의 풍금>), 애인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아기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것도 불사하는 엽기녀(<해피 엔드>), 악랄한 깡패의 돈을 빼돌리는 대범녀(<피도 눈물도 없이>)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 여성 캐릭터를 다양화하는 데 한몫 톡톡히 한 전도연의 입을 통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녀의 자화자찬은 웬일인지 밉살스럽지가 않다. 끊임없이 ‘이게 아닌데, 조금만 더 하면 잘할 수 있겠는데’ 하며 자신에게 채찍을 휘두르기보다는 ‘잘한다, 더이상 안 나온다’ 자신을 칭찬하며 최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면을 거는 스타일. 촬영을 하는 동안은 철저하게 빠져들지만 일단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뒤도 안 돌아 볼 정도로 과감하게 미련을 떨쳐내기도 한다. 그녀는 “해야 할 것에 대한 욕심은 넘쳐나지만 하지 못할 일에 대한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며 막연한 욕심보다는 눈 앞의 일에 몰두하는 편이다.
<스캔들>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시집도 가기 전에 남편이 죽은 청상과부 신세로 7년 동안 수절하며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숙부인 정씨. “이 여자의 감정을 어떻게 담아내느냐를 가지고 고민을 무척 많이 했어요. 근데 이런 게 참 어려우면서도 쉬울 수 있는 연기 같아요. 그런 연기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나랑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녀는 매 작품 할 때마다 현재 작품 속 인물과 자신이 가장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텔레마케터 수현과 여의사 희주, 바람난 주부 최보라, 깡패의 여자친구 수진 등 그녀는 배우 전도연보다는 다양한 영화 속 캐릭터의 이미지로 떠오른다. “단 한 번도 나랑 동떨어진 인물을 연기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내 안에 있는 어느 한 부분과 만나서 가장 가까운 부분을 빨리 찾아내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인물이 다 나랑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스캔들>의 숙부인과는 ‘사랑에 대한 무모함’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랑에 있어선 생각을 잘 못하는 편이라 실제 조원 같은 남자가 다가와도 뭔가를 생각하기 전에 사람이 좋으면 사랑을 받아들일 것 같아요.”
<스캔들>은 전도연의 7번째 영화 출연작이다. 그녀는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는 몇 안 되는 흥행 여배우로 통했다.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가 저조한 흥행 성과를 거두자 비난의 화살은 그녀에게도 쏟아졌다. 창조는 모방에서 나온다는 감독의 애초 의도와 펄프 누아르라는 새로운 장르적 시도는 외면받은 채 아류작으로 몰려 외면당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처음 영화할 때는 흥행이 배우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시나리오에서 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같이 작업을 한 거고 거기서 내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했고 좋은 작품이 나왔다면 그걸로 된 거라고 생각해요. 흥행에 대한 부담을 생각하면 배우가 자기가 하고 싶은 시나리오를 못 골라요. 흥행 될 만한 것만 골라야 하잖아요. 그래서 흥행은 배우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녀가 생각하는 배우의 몫은 “저는 좋은 영화를 찍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다.
전도연의 차기작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흥식 감독의 로맨틱 판타지 <인어공주>. 그녀는 젊은 시절의 어머니인 해녀 '연순'과, 현재의 딸인 '나영'의 1인 2역을 해낼 예정이다. 해녀 역할을 위해 캐스팅 확정 후부터 스쿠버 교육을 받고 있다. 이번엔 <인어공주>의 캐릭터와 가장 닮아있기 위해서다.
사진 김경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