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도 한국 문화콘텐츠계에는 수난과 희망의 싹트임이 반복되었을 뿐이었다. 희망의 싹트임이라면, 뽀로로 우표가 발행된 지 40일만에, 발행된 400만 장이 모두 팔려 나갔고, 동명 동화 원작 극장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200만 명이 넘는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으며, 독립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개의 상(영화진흥기구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 무비꼴라쥬상)을 받은 것이다.
수난으로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있는 여성부와 문화부의 주도로 신데렐라 이야기식 악법이 제정되어 또 다른 폐해를 양산하면서 한국 게임계를 옥죄기 시작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부의 농간으로, 가사에 '술' 단어나 유해업소의 명칭이 들어갔다거나 가사가 음주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한국 가요계의 한류를 주도하는 가수들의 작품들이 잇따라 청소년유해매체 판정을 받은 것과, 여가수들의 복장과 안무가 선정성 논란에 빠진 것이 있다.
먼저 희망의 싹트임으로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정사업본부가 2월 22일에 400만 장(10종, 각 40만장)을 발행한 뽀로로 우표는 발행된 지 9일만에 320만 장 이상이 팔려 나갔다. 이른바 '뽀통령' 경배로 인하여 KBS2에서 매주 일요일에 방영되고 있는, <해피선데이>의 한 코너인 <1박 2일>의 4월 17일자 방영분을 통해 전파를 탄 '강호동 뽀로로 굴욕' 사건이 화제가 되는가 하면, <뽀롱뽀롱 뽀로로>의 식사 장면을 한식(韓食)을 주로 먹는 것으로 꾸며 달라는 온라인 청원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극장 상영이 종료될 때까지 2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블록버스터 영화 및 헐리우드 극장 애니메이션과 정면으로 경쟁해야 했던 험난한 상황에서 개봉 첫 주에 33만 5천 명을 동원하고, 개봉 8일 만에 누적 관객수가 50만 명을 넘어섰으며, 개봉한 지 10일 만에 누적 관객수가 73만 명을 넘어, <로보트 태권브이> 디지털 복원판의 흥행 기록을 깨뜨렸다. 그리고 개봉 15일 만에 그 동안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의 넘사벽으로 불려왔던,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더 나아가, 개봉 24일 만에 누적 관객수가 150만 명을 넘었고, 개봉 40일만에 누적 관객수가 200만 명을 넘어 역대 극장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10위권 내에 진입하였으며, 중화인민공화국 정권 수립일인 국경절(북경 날짜 매년 10월 1일)을 앞두고 다음 달 말에는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치나 전역에 걸쳐 약 3천개의 상영관에서 개봉되었다. 개봉된 9월 30일부터 10월 16일까지 겨우 약 420만 위엔(약 7억6000만 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가 되었다.
칸영화제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와 중동 지방에 판권을 판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터키, 포르투갈, 러시아, 미 합중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총 46개국에 수출되는 쾌거를 이룬 데다, 지난 10월 6일에 스페인에서 열린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최우수가족영화상을 수상하고, 지난 달 24일 호주 퀸즈랜드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태평양영화상에서도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15일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올해의 좋은 영상물로 선정되었다.
독립 극장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달성한 데 이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고도 개봉한 지 14일만에 누적 관객수가 1만 명(역대 최단기간)을 넘어섰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가능성을 열어준 <소중한 날의 꿈>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마당을 나온 암탉>과 <돼지의 왕>의 성공은 오로지 누적 관객수 뿐만이 아니라, 한국 애니메이션을 좀처럼 거들떠보지도 않던 새로운 관객층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이렇듯,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모처럼 호기가 마련됐지만, 내년 1월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애니메이션 총량제가 완화되어야 하고, 이로써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전반에 걸쳐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그리고 가능성을 보여 주었던 <소중한 날의 꿈>은 약 5만 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는 흥행 실패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명암 또한 함께 보여 주었다. 또한, 내년은 한국 4년제 대학에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생긴 지 10년째 되는 해로, 그 곳에서 배출된 인력들이 본격적으로 제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때다. 이들의 노력으로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희망의 싹이 본잎을 틔우고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