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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과 마블링이 맛 결정하는 절대 기준 아냐
흔히 생각하는 신선하고 맛있는 쇠고기라고 하면 선홍색의 살코기에
마치 눈꽃처럼 새하얀 지방이 촘촘히 박혀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쇠고기 등급은 근내지방도,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에 따라
고기품질을 구분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마블링(marbling; 근내지방도)이다.
즉, 살코기 속에 지방이 들어 있는 정도에 따라 제일 낮은 등급인 3등급에서
2등급, 1등급, 1+, 1++까지 다섯 등급으로 나눈다.
이러한 등급 기준에 대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많은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쇠고기 근내지방도에 의한 등급기준. /건강한 식품선택을 위한 꼼꼼가이드
미국, 호주, 일본 등 축산 선진국의 쇠고기 육질 등급 판정기준을 찾아보더라도 고기의 색깔,
조직과 탄력, 지방 색깔, 뼈 성숙도 등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마블링이 등급 판단의 기준이 되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쇠고기 등급 기준대로라면 한국 사람들은 고기 자체의 맛 보다는
기름의 고소한 맛과 향으로 쇠고기의 맛을 판단하고 있고 그 맛에 길들여져 있다.
일반적으로 마블링이 좋은 고기가 육즙이 풍부하다고 하지만 이는 지방질의 고소한 향과 맛에 취해
쇠고기 육질의 참맛을 즐길 줄 모르고 하는 잘못된 표현이다.
숙성 정도, 수분 함유량, 고르게 분포된 지방이 맛 결정
쇠고기는 고기의 숙성 정도와 조리 과정 중에서 수분의 유출을 얼마나 최소화 하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여기서 지방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방은 살코기 부위보다 열전도율이 낮기에
고온에서 육즙의 손실을 줄이고 수분의 증발을 막아준다.
그래서 지방은 쇠고기 육질 특유의 부드러운 감칠맛을 살려준다.
지방의 함량보다 지방이 고르게 잘 분포되어 있는 지가 더 중요한 이유다.
부연설명 하자면 일반적으로 도축된 직후의 쇠고기가 가장 신선하고 맛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바로 도축된 고기는 단백질 수축이 일어나면서 굉장히 질긴 육질의 특성을 보인다.
대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단백질 분해와 함께 아미노산이 생성되면서
육질도 부드러워지고 풍미도 한층 깊어진다.
도축되고 유통되는 쇠고기는 어느 정도 숙성이 진행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어느 정도 숙성된 쇠고기의 맛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서는 조리 과정에서
약 75%의 수분으로 이뤄져 있는 고기 내의 육즙을 잡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조리하는 시간이 길수록 육즙의 손실이 커지고 고기의 질감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TV요리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이 스테이크를 구울 때 고온의 불로 고기의 표면을
단시간에 가열하여 고기 내부의 지방과 육즙의 손실을 최소화 하고
풍미를 살려내는 조리법을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에서 고기의 숙성 정도가 맛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언급 했는데,
최근 쇠고기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전문점과
숙성된 고기를 판매하는 곳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고기의 본고장이 미국과 유럽보다도 쇠고기의 숙성 정도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고
새로운 맛의 지평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드라이 에이징시킨 2등급 한우 등심. /신세계푸드 제공
숙성의 방법에는 웨트 에이징(Wet Aging)과 드라이 에이징(Dry Aging)이 있다.
일반적으로 쇠고기는 도축과 함께 부위별로 진공포장을 하거나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비닐에 싸서 냉장보관을 하는데, 큰 범주에서 이를 웨트 에이징의 개념으로 본다.
사실 웨트 에이징을 통해서 어느 정도 맛의 상승효과는 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최근에는 갓 도축된 2등급 이하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선한 쇠고기를 구매하고
가정의 김치냉장고에서 짧게는 2주, 길게는 한달 가까이 웨트 에이징 하여 쇠고기의 깊은 맛을 즐기는
미식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등급을 뛰어넘는 맛의 개선 효과는 크지 않지만 살코기의 단백질에서 느껴지는
깊은 육즙의 풍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②편에계속>
첫댓글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