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적부터 여러 가지 바보였습니다. 이른바 ‘가락바보·노래바보·소리바보’였어요. 요즈음에는 이 바보굴레를 얼마나 씻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락을 못 맞추고 노래가 엉성하고 소리를 못 가누곤 했어요. 하도 바보스럽다고 놀림을 받기에 사람들 앞에서는 입을 벙긋하지 못 하기 일쑤였지만, 남몰래 가락을 익히고 노래를 가다듬고 소리에 귀기울이며 살았어요. 혼자서 살아갈 적에는 바보스러움을 꽁꽁 숨기기 쉬웠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더 숨길 수 없어요. 둘레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아이들한테 노래를 들려주고 함께 춤춥니다. “이봐, 이녁 아이들이 자네 가락바보·노래바보를 배우겠어!” 하고 끌탕하는 사람이 제법 있는데, “사랑스럽네요. 어버이가 노래를 못 불러도 아이들은 노래를 잘 부르기도 하더군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즐겁게 노래하는 마음’을 물려받더군요.” 하고 들려주는 사람이 곧잘 있어요. 아이들한테 입으로 노래를 불러 주다가, 이제는 손으로 노래(시)를 써서 건넵니다. 이러면 아이들은 어버이 노래에 그림을 척척 붙여요. 우리는 함께 지은 ‘노래그림’으로 이따금 ‘노래그림꽃’을 엽니다. 노래는 그림으로 녹아들고, 그림은 노래로 스며들어요. 함께 어우러지는 놀이마당입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