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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60킬로미터, 동서 30킬로미터에 달하는 호남평야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평야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귀한 풍경의 하나인 지평선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평야가 시작되는 정읍에서 삼국시대의 수리시설인 김제 벽골제까지는 국내 유일의 지평선 여행지다. 길도 고개를 잊었다.
호남평야의 광활함과 풍성함을 느끼는 데에는 벼가 진초록으로 물드는 여름이나 이삭이 황금빛으로 영그는 가을(9월 말~10월 초)이 가장 좋다. 한여름 내리쬐는 햇살 아래 펼쳐진 거대한 녹색평원은 가슴에 맺힌 온갖 응어리들을 단번에 해소해준다.
호남고속도로 정읍나들목(IC)을 나와 좌회전해 29번 국도 갈림길을 지나 백산 방면 705번 지방도로로 좌회전해서 2킬로미터쯤 가면 동진강 제방길이 시작되는 녹두다리가 나온다. 주차장은 따로 없으므로 근처의 공터에 적당히 세운다.
자전거 코스는 정읍 녹두다리에서 시작해 정읍천대교, 만석대교, 만석보 터, 군포교, 29번 국도, 김제 벽골제까지로 총 23킬로미터.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제방길은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너비이고 노면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한여름에는 풀이 자라 통행이 불편할 수 있고, 농번기에는 농기계와 자동차가 가끔 다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제 벽골제에서 출발하려면 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나들목에서 나와 부안·정읍 방면 29번 국도를 타고 김제 시내를 거쳐 10킬로미터쯤 가면 국도 변에 주차할 공터가 있다. 주변에 변산반도(내소사, 채석강, 새만금방조제), 내장산국립공원이 있다.
안내 http://culture.jeongeup.go.kr, http://culture.gimje.go.kr
소설가 고(故) 이청준의 고향인 완도 남쪽 청산도는 매혹적인 섬이다. 지름 7킬로미터(면적 41.8제곱킬로미터)의 적당한 크기에 가장 높은 산인 대봉산이 3백79미터로 평범한 농촌지역 한 조각을 달랑 떼놓은 듯하다. 해변의 마을들은 정갈하고, 산기슭의 산촌도 띄엄띄엄 정겹다. 마을을 잇는 길목에는 향토색이 물씬 풍겨 영화 <서편제>와 한효주 주연의 드라마 <봄의 왈츠> 무대가 되기도 했다.
대체로 우리의 섬마을은 볼품없지만 청산도는 소박함과 정갈함이 어우러져 우리의 토속적 미감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섬이다.
청산도는 완도항에서 들어가야 한다. 완도항에서 청산도까지는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카페리가 하루 5회 운항하며 45분 걸린다. 숙박시설과 음식점은 대부분 선착장인 청산항 주변에 모여 있다. 여관과 민박 수준이지만 깨끗한 편이고, 식당은 생선회와 전복죽, 아귀탕, 백반 등을 내놓는다.
자전거 코스는 16.5킬로미터의 도로일주 코스(3시간 소요)와 34킬로미터의 산악자전거(MTB) 코스가 있다. MTB 코스는 청산항 선착장에서 지리해수욕장, 진산해수욕장, 신흥해수욕장, 청계리, 범바위, 권덕리, <서편제> 촬영지, 화랑포를 거쳐 청산항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중간에 11킬로미터의 비포장도로와 몇 개의 언덕이 있다.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몇 남지 않은 장례 풍습인 초분을 발견할 수도 있다. 청산도를 관광한 후 완도에서 청해진 유적지와 전국 최대의 난대 상록수림인 완도수목원을 둘러볼 수 있다.
안내 tour.wando.go.kr, 청산농협·061-552-9388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로 꼽히는 서산 천수만은 인간의 대역사가 호흡하고 있다. 육지로 파고든 2개의 만에 방조제를 쌓아만든 인공호수인 부남호와 간월호가 철새들의 새로운 낙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수 주변 갯벌을 간척해 전국 농지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1만5천5백 헥타르의 거대한 평야가 생겨났다. 농토와 철새 도래지가 새로 생겼으니 천수만의 방조제와 간척공사는 또 다른 의미의 친환경사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자전거 코스는 간월호 호반을 따라 한 바퀴(총 27킬로미터)를 도는 것이다. 길 전체가 평탄한 비포장 농로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사시사철 철새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공으로 조성한 거대한 호수와 엄청난 평야에 감탄하게 된다.
체력이 된다면 들판 끝에 솟아 있는 도비산(3백52미터) 해돋이전망대에 오르길 권한다. 평원과 호수, 바다가 그려내는 대교향곡에 전율하게 될 것이다. 도비산의 임도를 돌아 부남호를 거쳐 길이 8킬로미터, 최대 폭 7백 미터의 국내 최대 백사장을 이룬 몽산포를 통해 간월도로 갈 수도 있다. 이 코스는 55킬로미터가 넘는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에서 나와 태안 방면으로 11.5킬로미터 가면 간월도 입구다. 여기서 10킬로미터 남짓 더 가면 77번 국도와 만나는 원청삼거리이고, 우회전해서 1.3킬로미터 가면 왼쪽으로 청포대해수욕장 입구가 나온다. 인근에 간월암, 몽산포해수욕장, 청포대해수욕장, 해미읍성, 안면도가 있다. 숙박은 청포대를 권한다. 태안반도와 천수만 일대는 생선회를 비롯해 대하와 굴 요리가 유명하다.
안내 www.seosantour.net
제주 한라산은 고도에 따라 식생이 분명하게 달라진다. 해발 4백 미터까지는 개간지가 많고, 그 이상은 울창한 난대림이다. 1천6백 미터 이상 고지대는 아한대의 키 작은 관목 숲이거나 초원을 이룬다. 물찻오름(7백17미터)을 지나는 교래~남원 임도(한남로)는 빽빽한 난대림과 완만한 산록, 물이 스며든 계곡 등 한라산의 속살을 볼 수 있는 자전거 탐방로다.
물찻오름(거문오름)은 백록담처럼 물이 고여 있는 기생화산으로, 짙은 숲 속에서 보게 되는 푸른 물이 차 있는 작은 분화구엔 신비로움이 감돈다.
숲길은 대체로 평탄하고 노면도 좋지만 잠시도 조망이 트이지 않아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고, 숲이 너무 짙어 다소 음습한 분위기가 돈다.
제주 시내에서 5·16도로(1131번 도로)를 따라 서귀포 방면으로 향한다. 제주대 사거리에서 8.4킬로미터 가면 왼쪽으로 교래리와 산굼부리 가는 1112번 도로가 갈라진다. 여기서 좌회전해 1킬로미터 가면 울창한 삼나무 가로수길 오른쪽으로 시멘트 포장된 임도 초입이 보인다. 입구에 주차공간이 있다.
자전거 코스는 1112번 도로변에서 물찻오름 입구, 사려니오름 입구 삼거리, 남조로 방면 좌회전, 1118번 도로를 거쳐 출발지인 1112번 도로로 돌아오는 총 20킬로미터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비포장 임도가 11킬로미터에 달하지만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초보자도 가능하다. 1112번 도로에서 물찻오름까지는 보행자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남조로에서 출발지로 돌아오는 1118번 도로 구간은 갓길이 있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숙박은 자연 속에서 보내고 싶다면 임도에서 가까운 절물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임도에서 멀지 않은 소인국미니월드와 산굼부리 근처에도 펜션이 있다. 산굼부리, 성판악, 절물자연휴양림, 정석항공관, 제동목장 등 둘러볼 명소도 주변에 많다.
안내 www.jejutour.go.kr 절물자연휴양림 064-721-7421 jeolmul.jejusi.go.kr
강화도 서북쪽에 있는 교동도는 고려와 조선 1천년간 개성과 서울의 관문이자 군사요지였으며, 활발한 무역항이었다. 지금도 옛날 중국 화폐가 많이 출토된다. 섬에서 가장 높은 화개산(2백60미터)에는 화개산성이 남아 있다. 서쪽의 서한리에는 봉수대가 전한다. 교동읍성은 한때 번성했던 옛 시절의 흔적을 보여준다.
교동도는 북한쪽 황해남도 연안군과 2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최전선이다. 해변의 평지에 자리한 거대한 난정저수지와 강화군 전체에서 가장 넓은 교동평야, 그리고 교동읍성과 철책선의 긴장감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섬이다.
서울에서 강화 가는 48번 국도를 따라 강화읍을 지나 계속 가면 고인돌로 유명한 하점면이다. 하점면 소재지를 지나 신봉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창후리 방향으로 5.5킬로미터 가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작은 포구가 나온다. 이곳 창후리선착장에서 교동도 월선선착장까지 20분 간격으로 자동차도 실을 수 있는 카페리가 운항한다. 15분 소요된다. 편도 요금은 성인 1천5백원이고, 자전거는 1천5백원의 추가요금을 받는다.
자전거 코스는 월선선착장에서 출발해 교동읍성, 대룡리, 양갑리, 난정저수지, 지석리 망향대, 인사리, 고구저수지, 농로, 봉소리 복지회관, 화개산 송림고개에서 월선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총 29킬로미터 코스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식당과 가게가 대룡리밖에 없으므로 물과 간식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최전방 군사보호지역이어서 해안 철책선에 손을 대면 안 되고,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 곳도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된다.
안내 www.ganghwa.incheon.kr 창후리선착장(화계해운) 032-933-4268
글과 사진·김병훈(월간 자전거생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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