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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문억의 시조학교 원문보기 글쓴이: 김문억
시조의 형식에 대한 문제 연구
백 승 수 (문학박사, 시조시인)
Ⅰ. 서 언
1. 연구의 목적
시조의 형식은 까다롭다. 마치 희랍의 ‘희드라’에 대한 신화처럼 이쪽을 좀 설명하고 나면 저쪽에서 문제가 생기고, 그쪽을 또 설명하다 보면 이쪽이 다시 문제가 되어 엉킨 실타래를 간추리는 그와 같은 귀찮은 작업을 해야 하거나 어떤 때는 억지로 끼워 맞추어 재구성해야 할 여지도 생긴다. 1)
더구나 기존의 작품이나 연구물들이 잘못된 것들이 있어 설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고, 기존의 유명 연구자분들의 글에서도 종종 오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은 시조가 가지는 오랜 역사성에서 오는 적층성(積層性) 문제 때문에,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이 혼재하는 현상이기도 하고, 시조문학의 근대화, 현대화 과정에서 겪은 일이지만, 문예사조 및 비평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한계성 등에서 생긴 것이라서 시조 형식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하는 사람이 극히 적고, 시조의 형식을 오직 한 수의 시조 외형률 하나만의 겉보기로 이해를 다 한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음보로서 12음보가 엉켜 잘 맞지 않는 경우, 통사구조상 구(句)에 있어 6구의 형식이 맞지 않거나, 종장에 대한 이해의 불충분에서 오는 몇 가지 오류, 3장의 기능을 잊고 두 장(章) 혹은 3장이 엉겨 애매하게 써진 경우, 산만하여 보이는 장시조에도 분명 3분되는 현상과 몇 가지 정형성 등이 따르건만 이를 간과하고 나름대로 자유스러운 형식을 취해 자유시화(自由詩化) 하는 경우, 이러한 여러 오류들을 보면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한다. 시조문학은 일종의「국민문학」이므로 누구나 짓고 읽는 터라, 지금 시조를 쓰고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앞으로 더 많이 초보자로서 쓰고 공부할 사람이 있을 텐데,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형식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일종의 시무책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은 그동안 나름대로 논문을 쓰기도 하고 남의 연구물 등을 살펴보기도 하였는데, 모두 일면의 만족은 있을지언정 완전하진 않았다. 그러나 1930년대 조윤제 선생님의 이론을 비롯한 수많은 연구자들의 업적을 두루 살피는 중에 무엇인가 하나의 작은 해결을 보았는데, 이는 기존의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두 분의 뚜렷한 연구자들의 업적에서부터였다. 이 두 분은 바로 성기옥 선생님과 임종찬 선생님이셨다. 성기옥 선생님은 한 수의 시조의 외형률에 대한 본질을 밝히는데 도움을 주셨고, 임종찬 선생님은 지금도 계속적인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계시지만, 시조의 통사구조의 원형(Archetype)과, 시조 한 장(章)이 기능하는 바의 원리, 시조의 종장의 기능은 물론 장시조의 정체성을 등을 바르게 밝혀 본 연구에 도움을 주셨다. 이 두 분은 ‘붓 끝으로 산천(山川)을 뽑았으며, 시조문학의 기틀을 바로 잡아 일월처럼 밝혀놓으신 분’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본인은 이런 분들의 업적을 기초로 앞에서 지적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여 보고자 본 연구를 시작하였다.
2. 연구의 방법
본 연구는 앞의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어떤 문제는 가능하면 그 과정을 탐구하고 증명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가. 한 수의 시조의 형식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로서의 외형률
나. 시조를 구성하는 통사구조의 원형(原型 Archetype)에 대한 문제
다. 종장의 특성에 대한 문제
라. 시조의 3장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문제
마. 장시조의 형식에 대한 문제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는 어떻게 달리 보면 다르게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문제는 순전히 본인의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 터라, 자칫 잘못 이야기를 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이런 경우 바르게 고쳐주시기를 바란다.
Ⅱ. 한 수의 시조의 형식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로서의 외형률
1. 음수율에 대한 문제
시조의 형식을 설명하되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조윤제 선생님의 기준표와 덧붙임 말을 중심으로 이룬 형식이다. “시조는 3장 6구 12음보가 1수를 이루며, 1수의 규모가 45자 내외의 형식을 가진다. 초장(3.4/4(3).4) 중장(3.4/4(3).4) 종장(3.5/4.3) 혹은, 초장(3.4/3.4) 중장(3.4/3.4) 종장(3.5/4.3)의 글자 수를 기준으로 음보마다 1-2자의 가감이 허용된다. 종장은 첫 음보가 반드시 3자이라야 하고 제 2음보는 5자 이상 8자이어야 한다. 총 글자 수는 대개 40-50자 범위다.”2)
이는 우리가 소위 음수율을 기준으로 하여 처음 시조를 익히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수준에 맞는 시조의 형식에 대한 설명이다. 교과서나 기타 시조 공부에 교재가 될 만한 자료에는 늘 맨 처음 앞에 붙어 있는 이야기로서, 이것만 알아도 시조 창작 혹은 감상에 적어도 그 형식 이해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 편의상 초보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 것으로 유용한 일면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초보자를 위한 방편에 불과한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은 시조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부족한 말이다. 글자 수로 헤아리는 것을「음수율」이라 하고 이에 차별을 두었다는「음보율」을 비롯한 리듬(율동), 운율(율격과 압운) 등에 대한 이해는 물론, 율격의 종류로서 음절과 그 수에 결정된다는 단순율격과, 고저율, 장단율, 강약률을 그 하위 요소로 한다는 복합율격, 이 두 가지 특성을 조금씩 가지되, 그것이 일정한 형태는 아닌 혼성율격에 대한 이해 등으로, 등장성을 살리는 시조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앞의 도남의 설은 음수율인데, 이 음수율의 약점은 통계적 허구성과 왜 한국 시가의 율격이 음절수에 근거하여 파악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실증적 검증이나 이론적 통찰이 없이 선험적으로 받아들여, 그 당시(1930년대) 성행한 정형적 규칙성을 가진, 가사, 창가, 음송민요 등을 연구대상으로 삼았기에 결국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내는 자가당착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쉽게 말하면 고시조의 90% 이상이 이 기준표에 어긋나기에 도남 자신도 글자 수의 가감이 허용된다는 말과 함께 몇 가지 사항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 덧붙임은 시조의 형식을 이해하는데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가. 시조의 형식을 앞처럼 상정한 기준표는 우연으로 이룬 것이며 절대적이 아니다.
나. 시조는 초 중장을 합하여 하나로 하고, 종장은 따로 또 하나로 하여 나누어야 하나 음악상 3장 이라서 어쩔 수 없이 3장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다. 종장의 첫 음보는 반드시 3자라야 한다.
라. 고시조 작품 중 어떤 것은 이 기준표에 어긋나도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며 어떤 것은 이유 없이 기준에 어긋나 있었다. 3)
이 중에서 ‘나’와 ‘다’는 최동원 선생님의 종장의 감탄사 잔형에 대한 이해와 가람의 3장 8구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도 되고, 요즘 현대시조시인들이 이유 없이 글자 수를 늘이거나 줄여 쓰는 것에 대한 경계가 되기도 한다.
2. 음수율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문제로서의 음보율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음수율의 단점은 보완되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기에 1950년대에 정병욱 선생님이 우리 시가의 율격의 기층단위는 음절이 아니라 음보이며, 율격의 구성이 등시성의 원리에 의한다는 관점을 확보하였다. 그리하여 운율이란 계속하는 순간의 시간적 등장성이고, 리듬은 그 등장성을 역학적으로 부동하게 하는 힘이라는 파울ㆍ피어슨의 이론을 적용하여, 한국시가의 기본율도 음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병욱에 이어, 1970년대 조동일, 예창해, 김대행 님 등의 연구가들의 업적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이 마련된다.
가. 한국 시가의 율격은 기저자질의 선형대비(음절의 등가적 대비)에 의한 단순율격 유형이다. 나. 율격의 정형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층단위는 음보다.
다. 음보의 구성은 등시성에 의하여 구성된다.
등, 등의 명제들이 속속 도출되고, 조동일 예창해 님은 율격 형성을 율격적 예기감과 통사적 휴지를, 김대행 님은 음절의 음지속량을 음보가 응집되는 내적구성의 자질 중심으로 설정한다. (소위 모라로 환원되는 음절의 장단음 설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의 업적은 율격적 정형성을 측정할 최소한의 근거를 확보하는데 큰 업적을 이루었지만, 등시성의 객관적 해명은 이루지 못하였다. 등시성의 확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것은 율격을 설명하고 그 특성을 이해하며 그 유효성을 따지는데서 부터 시작된다. 이를 차례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율격은 리듬에서 온다. 다시 말하면 리듬 즉 율동이 대개 실용적이면서도 일반적이고 형식적인 의견(gewöhnliche und metaphorine Ausdrucks weise)으로 받아들여지고, 율동이 시간과 관련이 있기는 하나, 음의 진행 혹은 음운동의 쪼갬에 있어, 중요한 부분과 덜 중요한 부분으로 나뉘고, 이 둘은 어떤 방식으로 근사치를 이루어 동일조직에 예속되는(wichtige und unwichtige Teile müssen sich sondern, und danüber hinaus müssen die wichtige und unwichtige unter einander irgend wie ähnlich sein, sie müssen zu einem und demselben system gehören) 모양새를 갖는 것이다.4)
2). 리듬(율동)은 발화자의 마음에 따른 부동성(浮動性)이나 임의성, 무정형성이나 수동성 등이 특징 으로, 미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율격은 이와 상반되게 고정성, 항상성, 능동성, 관념성 등을 가 지고 있으나 미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율격은 음성을 자원으로 사회적 승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리듬체계이고, 구체적이 아닌 의식 작용에 의해서만 지각되는 추상적인 실체이며, 강제 적이고 규범적인 체계로 일상용어에 부과된 조직적인 폭력성(organized violence)5)을 가지며, 주로 주기적인 반복구조를 갖는 등시성을 그 특성으로 한다.
3). 2)의 이등시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앞의 정병욱 님은 주로 강약율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능우 님 도 이에 동조하였고, 김차연과 황희영, 정연차 님은 이와 다르게 고저율에 관한 연구 업적을 남겼 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강약률만 약간의 유효성이 있고,6) 고저율은 고시조나 현대시조 작품에 적 용하여 보아도 우리 시가와 잘 맞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어, 결과적으로 음수율, 장단율, 강약률, 고저율 모두가 우리 시가와 별로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게 한다.7)
그리하여 앞의 음수율에 대한 개선책을 세우는데 다소의 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잘 정리하여 등시성을 현실화하는데 미흡함을 보였다.
3. 혼성율격의 성질을 도입한 기층체계의 확립에 대한 문제
그러다가 1980년대에 성기옥 선생님이 소위 로츠(Jㆍlotz)의 율격유형론을 받아들여, 우리 시가 율격은 단순율격도 아니고 복합율격도 아닌 혼성율격유형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단순율격이라면 음절과 그 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나 적합하지 못하고, 복합율격이라면 고저, 장단, 강약률이 그 하층부에 유형화 되어야 하는데, 우리 국어에 비록 장음이 설정되기는 하나, 장단의 위치가 고정되게 설정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혼성율격인데, 현재 세계 어느 곳에도 이런 율격은 없으며, 오직 고대 인도어의 마트라찬다스 유형만이 이 유형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모형으로 만약 4음보의 유형을 설정하면 다음과 같은 5 가지가 된다고 하고 있다. 8)
단단단단(OOOO)/장-장-(O-O-)/장단단(O-OO)/단단장(OOO-)/단장단(OO-O)
특기할 일은 앞의 연구자들이 찾던, 우리 시가의 율격이 혼성율격이라는 정체는 밝혀졌지만 그래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유형적 특성이나 공유하는 체계는 물론, 그 발전적 해명의 단서가 전혀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못해 프랑스시가 강세가 율격의 기저자질에 관여하고 있어도 중심자질은 여전히 음절이라, 단순율격으로 분류되는 것처럼, 우리 시가도 약간의 수정이 필요한데 이는 음수율을「수」가 아닌, 음량률의「양」으로 하고, 앞의 표에서 보는 장단의 구별을 적용하면 언어학적 장음의 율격적 표상 형태와 실현 규칙 등 세부적 차이가 있을 뿐, 우리 시가도 프랑스시처럼 동일한 음량률의 예가 되어 그 기층체계가 일반성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9)
그러한 사실을 근본으로 성기옥 님은 장음(長音)(-), 정음(停音)(∨)을 사용하여 한국시가율격의 구조체계를 나름대로 분석하였는데, 특히 시조는 종장 제2음보만 빼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이에 합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종장 제 2음보는 종장의 구성상 그 길이가 나머지 음보와 다르기에 나머지 음보를 모두 4박자로 한다면 이 부분만 3박자를 두 번 실행하자는 의견이 최동원 님에 의하여 제시되고 있었고,10) 특히 김차연 님은 종장 제 2음보는 우리 선인들의 꺾이고 휘어지는 변형으로 멋을 사랑한 기지(機智)라고 하면서11) 시조가 가지는 특이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예가 있어 종장 제 음보에 대한 여러 입장이 있어 왔다.(정병욱 님의 경우 양이 많은 음보는 속독하여 해결하려 함)
성기옥 선생님은 우리 시가의 음보는 언어의 특성상 2음보에서 5음보까지 설정이 가능하며, 특히 시조의 종장 제 2음보만 1회적인 특수성을 갖는 특이한 경우이지만, 나머지는 4음보의 적용이 어렵지 않음을 보여주었기에 본인은 이를 기본으로 앞의 이론을 통합하는 발전적인 의미로 설명하고 문제가 되는 종장 제 2음보도 앞의 최동원 님, 김차연 님의 의견과 관계없이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싶다.
한국 시가의 율격은 기저자질의 선형대비(음절의 등가적 대비)에 의한 단순율격 중 음량률이며, 그 정형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층단위는 음보이며, 음보의 구성은 등시성에 의하여 구성되고, 이 등시성은 정병욱 님이 휴지, 장음화, 속독 같은 것을 이용, 휴지와 장음화는 음수가 적은 곳에, 속독은 종장 제 2음보 같은 곳과 과음수를 갖는 음보에 등시성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보다 철저히 규명하여 장음, 정음, 모라(mora) 단위를 상정하여, 장음과 정음은 음수가 적은 곳에(1모라씩 확보), 종장 제 2음보 같은 곳이나 과음수를 갖는 음보에 속독을 사용하면(모라는 쪼갤 수 없음으로 음표 사용) 등시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점을 보아12) 이를 근거로 필자가 음표와 쉼표를 사용하여 한 수의 시조를 재구하면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자연스럽게 등시성이 확보된다고 생각한다.
울-며∨ 잡은 소매 떨치고- 가지 마소
( ♩§ /♩♩♩♩/♩♩♩§/♩♩♩♩)
초-원∨ 장제에- 해- 다∨ 저물었네
( ♩§/♩♩♩ §/ ♩§ /♩♩♩♩)
객창에∨잔등 돋우고 새워 보면 알리라.∨
(♩♩♩§/♪♪♩♩♩/♩♩♩♩/♩♩♩§)
*장음- 정음∨ 종장 제2음보 (잔등/돋우고->‘잔등’을 속독함)
장하던∨금전벽우 찬 재 되고 남은 터에
(♩♩♩§/♩♩♩♩/♩♩♩♩/♩♩♩♩/)
이루고∨또 이루어 오늘을∨보이도다
(♩♩♩§/♩♩♩♩/♩♩♩§/♩♩♩♩/)
흥망이∨산중에도 있다하니 더욱 비감하여라.∨
(♩♩♩§/♩♩♩♩/♪♪♪♪♪♪♪♪/♩♩♩♩/♩♩♩/)
*종장 제 2음보는 속독으로‘비감하여라’의 ‘비감’은 편의상 앞에 붙여 읽음13)
그래도 남는 문제가 하나 더 있으니 그것은 시조의 역사성 때문에 자연 중세 국어 즉, 조선조의 수많은 고시조와 현대시조와의 율격적 차이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는 성조 액센트가 우리말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17세기까지의 율격 문제로 이기문, 정연찬, 정광, 김대행, 김완진, 전광현 님 등의 연구물 등이 있으나 성조자체의 속성인 고조나 저조가 율격형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오직 율격의 길이에만 관여한 것으로 보아, 본질적으로 18세기 이후의 국어와 별 다르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어 특별한 발견이 없는 한 별 문제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14)
따라서 한 수의 시조의 형식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가. 시조는 3장 6구 12음보가 1수를 이루며, 1수의 규모가 45자 내외의 형식을 가진다. 초 장(3.4/4(3).4) 중장(3.4/4(3).4) 종장(3.5/4.3) 혹은, 초장(3.4/3.4) 중장(3.4/3.4) 종장 (3.5/4.3)의 글자 수를 기준으로 음보마다 1-2자의 가감이 허용된다. 종장은 첫 음보가 반드시 3자이라야 하고 제 2음보는 5자 이상 8자이어야 한다. 총 글자 수는 대개 40-50 자 범위다.
나. 시조의 율격은 기저자질의 선형대비(음절의 등가적 대비)에 의한 단순율격 중 음량률이 며, 그 정형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층단위는 음보이며, 음보의 구성은 등시성에 의하여 구성된다.
다. 등시성은 장음, 정음, 모라(mora) 단위 같은 것을 상용하여, 장음과 정음은 음수가 적은 곳에 적용하고 종장 제 2음보 같은 곳이나 과음수를 갖는 음보에는 속독을 사용하면 등 시성이 확보된다.
라. 시조의 역사성 때문에 자연 중세 국어 즉, 조선조의 수많은 고시조와 현대시조와의 율 격적 차이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는 성조 액센트가 우리말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17세기까지의 율격 문제로 몇 몇 연구물 등이 있으나 성조자체의 속성인 고조나 저조가 율격형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오직 율격의 길이에만 관여한 것으로 보아, 본질적으로 18세기 이후의 국어와 별 다르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Ⅲ. 시조를 구성하는 통사구조의 원형(原型 Archetype)에 대한 문제
시조의 각 장의 통사구조는 어떠한 것인가? 일찍이 임종찬 님은 이에 대하여 스스로 구성한 통사구조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는 고시조가 가지는 통사구조의 원형(原型 Archetype)이라고 해도 좋겠다. 저서에 실린 여러 가지를 간추려 예를 든 작품과 함께 작품과 함께 요약하여 소개한다.15) 임 교수님의 통사구조를 다음과 같다.
1). 주어구+서술어구 ----① ② ⑥
2). 전절+후절--------- ④ ⑨
3). 위치어+文 -------- ⑤ ⑦ ⑧
4). 목적어구+서술어구----③
그리고 이와 같은 통사구조를 작품을 통해 예시하였다. (해당번호와 같음)
① 선인교(仙人橋) 나린 물이 / 자하동(紫霞洞)에 흘너드러
② 반천년(半千年) 왕업( 王業)이 / 물소 이로다
③ 아희야 고국흥망(故國興亡)을 / 물어 무리오 - 주의식(朱義植)(병가甁歌 390)
④ 강호(江湖)에 봄이 드니 / 미친 흥(興)이 졀노난다
⑤ 탁료계변(濁醪溪邊)에 / 금린어(錦鱗魚) 접주(接酒)ㅣ로다
⑥ 이 몸이 한가(閑暇)옴도 / 역군은(亦君恩)이샷다 -맹사성(孟思誠)(병가甁歌 55)
⑦ 대조(大棗)볼 불근 골에 / 밤은 어이 드르며
⑧ 베 빈 그르헤 / 게 어이 리고
⑨ 술 익자 쳬장 도라가니 / 아니 먹고 어이리 - 황희(黃喜)(시가詩歌 27)
이러한 것은 고시조에서는 한 장이 두 개의 의미단위로 나누어지고 하나의 의미단위는 2음보로 이루어진다. 현대시조의 출발기를 장식한 시조시인들은 고시조의 이같은 속성을 살리려 하였다.
가만히 오는비가 / 락수저서 소리하니
오마지 안흔이가 / 일도업시 기다려져
열릴듯 다친문으로 / 눈이자조 가더라 - 최남선 ‘혼자안저서’
봄비에 바람 치어 / 실같이 휘날린다
종일 두고 뿌리어도 / 그칠 줄 모르노네
묵은 밭 새 옷 입으리니 / 오실 대로 오시라 - 주요한 ‘봄비 1’
보기 작품은 앞서 말한 네 가지 형태의 통사구조를 지키고 있으며 이것의 가시화를 위해 6구로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시조에서는 이 같은 시조문학으로서의 속성을 무시하는 작품들이 자주 보인다.
① 바람은 / 늘 북창어귀에 걸려있다 - 류○하 ‘바람과 소녀와 하느님’ 초장 -
② 병이라면 / 어렵고 고통스런 병일밖에 - 박○교 ‘빈 가슴이 둘’ 초장 -
③ 정말 너무 오래 잊은 채 / 지냈구나 - 조○화 ‘별을 보며’ 초장 -
④ 어둠은 / 조금씩 상하기 시작했고 - 유○영 ‘무변기’ 초장 -
⑤ 아, / 마지막 강물 같은 것이 / 풀리고 - 유○영 ‘무변기’ 중장 -
⑥ 그냥 달려 / 이지러지고 구겨진 삶의 파편 - 김○동 ‘신발’ 중장 -
⑦ 벙어리 우산장수 주름위로 / 더위가 올 때 - 김○자 ‘하지기’ 중장 -
앞에서 인용한 「현대시조 28인선」에서 뽑은 예들인데 3장6구라는 의미의 시조형태에서 벗어나 있음을 본다. 이것은 또 한 장을 4음보로 끊어 읽기에 어색하도록 만들고 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기로 한다.
ⓐ 아, 마지막 강물같은것이 풀리고
ⓑ 아마지막 강물같은것이 풀리고
ⓐ로 읽는다면 우리시에 한 음절이 한 음보를 이루는 경우가 없다는 점에서도 어긋나 있지만 1음절도 한 음보 6음절도 한 음보가 한 장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므로 음수의 편차가 너무 커지게 되어 어색하다.
다음의 작품들은 앞의 어긋난 작품들과 달리 비교적 통사의 규칙을 원만하게 잘 지킨 작품들이라 생각한 다음의 작품을 보자.
오련한 꿈길을 걸어 먼 학교에 갑니다
교실도 꿈속 같아 어항처럼 말이 없고
창 너머 살구나무엔 새 한 마리 납니다.
이옥진「먼나무 숲으로 」에서
행인의 발길 아래 무참히 찢긴 얼굴
쓰라린 혈흔의 강(江) 침묵 속에 뒤엉켜도
다시 또 두근거리며 차오르는 씨방의 슬픔.
손무경「민들레꽃 」전문
통사구조를 지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작품의 배경을 넓히고, 의사소통 채널을 원만하게 하며, 담고 싶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담아 작품의 수준을 높이고 뜻을 두텁게 한다.
이옥진 시인의「먼나무 숲으로 」에서는 고요한 교정과 어항 속 같은 교실의 정적인 분위기를 창 너머 살구나무에 새 한 마리가 날아감으로써, 절대의 공간과 절대의 시간이 교차하는 일종의 파문을 되살린 경우에 속한다. 작가인 화자는 일종의 독백을 통하여 이러한 것을 통찰하면서 잠재적인 방법으로 세상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드러낸다. 전체적 짜임새가 순조롭고 원만하여 읽는 이의 마음을 한없이 안정되게 한다.
손무경 시인의「민들레꽃 」에서는 밟히고 찢어져 피를 흘리는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절대 의지가 자리 잡고 있어, 그 뜻이 역력한 승화의 미가 엿보인다. 이러한 것은 결국 철학적으로 일종의 실존주의적 색채가 강하다. 거기에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 민들레꽃을 통하여 드러나고 있어 현실적 고뇌를 극복하고자 하는 표상시학적인 차원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작품이다. 통사적 구조가 잘 이루어진 것, 생명의 소중함을 육화시킨 덕택이다. 이런 예를 더 들면 다음과 같은 작품도 있다.
그 언제를 기다리며 멎어 있는 모래시계
잡아 주는 손길 따라 툴툴 털고 일어서면
쌓이는 모래알만큼 비워지는 시간의 잔.
이광 「모래시계 」에서
조금만/ 수구리봐아/ 왜 이려유/ 괜차나어
아파유/ 살살혀유/ 미안히여/ 지둘러봐아
앗/ 뜨/ 거/ 이건 또 뭐여유/ 놀래지마러/ 금방이면/되어.
조경순 「양파를 까며 」전문
아비와 아재비는 윗대의 어른이고
오라비 지아비는 같은 항렬 사람이지
도깨비 허수아비는 속고 속는 사이비.
서관호 「한글의 미소ㆍ3 」에서
이광 시인의 「모래시계 」에서는 현대인의 고뇌가 극적인 모습으로 잠재되어 있어, 느끼고 생각하는 현대시조의 중량감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잘 드러나 있다. 생의 본질적인 것은 일종의 불안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불안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 시인의 경우도 이러한 불안이 모래시계의 모래알처럼 빠지고 비워지고 쌓이는 양상으로 우리에게 실존하는 것을 극적으로 표현하면서 생활 시학의 전경화를 이루고 있다.
조경순 시인의 「양파를 까며 」에서는 남녀가 성적인 욕구로 드잡이라도 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결국은 양파 껍질 까기의 실상이라는 낯설게 하기 기법과, 구어체와 토속 언어인 사투리가 극적인 모습으로 드러나, 재미스러움과 더불어 현실의 어떤 비밀스러운 비리의 수수께끼를 고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양, 그 모습이 신기하고 이채롭다. 조 시인의 특성은 다른 작품에서도 이렇게 토속어를 쓰는 언어의 미학을 이루어내어, 작가로서의 이색적인 모습을 보인다.
서관호 시인의「한글의 미소ㆍ3 」에서는 동시조이고 그 내용은 한글의 쓰임을 알려주는 것 같지만, 버릇이 없이 자라는 청소년의 언어폭력을 경계하는 모습을 잠재적으로 담고 있어, 우스운 희극적이고 풍자적인 요소인 펀(fun)을 담고 있기도 하다. 가령 누가 턱 없이 ‘아재비(아저씨)’ 어쩌고 말을 잘 못하면 이 시조 작품을 읽게 한다면 얼마나 우스울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절대는 ‘절에서 쓴 담뱃대’, ‘이상하면 치과로 가라.’ 등과 유사)
이렇게 시조의 통사구조는 그 원형을 알고 쓰면 시조의 전통적 장점(쓰기에 쉽다. 내용이 알기 쉽고 간단하다. 간단하지만 뜻이 무한하게 깊어 문예적 구조가 튼튼하다.)을 살리는 일도 되고, 미학적인 아름다움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이는 두 갈래로 바르게 갈라지는 구의 형식을 한 편으로 치우치는 등의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Ⅳ. 종장의 특성에 대한 문제
1. 종장 제1음보의 3자에 대하여
종장 제 1음보의 3자에 대한 근거를 들면, 원래 시조는 일조일석에 생긴 것이 아니고, 실로 오랜 시일을 요하였을 뿐 아니라, 고려 이전에 이미 시조 형식이 우리 시가 가운데 잠재되어 있었으며, 차츰 시조 형식으로 발전한 것인데 우리 고시가의 형식에는 기본이념이라 할만한, 전ㆍ후절의 분단성이 있고, 이 전ㆍ후 사이에 감탄사가 있었다. 이들은 향가, 경기체가, 악장, 시조, 가사 등의 이름으로 전통으로 계승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음악성에 기인한 것으로 후대에 이 분단성은 약화되어, 전ㆍ후에 끼어있던 감탄사는 다른 유의어로 바뀌거나 소실되었다. 고려속요나 조선조 악장에서 이러한 예를 찾을 수 있다. 시조에 있어 원래 종장은 초장과 중장과 다름이 없었으나, 이 감탄사의 잔형이 종장에 끼어들어 종장 제 1음보가 되고 원래 있었던 1음보 2음보는 합쳐 종장 제2구를 구성한다. 그래서 종장 제 2구는 5-8자인 것이다. 가람은 이 감탄사 잔형 때문에 종장을 4구로 하기도 하였다.16) 가람, 노산, 도남 모두가, 구와 음보를 혼동하기도 하였지만, 그들의 시대에는 음보의 중요성을 잘 자각하지 못한 흠이 있으나, 세 분 모두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3장 6구 12음보를 구성에 지장을 주는 경우는 없었다.17)
2. 종장의 기능
고시조의 종장 첫 음보는 아희야, 두어라, 어즈버 등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아희야’는 명령이나 청유를, ‘두어라’는 결심이나 단념을, ‘어즈버’는 회고나 감탄을 예언하여 마감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음이다. 이에는 닫혀진 마감이라고 하여, 초 중장을 종합하여 작가가 새로운 정보를 첨가하여 끝을 맺는 경우와, 열려진 마감이라고 하여 일단 한 수의 시조를 완성하기는 하되, 무언가 다른 일이 있는 것 같은 상태로 마감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는 한 수의 작품이 이야기를 어정쩡하게 마무리 하여 매듭이 잘 지어지지 않는 그런 작품을 써서는 아니 되겠음을 시사한다. 단호하고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일이 중요하기에 잘 지어진 작품일수록 종장이 잘 쓴 경우가 많다는 것도 그 매듭이 확실함을 일컫는다.
보리 냄새 물씬 나는 아지랑이로 오르던 꿈
환(幻)을 그린 노을 강에 무지개 빛 타던 사랑
순이야, 네 이름 부르면 함박꽃도 피더구나.
원용우「보리밭」에서
늪 깊이 가라앉은/시원(始原)의 빛을 꺼내
문명을 거부한 채/꽃 한 송이 피워놓고
아득한/태고를 산다/신앙 같은 순결로.
김흥열「가시연꽃」전문
옛 성의 이끼 위에/봉화대 잠이 들고
뒷짐 진 소나무에/북소리 감긴 세월
충절의 시조 한 소절/피 흐르는 대금소리.
박헌오「고적(鼓笛)」전문
벽에 금이 가는 것은/바깥이 그리워서다
깨어진 항아리는/참 자유를 얻었나니
너와 나 금이 간 것도/벽을 허문 몸짓인 걸.
이광녕「금」전문
귀엽다 푸른 열매/익어야 붉게 되리
장난감 귀한 시절/신나게 갖고 놀던
팽팽팽 대나무 팽총/다시 듣는 그 소리.
김재황「팽나무 열매를 보며」전문
앞의 원 시인의 내용은 사랑이라는 테마를 사물의 정감에 맞추어 ‘ 순이야, 네 이름 부르면 함박꽃도 피더구나.’ 와 같이 신기하게 매듭지어 극한의 매력을 보여준 종장의 처리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경우인 반면 , 김 시인은 가시연꽃의 피어남에 오히려 아득한 태고를 사는 불변성으로 육화시킨 특성으로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경우에 속하며, 박 시인의 고적(鼓笛)이라는 테마를 다루어 그 음악의 아름다움이 조상의 얼에 비유한 일종의 아케이즘(Archaism)적 성향으로 아름답고 슬기로운 혼을 종장의 기상어린 짜임으로 승화시킨 경우에 속한다.
이 시인은 금이란 파괴적인 것을 오히려 경계를 허물고 자유와 화해를 마음대로 구현하는 아이러니를 적용하여 오히려 낯설게 하기 기법에 속하는 아름다운 창조를 이루고 있다. 김재황 시인은 팽나무 열매를 통하여 과거를 회억하고 아직도 팽팽팽 울리는 시각과 청각의 공감각적 이미지를 종장처리 기법으로 처리하여 생생하고 아름다운 물상을 그려내면서 작품의 풍미를 더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을 통하여 볼 때도 새삼 시조의 종장처리의 중요성을 알게 한다. 종장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우리 고시가의 형식에는 기본이념이라 할 만한 전ㆍ후절의 분단성이 있고 이 전ㆍ후 사이에 감탄사가 있었고, 후대에는 이 감탄사가 다른 유의어로 바뀌거나 소실되었지만, 이것이 종장 제 1음보가 되고 원래 있었던 1음보 2음보는 종장 제 2구가 되어 5-8자를 구성하였으며, 음보 상으로 등장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종장 제2구는 속독을 이용하여 빨리 읽어 등장성을 확보해야 한다. 종장은 명령이나 청유, 결심이나 단념, 회고나 감탄 등을 통한 닫혀진 마감이라고 하여, 초 중장을 종합하여 작가가 새로운 정보를 첨가하여 끝을 맺는 경우와, 열려진 마감이라고 하여 일단 한 수의 시조를 완성하기는 하되, 무언가 다른 일이 있는 것 같은 상태로 마감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으며 이는 이야기가 어정쩡하게 마무리 하여 매듭이 잘 지어지지 않는 그런 작품을 써서는 아니 되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종장 처리를 잘하는 일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Ⅴ. 시조의 3장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문제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 한민족은 3이란 숫자를 중시하여 가령 속담에도 ‘잘 하면 술이 석 잔, 못 하면 뺨이 석 대’ 라고 하여 3이란 숫자를 가장 만족스러운 숫자로 여겼다. 3장은 천, 지, 인, 삼재(三才) 를 뜻한다거나, 누에가 석 잠을 자고, 무명실을 세 번 잣고, 사흘 쯤 쉬고, 삼한 사온의 계절을 맞고, 무서운 길은 세 사람이 길을 가는 등의 일은 일상사 풍습 등에서 노래도 꼭 삼장이라야 만족하였다. 시조의 각 장에 대하여는 몇 가지 논의가 있는데, 우선 고기록(古記錄)에 한 수의 시조작품을 한 장이라고 하였다가 후에 차츰 초, 중, 종장으로 바뀌었다. 그 기법도 초장의 서술을 중장이 받고, 종장에서 다시 받아 모두 아울러 맺는 양식인 순진법(順進法)과, 초장에서 결론을 제시하고 중장과 종장에서 이를 해명하는 경우와, 초장에서 전제적인 주제를 내세우고, 중장과 종장에서 풀어주는 방법 등이 있다.
임종찬 님은 이를 좀 더 구체화 하여 초장을 위한 중장(1), 초장을 위한 중장(2), 종장을 위한 중장, 결합적 관계로서의 초 중장, 연쇄적 관계로서의 3장, 등의 다섯 가지로 도식화하였지만, 대개 초장과 중장이 한 의미형태가 되고, 종장은 이에 대하여 ‘그래서’, 혹은 ‘그런데’라는 접속을 통하여 ① 결과를 보여줌으로서 시적 마감(그래서) ② 앞의 내용과 상반된 논의 강화함으로써 시적 마감(그런데) 와 같은 장치로서 3장의 절묘한 완결을 이룬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18)
손에 가시를 들고 손에 막 들고
늙 길 가시로 막고 오 白髮 막로 치랴니
白髮이 제 몬져 알고 즈림길로 오더라 <禹倬, 甁歌 47>----①
萬壽山 萬壽峯에 萬壽井이 잇더이다
그 물로 비진 슐을 萬年酒라 더이다
진실노 이 盞 곳 잡으시면 萬壽無疆오리다 <大東 315>---②
나뷔야 靑山에 가쟈 범나뷔 너도 가쟈
가다가 져무러든 곳듸 드러 자고 가쟈
곳에셔 푸對接거든 닙헤셔나 고 가쟈 <지은이 모름(靑六419)>-------③
앞의 ①은 ‘그런데’가 ②는 ‘그래서’가 생략된 것이고 ③은 ①과 ②의 예외가 되어 종장이 시적 마무리를 못하고 있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고시조는 ①과 ②의 경우가 많고 ③의 경우는 드물다. 이는 ①과 ②를 본받고 ③의 경우는 본받지 말아야 함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한 수의 시조는 각 장을 소홀이 하지 말고 정성스럽게 써서 그 기능에 맞는 작품을 창작해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①과 ②의 경우를 본받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일생/ 섬이 된다
유난히/ 파도가 많고/ 유난히/ 바람이 많은 섬
그래서/ 가슴에는 평생/ 등불이/ 걸려있다.
신웅순「내 사랑은 47 」전문
지팡이로 꽃 만들고/ 그 꽃 속에 새 키운다
카드색 바꾸면서/ 사람까지 뒤바꾼다
그대는/ 엽기 마술사/ 만리장성 벽도 뚫네.
민달「쌍벽-마술사와 시인 」에서
온기 없는 벽을 향해 콘크리트 못을 친다
들어가지 않으려 억지 부리는 고집 꺾고
메마른 가슴 같은 벽/ 조금 조금 박힌다.
이석래「틈새」에서
신웅순 시인의「내 사랑은 47 」은 일종의 페미니즘적 성향을 보이는 작품으로, 신 시인의 주요 소재는 사랑과, 어머니, 처와 자녀 등으로 애틋한 마음을 시조로 나타내는 경우가 보통인데, 본 작품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일종의 고뇌에 빠져 뼈아픈 고통을 겪는 모습을 여러 양상으로 나누어 서정화한 한 예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그 함축성과 언어의 묘미에서 오는 통찰력이 돋보이고 있고, 시조가 가지는 3장의 구조도 잘 살리고 있다.
민달 시인의「쌍벽-마술사와 시인 」에서는 시인과 마술사가 유는 다르지만 이루고자 하는 염원은 서로 닮고 있어, 그 유사성이 확보되는 작품이다. 만리장성 벽도 뚫는 기막힌 상상력으로 풀어가는 묘미로, 일종의 신기(Anecdote)를 보이는 작품이다.
이석래 시인의「틈새」는 현대인이 무엇인가에 자꾸 순치되어가는 모습을 못 치는 모습으로 환원하여, 내면의 고뇌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작품이고, 깊은 사고의 근거를 마련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구조주의의 단점을 깨부수고자 하는 해체적인 요소도 간직하고 있어, 귀한 메시지가 잠재적인 모습으로 도사리고 있는 경우에 속한다.
방안을 가득 채운/ 향긋한 모과 향기
마지막 살점까지/ 다 썩도록 내뿜는다
내 인생/ 다하는 날까지/ 모과처럼 살았으면.
배종관「모과」전문
발이 젖은 어젯밤 꿈길 동해 쪽으로 나 있다
쑥불 타다 꺼지고 손님처럼 온 아픔도 떠나
박꽃은 정갈한 미소로 가을 향가 엮는다.
황다연「대숲의 아침 」에서
햇빛 따라 휘어져 등이 굽은 소나무 숲
뿌리를 깊게 박고 동맥으로 흐르는 날
옹이는 톡톡 터진 말들/ 폭포에 씻는다.
정희경「이산(李山) 표석」에서
다정한 눈빛의 그 시인을 만나다
파닥대는 새 잎들 푸른 얼굴로 만나다
꽃 하나 쥐지도 않고 설레며 만나다.
제만자「답-시집을 받고」에서
배종관 시인의「모과」는 일종의 실존주의적인 철학적인 사고를 드러내어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과, 모과 같이 향기롭게 살아가겠다는 승화적 차원의 의지를 내보이면서, 모과와 자신을 동일시하고자 하는 의지가 특히 돋보이며, 구조의 짜임도 순조롭고 원만하다.
황다연 시인의「대숲의 아침」은 꿈길과 동해, 쑥불과 손님, 박꽃과 미소 그리고 향가(鄕歌)가 이항 대립적인 모습으로 얽혀져 대숲이라는 중심공간에서 어우러지는 모습으로 황 시인의 내면적인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꾸어 드러내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오래된 시인답게 시조가 가지는 간결성을 함축성 있게 살려내고 있다.
정희경 시인의「이산(李山) 표석」은 일제 때 총독부에 빼앗긴 부산의 장산을 되찾아 이(李) 왕실 소유임을 표시한 표석을 보면서, 역사적인 사실을 현실의 서경으로 나타내어, 소나무, 뿌리, 동맥, 옹이, 말, 폭포 등을 하나의 지배소로 하여,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을 아케이즘(Archaism)정신으로 드러내며, 아울러 향토적인 서정도 잘 노래하고 있다.
제만자 시인의「답-시집을 받고」에서는 시집을 받는 감흥을 3장의 느낌으로 간격을 두어 표현하였다. 즉, 초장과 중장의 감동이 종장에서 훨씬 더 기능을 높여, 간추린 감각적 의미가 세련되게 나타남으로 그 묘미를 더하고 있다. 눈빛과 푸른 얼굴, 꽃 등의 이미지 처리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감각으로 담백하게 그려내어 간결한 아름다움이 넘치고 있다.
3장의 기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시조 3장은 초장을 위한 중장(1), 초장을 위한 중장(2), 종장을 위한 중장, 결합적 관계로서의 초 중장, 연쇄적 관계로서의 3장, 등의 다섯 가지로 도식화되지만, 대개 초장과 중장이 한 의미형태가 되고, 종장은 이에 대하여 ‘그래서’, 혹은 ‘그런데’라는 접속을 통하여 시적마감을 잘 이룬 경우이다. 이는 시조의 각 장을 소홀이 하지 말고 정성스럽게 써서 그 기능에 맞는 작품을 창작해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Ⅵ. 장시조의 형식에 대한 문제
장시조는 그 형식이 구구하여 어떤 분은 장의 변화에서 어떤 분은 구의 변화에서 어떤 분은 음절수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19) 장시조는 숙종조 이전에 사대부 혹은 명문의 후예들에 의하여 처음으로 생성되어 단시조의 정형(定型)( 3장으로 시상을 완결, 각 章은 4개의 마디로 구성, 종장의 첫마디는 3음절로 함)에서 벗어나 음보수를 상당 정도 일탈하되 2음보격의 연속으로 확장해 나가는 비교적 긴 시조를 말한다. 형태면에서 악곡의 형식상 단형을 평시조, 중형을 엇시조, 장형을 사설시조라고 하는데 엇시조와 사설시조는 그 경계가 모호하여 크게 둘로 대별하여, 단시조와 장시조로 구분함이 좋다고 한다.
오늘날 장시조를 쓴답시고 자유시와 유사한 작품이 많이 나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고 어떤 분들은 장시조(사설시조)를 온건한 시조형이라 볼 수 없다느니, 심지어 자유시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김준, 박철희) 이는 일면의 타당성은 있으나 옳다고는 할 수 없으며 금쪽같은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올바른 태도도 아니다. 장시조도 분명 3분되는 시조이며, 그 율문적 특성으로 소리리듬과 의미리듬을 갖추고 있고 산만하기는 하나 음보의 규칙성이 나타나, 소위「자유시」와 엄연히 구분된다.
장시조는 개화기, 현대시조 형성기를 지나 1970년대에 와서야 창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는 문예사적으로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의 대립이 누그러진 시기와 맞물린다. 아마도 단시조의 갑갑함에서 벗어나 보다 활발한 표현의 욕구가 이때쯤 터져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고장시조의 특성과 이의 현대장시조에 대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분류 | 고장시조(古長時調) | 현대 장시조에 시사점 |
특성 | ㆍ율문(소리리듬+의미리듬)- 말의 선택성(쉬운 말), 구조적인 예측이 가능한 창사, 통사적 공식구, 반복구조(의미 강조) ㆍ음보율-3,4 글자 수보다 약간의 더함이 있으나 규칙적인 음보율을 가짐 | 율문(소리리듬+의미리듬)의 수용, 규칙적인 음보 수용-2음보씩 늘임 |
기법 | 병치기법 ㆍ유사병렬-이질적 사물을 동질화하여 세계의 자아화 ㆍ상반병렬-역설적 표현으로 주의 집중
| 유사병렬과 상반병렬로 아이러니와 패러독스, 위트, 해학과 풍자, 펀 등이 통용되는 리얼리즘 세계 구축
|
장문화 |
ㆍ장문화의 원리-어미활용법, 항목열거법, 대화진행법, 연쇄 대응법 ㆍ타 장르의 가사 수용-민요, 잡가, 가사(歌辭), 판소리, 단시 조 | 어미활용법, 항목열거법, 대화진행법, 연쇄 대응법 수용, 민요, 잡가, 가사(歌辭), 판소리, 단시조, 유행가, 동요, 수용, 시문(詩文)의 일부 수용 |
장시조는 저자거리(市井)가 있는 도시의 사족층들이 그 주인공들로 단시조의 경직성과 단순성에서 벗어나 서민적 인간의 본능을 우아하고 숭고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자유분방한 세속성의 차원에서 해학적 풍자적으로 표출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은 장시조가 인간 본능의 욕구를 거리낌 없이 노출시키며, 유교적 도덕관념의 가면을 벗기고 그 허위성을 폭로 했다는 담론에서 맴돌며 그 가치를 인정했다. 이를 소위 아노미라 하여 소외감정에서 나오는 무규범과 파괴성 같은 갈등 의식의 사회적인 표출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20)
장시조(사설시조)는 시조와 별종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시조텍스트로 존재하였다. 앞의 시사점에 알맞은 작품 하나를 소개하면서 설명을 이어가기로 한다.
여보소 주선(酒仙) 양반 나 무슨 죄 있소이까
못 생긴 것이라고 뼈 없는 놈이라고 멋대로 잡아다가 내 속 다 훔쳐내고 열탕에 데쳐내고 뙤약볕에 뒤틀리고 불구덕에 끄슬리어 갈기갈기 찢어지고 발기발기 뜯겨지고 요리조리 오려내어 산산이 흩어지는 못난이는 서럽다오
짠 물에 숨 받았을 뿐 난 아무 죄 없소이다.
전탁 「못난이 나」전문
현대 장시조가 자유스러운 현대 자유시 중 특히 ‘산문시’와의 변별성은 3장의 나뉨과 율문성이다. 그리고 이 율문성은 2음보씩 늘어나는 음악성을 지닌 규칙성이다. 위의 작품에서 못난이 나는 짠물에 숨을 받아 태어난 존재로 뼈가 없는 물고기이니, 오징어나 낙지 꼴뚜기 같은 생선으로 단순히 주당들의 술안주로 쓰이는 모습을 보여 죄 없이 안주감이나 되는 팔자를 한탄하고 있지만 기실은 작가 자신의 푸념어린 한탄을 일종의 투사기법(projection)으로 바꾸어 괜히 뒷공론이나 하면서 남을 깔보고 무시하는 세태를 고발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묘사의 사실성, 장문화, 시어의 이완화, 등의 특징 속에서도 음보의 규칙화가 2음보씩 늘여가며 이루어지고, 이 규칙화는 반드시 율격을 동반하였다는 점과, 유사병렬 혹은 상반병렬이라는 구조를 가져, 독자가 금방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쉽게 감흥이 와 닿는 특성과 사물의 묘사에 사실성을 중시하여 은유보다는 직유를 쓴 점이 돋보인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다.
1. 복잡한 장시조의 제휴가 빛을 잃은 오늘날 뿌리문학의 전통성을 위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조로서의 변별성이 드러나도록 어느 한 장(주로 중장)만이 늘어난 장시조를 쓰는 것이 비교적 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판소리나 가사 같은 장르와의 제휴 는 이미 그 의미가 다소 미미함을 이유로 두 장까지 복잡하게 늘일 이유가 적음)
2. 현대라는 시대를 감안하여 장시조는 단시조의 단순성과 경직성에서 벗어나 좀 더 활력 있고 폭이 넓은 감성의 세계를 넓은 그릇에 펼쳐볼 기회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장시조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기보다는 반드시 써야 할 상황에서는 그 필요성에 부응하여 예컨대 리얼리즘을 세계를 표출해야 할 경우 등에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3. 고장시조가 묘사의 사실성, 장문화, 시어의 이완화, 등의 특징 속에서도 음보의 규칙화 가 이루어지고, 이 규칙화는 반드시 율격을 동반하였다는 점과, 유사병렬 혹은 상반병렬 이라는 구조를 가져, 독자가 금방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쉽게 감흥이 와 닿는 특성이 있 었다는 점, 사물의 묘사에 사실성을 중시하여 은유보다는 직유를 써서 뜻을 바로 드러내 는 구조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현대 장시조도 이러한 구조와 틀을 살리는 작품은 권장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 현대장시조의 일부가 너무 자유분방하여 자유시와 구별하기 곤란한 경우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아 이를 경계함과 동시에, 길어지는 중장의 전개도 내구와 외구로 반복되 는 의미 마디의 연첩이 짝을 이루면서 음악성을 동반한 율격을 자연스럽게 형성하여 3 장의 틀을 지켜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Ⅶ. 결 어
이상에서 필자는 시조의 형식을 설명하기 좋게 나누어 시조의 형식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로서 한 수의 시조에 대한 외형률에 대한 문제, 시조를 구성하는 통사구조의 원형(原型 Archetype)에 대한 문제, 종장의 특성에 대한 문제, 시조의 3장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문제, 장시조의 형식에 대한 문제 등을 다루어 보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알고 있는 시조의 형식을 단순히 율격적인 문제를 다룸에 있다는 범위를 벗어나 몇 가지 더 논의해야 하는 시조의 형식을 간과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이유는 시조를 처음 연구하고 창작하는 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1. 시조의 형식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로 한 수의 시조 외형률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가. 시조는 3장 6구 12음보가 1수를 이루며, 1수의 규모가 45자 내외의 형식을 가진다. 초 장(3.4/4(3).4) 중장(3.4/4(3).4) 종장(3.5/4.3) 혹은, 초장(3.4/3.4) 중장(3.4/3.4) 종장 (3.5/4.3)의 글자 수를 기준으로 음보마다 1-2자의 가감이 허용된다. 종장은 첫 음보가 반드시 3자이라야 하고 제 2음보는 5자 이상 8자이어야 한다. 총 글자 수는 대개 40-50 자 범위다.
나. 시조의 율격은 기저자질의 선형대비(음절의 등가적 대비)에 의한 단순율격 중 음량률이 며, 그 정형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층단위는 음보이며, 음보의 구성은 등시성에 의하여 구성된다.
다. 등시성은 장음, 정음, 모라(mora) 단위 같은 것을 상정하여, 장음과 정음은 음수가 적은 곳에 적용하고 종장 제 2음보 같은 곳이나 과음수를 갖는 음보에는 속독을 사용하면 확 보된다.
라. 시조의 역사성 때문에 자연 중세 국어 즉, 조선조의 수많은 고시조와 현대시조와의 율 격적 차이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는 성조 액센트가 우리말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17세기까지의 율격 문제로 몇 몇 연구물 등이 있으나 성조자체의 속성인 고조나 저조가 율격형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오직 율격의 길이에만 관여한 것으로 보아, 본질적으로 18세기 이후의 국어와 별 다르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2. 시조를 구성하는 통사구조의 원형과 그 의미는 다음과 같았다.
통사구조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가. 주어구+서술어구 나. 전절+후절,
다. 위치어+文 라. 목적어구+서술어구
이와 같은 4종의 원형은 이에 맞도록 창작하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문예상으로도 우수함을 알 수 있었고 이를 잘 살리면 시조의 전통적 장점 즉, 쓰기가 쉽다, 내용이 알기 쉽고 간단하다, 간단하지만 뜻이 무한하게 깊다. 등을 잘 살려 미학적인 특성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함은 물론, 한 장(章)이 두 갈래로 알맞게 갈라져야 함을 시사하고 있었다.
3. 종장의 특성과 그 시사점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 고시가의 형식에는 기본이념이라 할 만한 전ㆍ후절의 분단성이 있고 이 전ㆍ후 사이에 감탄사가 있었고, 후대에는 이 감탄사가 다른 유의어로 바뀌거나 소실되었지만, 이것이 종장 제 1음보가 되고 원래 있었던 1음보 2음보는 종장 제 2구가 되어 5-8자를 구성하였으며, 음보 상으로 등장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종장 제2구는 속독을 이용하여 빨리 읽어 등장성을 확보해야 한다. 종장은 명령이나 청유, 결심이나 단념, 회고나 감탄 등을 통한 닫혀진 마감이라고 하여, 초 중장을 종합하여 작가가 새로운 정보를 첨가하여 끝을 맺는 경우와, 열려진 마감이라고 하여 일단 한 수의 시조를 완성하기는 하되, 무언가 다른 일이 있는 것 같은 상태로 마감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으며 이는 이야기가 어정쩡하게 마무리 하여 매듭이 잘 지어지지 않는 그런 작품을 써서는 아니 되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종장 처리를 잘하는 일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4. 시조의 3장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시조가 꼭 3장이라야 하는 이유는 각 장 마다 고유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며,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이익은 튼튼한 구조와 문학성임을 작품을 통해 보여 주었는데, 그 기법도 초장의 서술을 중장이 받고, 종장에서 다시 받아 모두 아울러 맺는 양식인 순진법(順進法)과, 초장에서 결론을 제시하고 중장과 종장에서 이를 해명하는 경우와, 초장에서 전제적인 주제를 내세우고, 중장과 종장에서 풀어주는 방법 등이 있으며, 이는 초장을 위한 중장(1), 초장을 위한 중장(2), 종장을 위한 중장, 결합적 관계로서의 초 중장, 연쇄적 관계로서의 3장, 등의 다섯 가지로 도식화되지만, 대개 초장과 중장이 한 의미형태가 되고, 종장은 이에 대하여 ‘그래서’, 혹은 ‘그런데’라는 접속을 통하여 ① 결과를 보여줌으로서 시적 마감(그래서) ② 앞의 내용과 상반된 논의 강화함으로써 시적 마감(그런데) 와 같은 장치로서 3장의 절묘한 완결을 이룬다는 것에 유의하여 시조의 각 장을 소홀이 하지 말고 정성스럽게 써서 그 기능에 맞는 작품을 창작해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5. 장시조의 형식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오늘날 장시조를 쓴답시고 자유시와 유사한 작품이 많이 나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고 어떤 분들은 장시조(사설시조)를 온건한 시조형이라 볼 수 없다느니, 사설시조는 자유시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면의 타당성은 있으나 옳다고는 할 수 없으며 금쪽같은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올바른 태도도 아니며 장시조도 분명 3분되는 시조이며, 그 율문적 특성으로 소리리듬과 의미리듬을 갖추고 있고 산만하기는 하나 음보의 규칙성이 나타나, 소위「자유시」와 엄연히 구분되므로 이를 현대장시조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가. 복잡한 장시조의 제휴가 빛을 잃은 오늘날 뿌리문학의 전통성을 위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조로서의 변별성이 드러나도록 어느 한 장(주로 중장)만이 늘어난 장시조를 쓰는 것이 비교적 합당하다. (오늘날 판소리나 가사 같은 형식과 제휴는 이미 없어짐)
나. 현대라는 시대를 감안하여 장시조는 단시조의 단순성과 경직성에서 벗어나 좀 더 활 력 있고 폭이 넓은 감성의 세계를 넓은 그릇에 펼쳐볼 기회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 므로 장시조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기보다는 반드시 써야 할 상황에서는 그 필요성에 부응하여 예컨대 리얼리즘을 세계를 표출해야 할 경우 쓸 수 있는 것이다.
다. 고장시조가 묘사의 사실성, 장문화, 시어의 이완화, 등의 특징 속에서도 음보의 규칙화 가 이루어지고, 이 규칙화는 반드시 율격을 동반하였다는 점과, 유사병렬 혹은 상반병렬 이라는 구조를 가져, 독자가 금방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쉽게 감흥이 와 닿는 특성이 있었다는 점, 사물의 묘사에 사실성을 중시하여 은유보다는 직유를 써서 뜻을 바로 드 러내는 구조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현대 장시조도 이러한 구조와 틀을 살리는 작품은 권장해야 한다.
라. 현대장시조의 일부가 너무 자유분방하여 자유시와 구별하기 곤란한 경우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아 이를 경계함과 동시에, 길어지는 중장의 전개도 내구와 외구로 반복되 는 의미 마디의 연첩이 짝을 이루면서 음악성을 동반한 율격을 자연스럽게 형성하여 3 장의 틀을 지켜야 할 것이다.
한 수의 시조가 가지는 3장 6구 12음보라는 형식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장시조 예외) 그것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기에, 한 수의 시조 외형률의 형식으로 형식을 다 안 것 같은 태도는 지양해야 하며 앞에서 설명한 여러 가지를 고르게 총체적인 안목으로 이해하여 이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 즉, 외형률과 구(句)에 대한 고찰, 종장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21) 초 중 종장의 기능에 대한 이해, 장시조에 대한 형식 등을 바르게 알고 창작해야 함을 뜻하며 오랜 세월 동안 잘못 다루어진 것도 반성하고 고쳐야 함을 의미한다.22)
본고는 더러 설명이 서투르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논증이 안 되는 것도 다소 섞이었음과 본의 아니게 잘못 이야기를 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이런 경우 바르게 고쳐 주시기 바란다. 앞으로는 위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하나씩 끄집어내어 좀 더 중점적이고 본격적인 연구를 심도 있게 할 예정이다. 시조의 형식은 계속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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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수 약력
충남서천 출생 부산교육대학교 졸업 부산대대학원 석사 동아대대학원 문학박사 취득, 1982년 시조문학 천료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1996년 성파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제2의 돌」, 「화개마을에서」, 저서「한국현대문학 감상」공저 부산교육대학 강사 방송대 동아대 부산여대 동부산대학 부산정보대학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주소 010-2747-0541 이메일/ bss0541@hanmail.net 614-873 부산시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로70-5
1) 예를 들면 본 연구에서 음수율의 가치가 크지 않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론적으로 시조가 단순율격 중 음량률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일과 음보율을 강조하지만 종장 제2음보 5-8자는 어째서 1음보로 상정되어야 하는 문제, 우리시가의 율격이 혼성율격이라 하지만 혼성율격이 왜 현실적으로 적용되기가 어려운가 하는 점 등이다.
2) 조윤제, 도남 조윤제 전집3(국문학 개설), 태학사, 1955, P.111. 와 같은 4권(조선시가의 연구), P.178 참조.
3) 조윤제, Ibid, p.111, p.179.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도남도 우리말의 첨가어적 특성에서 옴을 시사하고 있다. 첨가어적 특성(어근+접사/접사는 파생접사-접두사 접요사 접미사/ 굴절접사-굴곡법(풀이씨의 활용) 준굴곡(임자씨 토씨의 활용/우리말의 대부분이 2-3자, 접사의 특성으로 대개 3-4자가 되기 쉬움) 시조를 도남의 기준율에 꼭 맞도록 쓴다면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첨가어적 특성을 임의로 조작하게 되어, 꼭 할 말도 못 하는 경직성을 갖게 된다.
4) Wolfgang Kayser, Das sprachriche Kunstwerk eine Einführung in die literatur Wissenschaft,
Franche verlag, Bern und München, 1978, p.243.
5) R.Welleck and A.Warren, The theory of literature, A penguin book, 1966, p. 171.
6) 그 유효성이라야 겨우 시조의 각 구 첫 음절이 세게 발음된다는 미미한 유효성임.
7) 음수율(일본어, 서반어), 장단율(나전어ㆍ희랍어), 강약율(영어, 독일어), 고저율(중국어).
8) 표를 설명하여 예컨대 밤(夜)은 단음, 밤(栗)은 장음이지만 (군밤타령)에서는 장음이 없어지고 (긴-밤(夜)∨)에서 는 밤(夜)이 길어지고 또 강조하는 곳에 따라 장음이 산만하게 나타나 장음과 단음이 자의적이라는 뜻이다.
9) 성기옥, 한국시가 율격의 이론, 새문사, 1986, p.120-125 참조.
10) 최동원, 고시조론, 삼영사, 1986, P.136.
11) 김차연, 시조운율의 과학적 연구, 아세아연구32호, 1968, P.26.
12) 성기옥, op.cit, P.P.142-160.
13) 모라는 보통 1, 1.5, 2, 2.5의 4 가지가 있으나 이 경우는 시조의 특수성에 따른 적용으로 해석해야 한다. 0.5모라는 없다. 그래서 부득불 음표와 쉼표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시조 종장의 제 2음보의 최대치가 8자를 넘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가설하여 음표로 꾸민 0.5모라보다 더는 쪼갤 수 없기 때문이다.(0.25단위 사용의 곤란성) ‘더욱 비감하여라’의 읽기는 노산 시조집에 나타난 것처럼 ‘더욱비감/하여라’로 쓰여진 것을 참고하였으며 자연적으로 휴지가 오는 장과 장, 구와 구, 음보와 음보 사이의 휴지는 연구의 범위에서 제외하였다. 우리말은 모라를 적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본 연구의 설명은 편의상 설명을 하기 위한 방편적인 것이다.
14) 성기옥 Ibid, p.p.70-71, 129-130. 고조나 저조가 율격형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오직 음길이에만 참여
15) 임종찬, 현대시조탐색, 국학자료원, p.p 74-78.
16) 가람 뿐 아니고 도남도 초장 중장을 전절, 종장을 후절로 하여 시조를 두 절로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앞에서 밝힌 바 있다.(앞의 조선시가의 연구, p. 179.) 안자산은 종장의 길이가 한 음보쯤 더 있는 특성을 고려함이 없이 초 중 종장의 자수를 산술적으로 고르게 산출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17) 노산은 종장 3자를 이-것, 저-집 등의 2자도 가능하고, 횡덩그르, 뱅그르르 등의 4자도 가능하다 하였으나 이는 우리 율격의 음량률에 비추어 틀린 주장은 아니되, 2자, 4자가 교육상 오해를 일으킬 혼란을 배제하기 위하여 3자로 함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18) 임종찬, 시조문학 탐구, 국학자료원, 2009, p.p.51-52.
19) 이병기, 고정옥, 김종식, 김기동, 조윤제, 정병욱, 이태극, 서원섭 등이 대표적이다.
20) 임종찬, 시조문학탐구, 국학자료원, 2009, P.69
21) 종장의 3, 5, 4, 3에서 제2음보 5는 최소한의 숫자이다. 사실 5, 6, 7, 8 모두가 고르게 써야함을 종장의 특성에서 밝힌 바 있다.
22) 노산이 종장 제2음보가 아닌데도 한 음보를 6자로 상정하거나(어쩌다 한번은 가능), 가람이 구법 장법 편법을 자유롭게 하자는 의견, 조운이 변체로서 종장 제2음보를 10자까지 상정한 것(가람도 10자 작품이 나타남), 노산의 절장시조 양장시조 조운의 4장시조 같은 예와 이에 부응하여 의양(依樣)한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