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vs 이상적인(무엇이 진짜 현실을 위한 것이고, '이상'적인 것인가. 생략된 주어는, 누구의 현실을 누구의 이상을 고려한 것인가를 묻는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지 모르겠다.)
보통, 환경단체/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채, '이상적'이기만한. 혹은 '대안'은 없고 '비판'만 하는 사람들로 치부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방식이란 것이, 우리가 말하는 그 현실의 '지속가능성'을 전제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이상적'인, 혹은 아무런 대책없이 말로만 아름다워보이는 '유토피아'를 제시한 채 발전지향의 혹은 늘하던대로(BAU)의 방식을 고수하는 (결국엔)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문재인 정권은 탈원전,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의미있는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첫걸음에 '전환'의 더 큰 의미는 사라지고, 대응/변화/'에너지원만의' 소극적 전환의 관점으로 접근한 시대의 한계일지, 아니면 정부의 우리나라의 한계로 봐야할지, 그런 장단을 가지고 있는 정부로 기억될 것이다.
탄소중립시나리오도 그랬다. 어쩌면, 우리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서로 상충되는 각계각층,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탄소중립.기후변화,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만든 시나리오인데.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것을 왜, 누가, 무슨 이유로, 해야하는지, '어떻게'라는 답을 내기 위한 질문보다 더 앞서, 국민에게 던졌여야 할 질문이 아니었을까. 마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당시, '신고리 5,6호기를 지을거냐 말거냐'라는 OX 퀴즈식으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탈핵/탈원전이 우리나라에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우리가 탈핵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의 복잡하고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심오한 이야기를 나눴어야 옳은 것처럼. 우리는 항상 당면한 문제에 대한 '답을 최대한 빨리' 내놓는 것을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토론방식이자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빠르고, 효율을 최우선하는 과정에서 제거되거나,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들이 더욱 많다.
가령, 탄소중립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고 탄소중립/기후변화문제/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가. 물론 산업발전,경제발전은 먹고사는 문제인 일자리, 생계와 연결되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탄소,에너지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 발달하기에, 이러한 고민이 부족해보인다. 또한, 시장주도(배출권거래제) 혹은 사용화되지 않은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시나리오와는 별개로, 현 정부의 대응기조는 전 정권과는 다르게 '원전 중심'의 대응인데,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해야할지도 앞으로 논의해봐야 할 지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환경/시민단체 내부에서조차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에너지부문에서 원전 없이 달성할 수 있겠냐는 말이 나온다. 빌게이츠가 대표적이며, 그들은 주로 기술로 미래의 불확실함을 제거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무엇보다 '탄소만이 아니라 수요자체'를 줄여야한다는 불편한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사는 방식대로, 살아가면서 단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칭,상징되는 탄소류의 기체만을 제거하거나 줄이기만 한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까? '전환'이 빠진 시나리오가 공허한 이유는 여기에 있으며, 더 불편한 이야기,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더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거세된 채, 기술/시장/숫자/탄소 중심의 이야기만이 존재하는 반쪽짜리 보고서라고 부른다면, 너무 과한 비판이라고 여겨질까. 1.5도, 몇 ppm, 이라는 숫자 너머의 체제에 대한 이야기, 성장 방식과 심지어는 저성장/탈성장, 성장 자체에 대한 다양한 상상과 의견까지 나왔어야 하지 않나.. 라는 아쉬움이 크다. 이러한 사회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문제의식과 비판조차, 그들에게는 이상적이고, 푸념만 늘어놓으며 대안없는, 대책없는 사람들로 치부되지는 않을까.
첫댓글 여러 아쉬움이 정말 큽니다.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작성한 것이라 믿기 어려울정도로 현실화되지 않은 탄소포집기술에 의존하고 다 상상과 희망사항에 대한 달성목표들... 답답한 마음 한가득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