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어떤 밤은 혼자 우두커니 앉아, 10살의 나로 돌아간다.
그때는 엄마와 단둘이 살 때였다.
엄마는 밤 10시가 넘어도 들어오지 않았다.
혼자 집에 있기가 무서워 골목과 시장 버스정류장 거리를 배회하며 돌아다녔다.
보험회사 일을 하던 엄마가 버스에서 내리길 기다리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작목반에서 사람들과 있다가 집으로 돌아모면
나는 잠시 내가 가장 힘들고 외롭던 시간으로 돌아와 있는 느낌이 든다.
"시간은 이렇게 반복되는 것이구나."
가장 어둡고 깊은 동굴로 굴러떨어진 것처럼 나는 당황스럽다.
하지만 어둠에 익숙해지고 침묵이 다정스러워질 때 또다시 생각한다.
"그때는 10살의 아이였지만 지금 나는 쉰살의 어른이지. 그때는 나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나 혼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다. 그러니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반복되는 시간을 견디며 나는 조금씩 고통에 반항하지 않고 익숙해지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참 다행이다. 외롭던 시절은 병호형괴 함께한 시간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늘 하루 잘 살았다.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기곤 한다.
어쩌면 상처의 치유는 반복되는 고통의 시간을 다시 살면서 얻어지는 게 아닐까?
그래서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