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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0 기상.
어제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면서 찬 생수를 많이 마시고, 파이살모스크에서 현지 물을 마셨기 때문인지,
설사 기운이 있어 약을 복용한다.
- 호텔식당에서 아침식사 후 (8:00), 호텔 옥상으로 올라가 주위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배낭을 정리해
호텔 앞에 와있는 어제 이용했던 미니버스에 짐을 싣는다.
그런데 버스 위에 짐을 싣지 않고, 비좁은 차안에 모두 넣는다.
페샤와르로 가는 길에 관광객 티를 내지않기 위해서, 불편하더라도 차안에 싣자는 복마니님의 설명이다.
(호텔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들 - 오른편 방향)
(정면 방향으로 공원이 있다)
(왼편 방향)
- 22일 여행일정으로 오늘 라호르로 출발하는 팀(케이씨대장님을 포함해 5명)과 36일 일정으로 페샤와르로 떠나는 팀
(복마니님을 포함해 13명)이 서로 작별인사를 나눈다.
그동안 20여일을 같이 동고동락하던 여행동지들과 헤어지자니 모두들 아쉬운 표정이다.
- 11시에 호텔을 출발해 얼마후 대우버스터미날에서, 라호르로 가는 회원들이 석별의 손을 흔들며 하차한다.
라호르까지 타고 가게되는 버스는 한국기업이 운영하는 고급버스로서, 현지에서 '대우'라고 부르는 삼미대우버스인데,
고급화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둔 버스회사라고 한다.
요금은 비싸지만 최신 버스에 간식제공과 안내양 서비스로 승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으며, 특히 여성 안내양을
파격적으로 고용한 것은 무슬림사회에서 혁명적인 발상이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대우마크를 보노라니 여러 생각이 교차하기도 하고, 아직도 한국인에게 낯선 지역인 파키스탄에서, 오래전에
이러한 기업전략을 추진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도 한다.
- 복마니님의 말에 의하면, 대우버스의 명성으로 인해 파키스탄에는 짝퉁 대우버스가 대단히 많다고 한다.
실제로 여행중에 고물버스들도 버젓이 대우마크를 달고 다니는 현장을 종종 보았다.
- 라호르로 출발하는 회원들이 아름답고 상냥한 버스안내양을 만나는 행운을 얻기를 바라며, 우리는 라왈핀디를 벗어나
고속도로(Motor Way)에 들어서서 페샤와르를 향해 시원스레 달린다.
6차선으로 잘 포장된 고속도로인데도 자동차가 별로 보이지 않아, 어쩐지 허전한 기분마저 들게 하는 풍경이다.
- 카불에서 페샤와르를 거쳐 꼴까따까지 연결된다는 GT로드가, 이 고속도로인지 아니면 다른 길이 있는지 주위에
물어보았으나,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 그랜드 트렁크 로드 (GT로드, The Grand Trunk Road) :
-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와 라호르를 거쳐, 인도의 암리차르와 델리, 바라나시를 지나
벵골만에 위치한 꼴까따(캘커타)까지 연결된 도로이다.
- 이 도로는 16세기 무굴제국이 완성한 간선도로로, 기원전부터 이민족의 침략과 문명이 교류했던 유서깊은 길이며,
찬란한 이슬람예술과 힌두교 성지 등을 만날 수 있다.
(라왈핀디 ~ 페샤와르 개념도) (* 출처 : 론리 플래닛)
-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멈추었다 (오후 1:30).
여행일지에 의하면, 파슈툰주에 소재한 카이베트 파크라고 적혀있는 곳이다.
한 식당에 들어가 햄버거와 콜라로 점심식사를 한다 (2명, 660루피).
(고속도로 휴게소 풍경)
(점심식사 중)
- 점심식사 후에, 페샤와르로 가는 중에 위치한 탁티바히사원을 관람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벗어나 일반도로로 접어든다.
어제부터 미니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매부바나 전에 와 보았다는 복마니님 모두 길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주민들에게
물어가며 사원유적지에 도착했다 (오후 3:30).
(탁티바히유적지 안내판)
(*) 탁티바히 (Takht -i-Bahi) :
- 페샤와르로부터 약 8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산 위에 지어진 성곽형태의 산악사원으로, 대표적인 간다라
불교유적지이며, 198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페르시아어로 '탁트'는 왕좌, 정상을, '바히'는 물, 수로란 뜻으로, 탁티바히는 '높은 곳에 있는 수로, 물'이라는
의미인데, 강을 끼고 있는 산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같다.
- 건축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며 기원후 1세기경부터 번창하다가, 600년경에 훈족의 침입으로 파괴된 후에
폐허가 된 걸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의 고고학자들에 의해 1907년부터 1913년에 걸쳐 복원되었으며, 35개의 탑과 30개의 기도실을 갖추고 있던
사원으로 파악되었다.
이곳의 많은 유물이 영국으로 건너갔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페샤와르박물관으로 옮겨졌다.
- 입장권을 끊고 (200루피), 현지가이드와 자동소총을 든 경호원과 같이 유적지 안으로 들어간다.
가이드와 경호원은 우리가 요청하지 않아도 동행하게 되어있는 모양으로, 유적지 관람 후에 복마니님께서 팁을 주었다고 한다.
가이드에 의하면 이 사원은 약 2200여년전 아쇼카왕 때 지어졌다고 하며, 'Monastery of Spring' (샘물 수도원)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유적에 대해 설명해주는 가이드는 효용성이 있으나, 총을 메고 우리 뒤를 따라다니는 경호원의 역할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이 지역에 탈레반세력이 출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이먹은 경호원 한 사람이 어떻게 우리일행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며, 어깨에 메고 있는 총이 제대로 작동이나 하며 총알을 소지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돌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유적지를 돌아다니는 중)
(사원에 올라와 바라본 풍경 - 사원 입구 오른편에 차들이 주차해 있다)
- 산 위에 벽돌로 마치 성을 쌓듯이 지어진 불교 사원은 처음으로 보는 풍경이라, 사원 안을 돌아다니면서도 내가 절을 구경하고
있는지 성 안을 둘러보고 있는 건지 애매한 기분이 든다.
- 이민족이나 도둑들의 침략과 약탈에 대비하기 위해 이렇게 산위에 성곽형태로 건축된 산악 사원이라고 하는데, 옛날에 파괴되어
이제는 형체만 남아있는 유적지일 뿐인데도, 그 규모가 대단하고 위엄있는 자태로 주위를 압도하고 있다.
이처럼 산 하나 전체를 차지한 것만 해도 엄청난 건축물인데, 이런 유적지가 옆산쪽에 또 있다고 하니, 이천여년 전에 지어졌던
사원의 규모와 장관을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 탁티바히유적지를 설명하면서, 마치 캄보디아의 앙코르왓트와 페루의 마추피추에 있는 잉카유적지를 합쳐놓은 것 같다는
여행기를 보았는데, 그럴듯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 탁티바히는 동,서,남,북 4방향에 사원이 있으며, 사방에서 메인사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지은 2층 구조로 되어있고, 명상실로 쓰인
지하통로가 있는 것이 특이한데, 지하에 있는 명상실로는 들어가보지 못했다.
(지하에 있는 명상실로 내려가는 안내판 - 한자로 적혀있는 게 좀 신기했다)
(한쪽에 격리되어 보관되고 있는 유물과 스투파들)
(회의실 안내판)
(전망대로 올라가는 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사원 오른쪽 풍경)
(사원 전경)
(왼쪽 산 너머에도 이러한 유적지가 있다고 한다)
(전망대를 내려간다)
(유적지 입구에서 바라본 풍경)
(유적지 입구에 있는 천막 - 관리인들이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 한시간 정도 탁티바히사원을 둘러본 후에 페샤와르로 향한다 (오후 4:30).
- 카불강에 놓인 다리를 건너 페샤와르에 입성해, 숙소인 '쉘톤그린호텔'에 도착했다 (오후 6:30).
평소 언론 등을 통해 여행하기에 위험한 지역임을 알고 있는데, 호텔 정문에 철제셔터가 쳐져 있고 총을 든 경비원이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일행들 모두 긴장된 표정들이다.
'이거, 우리가 정말 큰일날 곳을 겁없이 들어온 게 아닌가?'..
(호텔 정문)
- 호텔방을 배정받아 배낭을 내려놓고, 화장실에 간 나는 다시한번 눈을 크게 뜨게 된다.
화장실에 걸려있는 휴지 색깔이 핏빛인 빨간 색깔이 아닌가 ?
'아니,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쫄아있는 판국에 화장지 색깔까지 이게 머람, 원..'
(호텔방의 화장실에 있는 빨간 색깔의 휴지)
- 밖에 나가 식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여, 호텔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저녁 8:00).
철제셔터가 설치되어 있는 호텔 입구와는 달리 내부는 상당히 잘 꾸며져있으나, 우리일행 외에는 투숙객이 거의 없는 것 같이
매우 한산하고 조용한 분위기다.
(호텔 내부 - 아침식사를 준비중인 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 복마니님이 왠 경찰관과 호텔로비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한시간 이상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마도 외국인 관광객이 단체로 왔다는 호텔측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경찰관인 것 같다.
- 경찰관이 돌아가고 난 뒤에 복마니님에게 내용을 들어본다.
외국인이 페샤와르에 여행오려면, 사전에 대사관을 통해 이곳의 경찰에게 연락해야 신변보호를 해줄 터인데, 그런 절차없이
안전문제를 어떻게 하려느냐면서, 우리들의 방문예정지를 물어보더란다.
여러곳의 관광후보지를 얘기했더니, 비교적 안전한 몇군데만 관광하라는 협의를 마치고, 내일 아침에 우리일행을 호위해주러
경찰이 오겠다고 하면서 돌아갔다고 한다.
- 암시장이나 카이버패스 방문도 얘기해보았느냐고 복마니님에게 물었더니, 그런곳은 택도 없는 소리라며 거절하더란다.
페샤와르로 오는 버스 안에서 일행들과, 가능하면 암시장이나 카이버패스를 들러보자는 말을 했었다.
한 여행책자를 보노라니, 각종 무기류와 아편까지도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암시장에 가면, 어떤 물건이라도 구입할 수가
있는데,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카메라에 대한 얘기였다.
탈레반에게 인질로 잡히거나 사살된 외국 언론특파원이나 여행객들의 고급카메라가, 이 암시장으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에
아주 싼 값으로 구입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마침 내 똑딱이 카메라가 노후되어 새로 구입할 예정인데, 이곳에 가게되면 고급카메라를 하나 찾아볼 생각이라고,
반농담조로 얘기를 주고 받았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인질이나 사살된 사람들에게서 탈취한 카메라가 아무리 고급이고 헐값이라고 하더라도,
섬찟한 마음이 들어 사용할 수가 있겠는가 싶다.
- 페샤와르의 밤거리 구경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호텔 앞에서 잠깐 서성거리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그 옛날 '꽃의 도시'라 불렸다는 곳으로, 용감한 파슈툰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페샤와르의 한 호텔방에서,
나는 배낭에서 캔맥주를 하나 꺼내 마시고 난 후에, 내일 일정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이 뒤섞인 채
취침에 들어간다 (밤 10:30).
(*) 페샤와르 (Peshawar) :
-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을 연결하는 주요통로인 카이버고개의 동쪽 50km지점에 위치하며,
인구는 약 145만명(2010년 기준)이다.
- 한때 고대 간다라왕국의 수도였고, 옛부터 동서교역로인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도시 가운데 하나로서
다양한 문명의 교차점이었으며, 간다라왕국의 불교 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 이곳의 지명은 '꽃의 도시'라는 의미의 '푸르샤프라', '고대 도시' 등 여러 이름으로 알려졌으며,
불교가 융성했던 이 지역은 998년에 이슬람화되었고, 16세기에 무굴제국의 악바르황제에 의해
'변경 도시'라는 뜻의 페샤와르란 이름이 붙여졌다.
1838년 시크왕국에 점령되었으며, 1849년에는 제2차 시크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의 통치하에 들어갔다.
- 페샤와르사람들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남동부와 파키스탄 북서부에 사는 종족인 파슈툰족(Pashtun, 아프간족, 파탄족)의
후예들로서, 기가 센 것으로 유명하며, 관광객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고 한다.
파슈툰족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접하는 산악지대에 사는 부족이었는데,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중무장한
소련군도 이들의 치열한 저항으로 애를 먹었다고 한다.
파슈툰족의 이러한 저항정신은, 그 옛날 알렉산더대왕의 동방원정군의 발목을 한동안 붙잡은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 카이버고개(Khyber Pass)는, 알렉산더대왕의 동정군이 인도로 넘어오고, 혜초스님이 페르시아지역으로 넘어갔던 역사가
깃든 곳이다.
파슈툰족의 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카이버고개는, 지금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이지만,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세력과의 전쟁 때문에 여행자들은 넘어갈 수 없다.
카이버고개까지만 다녀오더라도, 이곳을 잘 아는 가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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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유명세 떨치는 대우버스를 언제나 타 볼까요?
탁티바히 유물들은 영국의 어느 박물관 수장고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겠군요.
저 넓은 공간이 섬세한 조각들로 가득 찼을텐데...그나마 영국에서 가져갔으니 보관을 잘 할 수 있었다는 말들이 나오겠지요.
종교를 받아들이는 변천사가 그 곳의 역사가 되어버렸으니... 종교가 없었으면 전쟁도 많지 않았을거라는 종교학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약수터님..
글과 사진 잘보고 갑니다...
득음님의 미모도 여전하시다고 전해 주시와요..
언제 같이 여행을 할수 있을지요?
흐니님도 보고파~~~
저도 라호르로 갈 때 대절 미니버스로 이동했기에, 대우버스를 타보지 못했습니다.
이슬람국가에서 페허가 되다시피한 불교유적을 보고, 불교신자인 한 회원께서
탄식을 하며 한 말이 생생합니다.
'아, 종교도 국적을 잘 만나야되는데..'
큰장미님, 건강하고 즐겁게 잘 지내시지요?
한번 뵈어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