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읊는 시 낭독]
은행나무는 노란 잎을 하나 둘 떨쳐 홀가분하게 가지를 뻗고 있다. 사회 관계망을 통하여 중앙동에 위치한 문우당에서 열리는 시 낭독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였다. 가을에 한 편의 시와 독자가 만나는 시낭독회다. 연극 배우와 함께하는 시 낭독회에 시나리오 작가가 해설을 한다고 하였다.
8~90년대 부산에는 서면과 남포동에 다양한 책을 갖춘 서점이 여럿 있었다. 학창 시절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던 책방이 이제는 온라인 서점에 밀려 하나 둘 사라져 그때의 추억을 떠 올려 본다.
오후 시간 일정에 맞춰 지하철을 이용하여 서점을 찾아가는데 이전에 알고 있던 규모만 생각하고 쉽게 찾을 줄 알았던 서점 건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길 찾기 앱의 도움을 받고서야 작은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일러 책꽂이를 둘러보며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샀다. 서점의 규모 자체가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여서 의아해할 지경이다. 행사 참여로 왔음을 알렸더니 방문록 서명과 시집 증정에 따른 수령자 서명 요청이 있었다.
잠시 후 도서관 프로그램에서 만나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백선생이 도착하였다. 그간의 안부를 묻고 각자의 생활을 확인하였다. 어느새 행사에 참여한 분들이 서점이 마련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금년도 마지막 심야책방이 서점 대표의 인사말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연극 배우 손미나가 낭독하고 작가 오승일이 해설을 맡았다. 3~40년대 대표적인 한국의 모더니즘적 경향의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가 낭독의 첫 장을 열었다. 작품의 배경과 작가에 대한 소개까지 덧붙여 가을 밤을 풍성하게 채워나갔다. 이어서 기형도의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와 이형기의 ‘낙화’를 참가자들이 한 연씩 낭독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시인의 삶과 시대 상황을 보면서 녹록치 않은 현실이 애처롭게 와 닿았다. 작가들의 제 각기 다른 목소리와 색깔을 느끼며 시인들의 삶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태주의 ‘풀꽃’과 이정하의 ‘낮은 곳으로’는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였다.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곽재구의 ‘사평역에서’와 가을 밤 시 해설을 맡은 오승일의 ’나무, 그리고 흔들리다‘를 끝으로 낭독회가 마무리 되었다.
지금까지 교육 현장에서 이론에 치우쳐 문학을 분석하고 작가의 작품 배경에 대한 전달에 치중해 왔다. 이제는 현장을 벗어나 실제 삶에서 생활 속 문학의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대단한 문학이 아니라 충실한 내면의 삶을 표현하고자 현실에 적응하고 그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내려고 한다.
연극배우와 작가가 함께하는 시 낭독회는 또 다른 경험을 남겼다. 작은 공간에 문화 활동의 장을 만들어 준 서점에 고마움을 전한다. 독서 환경이 나아질 낌새가 별로 없는 듯한 요즘에 독서 연령의 확대를 기대하며 이 행사가 책 읽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참석자 개개인이 시 한 구절을 낭독하는 시간은 멀어진 문화생활 중 시와 조금은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되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