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현대 미술관에서의 하루
뉴욕 현대 미술관(MoMA)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미술관 중 하나다. 맨해튼 미드타운 한가운데 자리한 이곳은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프리다 칼로, 앤디 워홀, 잭슨 폴록 등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품고 있다. 수많은 예술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으며, 나 또한 종종 이 미술관을 방문한다. 단순히 가까운 거리 때문만은 아니다.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다.
오늘은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바람이 매섭게 불어 맨해튼 거리는 겨울의 색채를 더욱 짙게 물들이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뉴욕의 찬 기운이 느껴졌다. 나 역시 한국에서 가져온 귀마개 달린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5번가를 따라 걸었다. 서울에서 온 손님들과 함께 예술을 감상하기로 한 날이었다.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한 덕분에 길게 늘어선 입장권 대기 줄을 지나 바로 미술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MoMA는 총 여섯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층마다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늘 그렇듯 1층에서부터 천천히 위층으로 향하며 작품을 감상했다. 익숙한 작품들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워홀의 캠벨 수프 캔 같은 작품들은 책이나 학교에서 수없이 접했던 것들이지만, 실제로 마주할 때의 감동은 또 달랐다.
그렇지만 익숙하지 않은 현대 예술 작품들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머뭇거리게 되었다. 작가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까? 작품 앞에 붙어 있는 설명을 읽으며 그들의 의도를 유추해 보지만, 여전히 어렵기만 했다. 그러나 그 난해함 속에서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찾으려 애쓰는 과정 자체가 현대 예술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다.
전시를 감상하며 가끔은 미술관의 유리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았다. 평소 거리를 걸을 때는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건물들의 형태와 구조가, 이곳에서는 전혀 다른 각도로 다가왔다. 그렇게 바라보니 한 건물도 보는 위치와 시선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문득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각자의 시각과 기준에 따라 타인을 평가하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 그 사람의 모습도 다르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을 평가할 때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깨달음이 불현듯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오층까지의 관람을 마칠 즈음, 예술로 가득 찬 우리의 감각이 이제는 허기로 채워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6층의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함께 쿠바식 샌드위치를 먹으며 짧은 여유를 즐겼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지하의 기념품 가게에서 작은 선물을 구입하며 오늘의 미술관 방문을 마무리했다.
미술관을 나오니 여전히 추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잠시 추위를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뉴욕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며, 나는 오늘의 예술 여행을 마무리했다. 추위 속에서도 예술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이날, 나는 예술이 주는 위로와 영감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MoMA는 단순히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생각의 깊이와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는 장소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곳을 떠나며, 나는 예술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예술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