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4권
42. 불설마유경(佛說馬喩經)
옛날에 어떤 장자가 있었는데 좋은 말 한 필을 길렀다.
처음에 말을 샀을 때 갑자기 달아나려 하여 그것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그 위에 타려고 하면 앞의 두 다리를 들고 뛰어서 달아났다. 사방으로 왔다갔다하며 길을 따라 가지 않고 개울에도 들어가고 나무로 된 울타리를 들이받기도 하였다.
그 주인인 장자는 화가 나서 집에 돌아와서 채찍으로 심하게 때리고 물과 풀도 주지 않았다.
혼자 곤궁한 지경에 이르게 되자, 배가 고파서 마음이 괴로웠다. 그리하여 스스로 자책하였으나 마음속으로 아무런 방법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랐다.
공중에서 말에게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주인에게 복종하면 아무 걱정거리가 없을 것이다.”
그때 말은 마음으로 그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날 장자는 말을 타려고 하면서 안장과 굴레를 씌웠는데 말은 이를 받아들이고 다시는 뛰어 오르지 않았다. 말을 타고 안장에 올랐을 때도 게으름피우지 않고 끌려갔다. 동ㆍ서ㆍ남ㆍ북으로 가자는 대로 거스르지 않고 따랐다. 곡식을 주면 그것을 먹고 수시로 쉬어 포만해져서 살이 찌고 기력이 좋아졌다. 뒤에서 타고 앞으로 가라고 하면 돌아서 잘 조절을 했다.
세월이 흘러 새끼를 두 마리 낳았고 또 여러 해가 지났다.
장자가 그 새끼를 타려고 하니 그것이 순종하여 따르려 하지 않고 사방으로 뛰며 고삐와 채찍을 끊어버렸다. 회초리로 때려도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장자는 돌아와서 그 말을 굶기고그 못된 것을 생각하여 냄새나는 풀을 먹이고 더러운 물을 주었다. 스스로 그것을 받아먹으면서도 어디에다 원망을 할 데가 없었다.
그 망아지는 밤에 어미에게 가서 무릎을 꿇고 물었다.
“요새 장자가 유독 저를 몹시 미워하여 풀과 물을 주지 않고 채찍으로 마구 때립니다.
어머니는 혼자서 높은 데 있으면서 자식 생각도 않고 즐겁게 오고 가며 일신의 기쁨만을 누리며 마치 큰 기러기나 고니 같이 멀리서 바라만 보십니다.
자식이 홀로 이런 고초를 당하는 것이 걱정도 안 되십니까?”
그 어미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너의 잘못이거늘 어디에 와서 원망을 하느냐?
장자가 굴레를 씌우고 안장을 입히면 즉시 그것을 받아들이고 타게 하라. 네가 동ㆍ서ㆍ남ㆍ북으로 가자는 대로 따라 가며 순종하면 너는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 일은 매우 쉬운 일인데도 네가 그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이런 재앙이 온 것이다.”
망아지가 어미 말의 가르침을 듣고 다음 날 아침 즉시 순종하였다.
장자가 그를 시험해보니 순순히 복종하였다. 그 위에 올라타니 몸을 움직이지 않았고 가자는 대로 가고 머물자는 대로 머물렀다. 장자는 말이 순종하게 된 것을 매우 기뻐하였고, 때맞춰 먹고 마실 것을 주니 그 어미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이는 비유를 들어 말하는 것으로서 장자는 부처님을 말하고 말은 학인을 말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고 방심하여 뜻을 방자하게 갖고 도의 교화에 따르지 않으면 그에게 설법을 하여 그 거취를 알게 한다.
뛰어 도망가서 제어할 수가 없게 되면 매를 때리는 것은, 그를 위하여 5계(戒)와 10선(善)을 연설하여 천상과 인간 세계에 태어나게 하며, 죄가 있는 자에게는 지옥ㆍ아귀ㆍ축생의 고통을 보여주고 삼계의 괴로움은 오고가며 윤회하여 편안한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악을 범하지 않고 5계와 10선을 행하도록 그들을 교화한다. 네 가지 평등한 마음과 6바라밀과 신통에서 나온 행을 시설한다. 시방에 있으면서 여러 부처님과 함께 만나 3독을 제거하고 여러 가지 덮임[陰蓋]을 벗겨낸다.
새끼가 어미의 말을 듣고 무릎을 꿇고 물었던 것은 앞에서 스승에게서 행하여야 할 법칙을 듣는 것과 같다.
스승이 설한 깊거나 얕은 행은 다 이 뜻이다.
그러므로 5계와 10선을 하늘과 사람을 위하여 설한다.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과 끝없는 6바라밀행과 네 가지 평등한 마음과 4은(恩)으로생사(生死)에도 있지 않으며 멸도(滅度)에도 머무르지 않는다.
그리하여 바른 진리에 들어가며 용맹하게 과위에 이르는 이들은 신통승(神通乘)에 머물며 삼계에 두루 하게 일체를 제도하여 해탈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