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구천하와 주유(周遊)
동학이라는 회오리바람이 한바탕 지나가고, 조정에서는 을미사변을 겪는 등 조선은 마치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것처럼 위급하였고 백성들은 안주할 곳을 잃고 방황하였지만 지방의 유생(儒生)들은 세상이 평정되었다고 하며 시회(詩會)나 열고, 무사안일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에 비로소 상제께서는 천하를 널리 구할 뜻을 두시니 연세(年歲) 25세이셨다. 이때가 바로 을미년(乙未年, 1895년)으로 상제의 뒤를 이을 도주 조정산께서 탄강하신 때이다.
유생들은 세상이 평온하다고 하나 세도는 날로 어지러워졌도다. 상제께서 이때 비로소 광구천하하실 뜻을 두셨도다.
― 전경 행록 1장 25절
고부지방의 유생들이 을미(乙未)년 봄에 세상의 평정을 축하하는 뜻으로 두승산(斗升山)에서 시회(詩會)를 열었을 때 상제께서 이에 참여하시니라. 이 때 한 노인이 상제를 조용한 곳으로 청하여 모셔가더니 작은 책 한 권을 전하거늘 그 책을 통독하셨도다.
― 전경 행록 1장 24절
상제께서 다시 정남기의 집에 글방을 차리고 아우 영학과 형렬의 아들 찬문과 그 이웃서동(書童)들을 가르치셨도다. 이때 유ㆍ불ㆍ선(儒ㆍ佛ㆍ仙) 음양참위(陰陽讖緯)를 통독하시고 이것이 천하를 광구함에 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시고 얼마동안 글방을 계속하시다가 인심(人心)과 속정(俗情)을 살피고자 주유의 길을 떠나셨도다.
― 전경 행록 2장 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