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서울 상암동 삼동소년촌. 구수한 밥 냄새를 맡자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이날 식사는 평소와 달랐다. 아이들이 선망하는 빅뱅, 투애니원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업 사회책임경영(CSR)의
일환이다. 지난해부터 가동한 `YG 밥차`는 올해 수시로 소외된 지역을 찾을 예정이다.
엔터 업계에 CSR 훈풍이 불고 있다.
기업이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폭넓은 사회적 책임을 적극 수행하는 것을
뜻하는 CSR는 규모가 큰 기업이나 선진국에서 활발했다. 반면
엔터 쪽은 주먹구구식 경영과 부도덕한 관행이 팽배한
후진적 산업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한류 붐을 탄 엔터 기업이 규모와 체계를
갖춰가면서 CSR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요즘 엔터 기업에선 CSR 전문인력 충원과 전담부서 신설이 활발하다. FT아일랜드가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 CSR 전담부서 `러브FNC`를 신설했다. 아이유가 소속된 로엔엔터테인먼트도 최근 CSR 전담인력을 1명
충원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CSR 경력담당자를 채용 중이다. `러브FNC`의 유진규 실장은 "직원 수가 적은 엔터 회사에서
1~2명이어도
CSR 전담인력을 늘리는 것은 큰 결단이다"고 말했다.
엔터 회사의 CSR 활동은 크게 사회 기부형과 시장 환경 개선형으로
나뉜다. 봉사, 기부 등을 늘리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FNC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씨엔블루 학교`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필리핀에 학교를 지을 예정이다. `긴급 구호사업 재정`을 조성해 재난지역이 발생할 때마다 기부금을 전달할 계획도 있다.
슈퍼주니어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삼성, CJ E&M 등 대기업과 협력해 CSR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공부방을 만들고, 소외계층을 콘서트에
초청한다. 재활병원 건립 기금 마련(YG), 쌀화환 기부(JYP)도 있다.
시장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CSR의 일환이다.
로엔은 음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인디 뮤지션과 주류 뮤지션의 컬래버레이션(협업) 프로젝트 `리코드`를 진행 중이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주류 뮤지션과 인디 뮤지션의 협업을 지원해 양측의 간극을 좁히고 다양한 음악을 배양하는 취지다.
긱스와 소유가 부른 `오피셜리 미싱유 투`,
루시아와 우현이 부른 `선인장` 등은 CSR 활동의 산물이다.
엔터 업계가 CSR를 주목하는 현상은 환경, 윤리 등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보(비재무적 요소)가
기업의 평판과 실적에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는 흐름의 연장선이다. 상장기업 사업보고서에 CSR 정도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상장
엔터사 혹은 상장을 염두에 둔 기업은 CSR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김정섭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과 교수는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파급력을 생각하면 엔터사 CSR의 실천 수준은
이에 부합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창출하는 스타와 콘텐츠에 대해 신뢰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