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 스케치
이비아 _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남도 여행 떠나왔다
숙소도 예약하지 않은 채
시간도 정하지 않은 채
대략 나흘 잡아 발길이 닿는 대로
가고 싶은 곳 찾아다녔다
길 위에서 생각하고
길 위에서 먹을 곳 구하고
길 위에서 머물 곳 구했다
모든 것을 예약했던 여행보다
시간에 매이지 않으니
마음은 집시
집시들이 왜 자유로운지 알겠다
오늘은 강진 주작산 백련사
다산 초당을 다녀왔다
다산초당은 다산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 와서 십년 간 살면서 18 명의 수제자를 길러내고 많은 저서를 남겼던 산속 초당이다
바로 옆 백련사에 절친했던
혜장스님이 살았다고 한다
백련사 오솔길엔 동백꽃잎이 떨어져 빨간 꽃잎을 모아 놓은 곳들이 낙화의 쓸쓸함을 달래 주었다
오늘밤은 어디서 잘까
강진 숙이네 민박을 구했다
이름은 민박인데 목가적인
팬션이다
주인 부부가 대문 앞에서 정중히 환영 인사
진돗개 덕구가 금세 우리를 믿어준다
주인이 식당에 전화를 해주시며 특으로 부탁하셨다
식당에 걸아가는데 개구리 소리가 맗이 들렸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개구리 합창인지 정말 시골에 와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식당에 가니 하얀 요리사 모자를 쓰신 주방장님이 직접 맞아주셨다
알탕을 주문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덕구가 벌써 알아보고 숙소주인 부부가 대문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숙소는 언덕 위에 새로 지은 본채와 별채로 너른 벌판을 내려다보니 마을 전경이 평화롭다
우리 숙소는 조용한 별채이다
편백나무 벽과 침대보가 청결해서 호텔 못지 않았다
새벽에 꼬끼오 꼬끼오
닭 우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여명이 밝아오나 문을 여니 덕구가 반갑게 다가온다
여주인이 커피와 토스트 삶은 계란을 뜨겁게 내오셨다
이 분의 이름인 숙이 일까?
나는 형통할 형 맑을 숙 인데 무슨 숙이일까..
문득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이른 아침에 길을 떠나야 여유로우니
일찍 길을 나섰다
친절하고 사람 좋아 뵈는 주인 부부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분들은 우리 차가 멀어질 때까지 배웅해 주셨다
언젠가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인근 숙소 주인은 팁을 5달러 주었는데도 나와 보지 않았던 것과 대비 되었다
우리 나라가 역시 물 좋고 인심이 좋다
정처없이 오라는 이 없어도 갈 곳은 많다
연두빛 나무들과 반쯤 핀 벚꽃길
나주의 산림자원 연구소 치유의 숲으로 향했다
차창으로 진돗개 덕구가 눈에 밟힌다
Fernando Albuerne-Veinte años(2014)
Perlas Cubanas: "Recuerdos de Cuba"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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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처없이 오라는 이 없어도 갈 곳은 많다' 여행가 다운 말씀 재밌게 읽었어요. 기회가 주어지면 그 민박집에 한번 묵고 싶네요.
네ᆢ장시인님 ᆢ
말이 민박이지 펜션이었죠ᆢ편백나무 인테리어에 조용한 별채ᆢ개구리 소리ᆢ주인부부의 정다운 친절ᆢ이튿날 광주 호텔보다 휠씬 더 감성에 맞더라구요ᆢ 감정이 풍부하신 우리 장시인님 정서에도 맞으실겁니다ᆢ
오늘 날씨가 봄날의 기쁨을 안겨주네요ᆢ이런날
집에 있으면 백퍼 손해지요ᆢ
소중한 발자국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평화군요.. 평화로워보여 좋습니다.
네 ᆢ오샘ᆢ평화로웠어요ᆢ봄비가 진종일 내렸어도 사진찍으러,내리면 그쳤다가 드라이브 걸면 다시 내리니 참 이상도 하지요ᆢ예수님께 점수 딸일도 별로 안했는데
말이에요
빗속 드라이브가 너무 좋았네요ᆢ
늘 감사해요ᆢ
추억으로 남을 고귀高貴한 여행을 하셨군요.
고운 글 마음에 담아갑니다.
建安하시고 건필健筆하시기를 앙축仰祝하나이다.
네ᆢ청호선생님
지금 뵈니 아호를 잘 지으신듯 합니다
귀하신 걸음에 감사합니다 ᆢ늘 건필건안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