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ABO 의료봉사 체험기》
부산 메리놀병원 소화기 내과 전문의 박승근
8월 15일 월요일. 아침 5시 30분 기상.
6시쯤 “박 간호사가 복통이 느껴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 간호사와 함께 새벽에 서둘러 귀가 길에 올랐습니다.”라고 이 간호사님이 안타까운 듯 소식을 전한다. ‘아이쿠.’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6시 30분 미사. 오늘이 ‘성모 승천 대축일’이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라는 성모님 말씀에 “성모님은 겸손한 분으로 그 영향 아래 성장하신 예수님 또한 온유하고 겸손한 분으로 가난하고 소외 받는 사람들을 섬기러 왔다고 얘기하십니다. 봉사의 정신은 ‘거저 받았으니 거저 나누어 주어라’는 말씀처럼 사랑의 마음으로 배려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겸손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신부님의 짧은 강론.
7시 아침 식사 시간. 김 선생님이 신부님께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오전에 바쁘니까 접수하고 문진 후 한방과 원하는 분은 양방으로 돌지 말고 바로 오시게 하면 저희들이 진료 보고 양방으로 가게 해서 빨리 마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럼. 그렇게 해보지요.”라는 신부님의 대답.
7시 30분. 성전 공소를 향해 출발.
8시 30분. 일찍부터 정 헤드빅님이 문진을 하고 있었고 이후 도착한 김 엘리사벳님이 함께 가세하여 바쁜 일정의 물꼬를 텄다. 접수는 다행히 성당의 여전도사님이 순번을 미리 정하여 두어 혼잡은 없는 것 같다. 신 오틸리아님이 혈당을 측정하는 복도 쪽으로 재배치되었고 옆에선 한의대생 문 스테파노가 혈압 측정을 담당하였다. 성전 내 예배 걸상들을 한쪽으로 몰아 공간을 만든 주사실 준비는 장 마리아 고레띠님, 이 간호사님, 고 데레사님과 부군 김 바오로님이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성전 내 제대가 있던 장소가 한방과실로 어제의 체육관보다 빈약한 공간이지만 장소 불문하고 자신감 넘치는 김 선생님인지라 모든 채비는 다 갖추어져 있다.
좁은 복도를 건너 성전 맞은 편 식당 방이 총괄 안 신부님과 박 사비나님 자리와 척추신경과 박 린 선생님 그리고 보조 한의대생들의 활동무대로 나뉘어 졌고, 입구 쪽 물품보관실에 내과 진료실 그리고 식당방을 가로 질러 제일 안쪽 방에 초음파실이 꾸며졌다.
9시경 ‘희진이는 괜찮아요. 병원에서도 괜찮대요. 저까지 빠지게 되어 죄송해요. 남은 봉사활동 못하고 내려 왔는데. 마지막까지 수고하시고 힘내세요~.’라는 조 파비올라님의 폰 메시지가 전달되어 왔다. ‘정말.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방과로 바로 가는 분들을 제외한 허리, 어깨 그리고 무릎이 아프다는 분들은 이제 척추 신경과로 보내면 될 터이었다.
한방과는 벌써 여러 분들을 앉혀 놓고 김 선생님이 시침 중이고 주사실엔 성전을 가로지르는 빨랫줄에 달려있는 링거액을 꽂고 있는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2줄 편한 자세로 달콤한 잠에 빠져 있다.
초음파실 앞은 여전히 답답증을 느낄 정도로 대기하고 있는 분들로 꽉 차있다. 오전 중으로 다 마칠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신부님이 의논할 일이 생겼다며 오셔서는 한방과 김 선생님이 “링거 주사를 맞고 있는 분들에게 시침을 하면 빨리 진행이 될 건데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어왔다며 곤란한 표정이시다. “김 선생님이 오후의 일정을 걱정해서 지금 빨리 얼른 해 주고 싶은 심정인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저의 소견으론 주사를 맞으며 누워 있는 그 시간이 짧으나마 안락함을 누리게 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을 빼앗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시침 시에 느끼는 고통 속의 시원함을 느끼는 시간 또한 누리게 해 주는 것도 그 분들을 위한 보살핌이 아닐 런지요.” 라는 대답에 신부님께서는 점심을 못 먹더라도 늦게까지 할 요량의 결정을 내리신 것 같았다.
박승근님의 의료봉사기를 카페지기가 대신 올려드립니다.
첫댓글 박선생님 환자를 배려하시는 마음과 나와 다른 사람을 배려하시는 모습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감사합니다.
그저 수고하신다는 말씀 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감사합니다...^^*
모두의 힘으로 이렇게 치료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면,
우리가 사는 이 곳은 참 좋은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