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숫집 할머니/이상수
얼마 전에 재래시장에 들렀다가 우연히 칼국수 집을 발견했다. 긴 세월을 이고 서 있은 듯 지붕이 나지막한 집이었다. 열린 출입문은 워낙 낡아 닫을 때마다 주인 할머니의 허리처럼 삐걱거릴 것 같았지만 오래된 탁자는 윤이 나서 반질반질 했다.
근래에는 보기 드문 할머니였다. 여든이 훨씬 넘어보였지만 꼿꼿한 허리로 혼자 칼국수를 끓여 팔고 계셨다. 젊었을 땐 김태희도 부럽지 않았을 미모를 가진 할머니는 아직도 쪽진 머리였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었다.
칼국수를 한 그릇 주문했다. 그런데 할머니는 아무 대꾸도 없다. 워낙 연세가 많으신 분이라 혹시 내가 주문한 것을 못 들으셨는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옆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할머니는 원래 그러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식당 안에는 탁자가 여남은 개가 놓여 있었고 점심 때를 넘긴 시간이었지만 손님이 많았다.
국수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남자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근처 공사장에서 일하다 오신 듯 옷이며 신발에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할머니는 그릇이 뻘뻘 넘치도록 칼국수를 펐다. 수저통에서 젓가락을 챙기며 나는 양이 너무 많아 걱정이 되었다.
“일한다고 힘들제. 많이 먹어라.”
할머니는 방금 들어온 남자 손님들에게 국수를 먼저 내주신다. 조금 기다리자 다시 김이 펄펄 나는 칼국수가 그릇에 담겨 나온다. 이제는 내 차례가 되었거니 하는데 아주머니 세 분이 들어오자 또 먼저 드린다. 할머니의 고집스런 뒷모습에 기가 눌린 나는 할머니의 기준에 따라 내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 집에만 있는 몇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
우선 이 집에 들어올 때는 서비스를 포기해야 한다. 어서 오라는 인사나 상냥한 대답을 기다렸다가는 기분을 상하기 십상이다. 그나마 호통을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또한 순번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줄서기가 익숙해진 사람들이라고 해도 여기서는 그게 안 통한다.
그릇이 선반에 얹힐 새도 없이 바쁘게 칼국수가 담겨나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물기 묻은 그릇이 마음에 걸린 나는 옆에 있던 휴지를 풀어 닦기 시작했다.
“약칠한 게 뭐 좋다고 닦고 있노?”
무심코 그릇을 닦다가 깜짝 놀랐다. 의외로 할머니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바라봤지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이내 시선을 거뒀다. 머쓱해진 나는 겨우 칼국수를 한 그릇 받았다. 옛날 어머니의 호통이 국수처럼 길게 이어져 올라왔다.
친절하지도 세련되지도 않는 이 집에 칼국수를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였을까. 할머니는 어쩌면 가장의 자리를 지켜주던 수많은 사람들의 어머니인지도 모른다. 손님이 왕이라는 세상에 대접 받지 못해도, 순서가 뒤죽박죽이어도 할머니는 열심히 일하는 수고를 알아주기에 상관없었던 것이다.
아저씨들에게 칼국수를 먼저 드린 것은 남자를 우대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온 사람에 대한 배려였다. 기다리는 사람을 제쳐두고 나중에 온 아주머니에게 먼저 준 것은 가장을 도와 열심히 일하는 그들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리라. 김치를 좀 남겼다고 호통을 칠 때는 아까운 줄 모르고 남기는 것이 괘씸해서였고 칼국수를 주문해도 대꾸하지 않은 것은 음식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부족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옆집에서 떡이라도 가져오면 어머니는 아버지의 몫으로 덜어두곤 하셨다. 삼남매인 우리 몫보다 아버지의 몫이 언제나 많았다. 우리는 간절히 어머니를 쳐다보며 그만 들기를 바랐지만 어머니는 우리를 외면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우리에게 당신 몫이 담긴 음식을 나누어주셨다. 어머니가 옆에서 도끼눈을 뜨고 우리에게 눈치를 줬지만 음식을 들어놓을 때 우리의 시선을 외면했던 어머니처럼 우리도 어머니를 외면했다. 우리가 그릇에서 달콤한 음식 맛을 맡았다면 어머니는 아버지의 땀내를 맡으셨으리라. 음식을 덜어놓으며 고달픈 가장의 냄새를 가시게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바쁘다는 핑계로 겨우 허기나 면하게 했던 밥상,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는 이유로 남편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일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가장의 노력을 땀내 나는 양말에서 읽었다면, 나는 야박하게 한 달에 한 번 찍히는 통장에서 읽는다. 열심히 일한 수고를 한 줄의 숫자로 매기며 가장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어찌 땀 값을 숫자로 매길 수 있을까. 눈을 씻고 다시 보니 통장에는 남편의 고된 땀방울이 찍혀 있다.
첫댓글 축하 축하요~~~~제가 곧장 문자돌리러 갑니당~~~
상수선새앰~~~
축하합더.
우야든동 이제 줄줄이 소시지로 엮어주시길~~~
축하파티 멋지게 함 합시데이~~~~
쌤~~~~
♥♥♥♥♥♥♥♥♥♥♥♥
이럴수가......ㅠ.ㅠ 나한테는 하트 다섯개 이상 안 날리두마.......우앙아아아앙~~
열한개다....ㅠ,ㅠ
ㅋㅋ 하트의 갯수를 헤아리는 쌤 모습이 떠올라서 한 번 웃습니다~~
축하드립니다.역시 우리고울 학습반장님 이십니다.
왕 축하드려요 ^ㅇ^
축하!축하!!
내 일처럼 기쁩니다.
상수ㅆㅐㅁ 축하드려요~
올해는 우리 고울문학회 좋은 소식이 무지 많이 생기네요~
이 분위기가 신춘문ㅇㅖ까지 쭈욱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저는 보도자료 준비해야 겠습니다~~호호호~
축하축하~!!!
와! 샘 좋겠다. 축하드려요. 우리 고울에 태양이다.
추카추카
줄줄이 사탕으로 계속 쭈~욱
축하 축하 드려요.
연이어 날아오는 수상소식들,...
아마 올 핸 대단한 일을 내지 싶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상수샘추카추카요 ~~~♥
축하드립니다. 더 좋고 더 멋진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상수언니 축하드려용 . 올해는 꼭 신춘문예 1등 하세요
좋은 일 앞장서서 봉사하시니
이렇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나 봅니다.
앞으로 더 멋진 글 많이 많이 기대합니다.
이상수샘 화이팅
상수샘 축하드립니다. 좋은일 많이 많이 있으시길~~~
축하축하요~^^!!!
사랑 고울지 탄생 후 이어지는 소식이라 더 반갑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04.19 07:09
입선으로 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굵직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상수쌤,
멀리서 축하드려요.
담엔 더 큰 상 타세요.
칼국수처럼 뜨끈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칠맛나는 국물처럼 푸근한 글은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겠습니다.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언행일치?言行一致가 진실이죠
뵙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좋은 소식에 저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좋은 글 감상 잘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