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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밑 도전 글에서 종주후 후기를 쓰겠다고 약속했으나, 막상 후기를 남기려고 하니 마음처럼 잘 되지를 않네요. 간단히 적으려니 너무 성의없는 듯 해 일단 조금 길게 적어 봅니다만, 지루하시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오늘은 일단 첫날 라이딩 후기만 올려봅니다.>
1. 시작하기 전에
대전에서 처음 자전거를 시작할 때는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매주 80~120여 킬로의 라이딩을 꾸준히 했었는데, 교통사고로 한동안 자전거를 접었었습니다. 4년 전부터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하였지만, 주로 집 근처를 홀로 다니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작년 4월 세종으로 이사한 후로는 2인용 자전거로 아내와 힘께 부여의 백제보까지 라이딩한 것이 가장 먼 길을 달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자동에 가입해서 장태산 라이딩, 섬진강 종주 등을 통해 예전의 라이딩 본능(?)을 되찾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갑자기 이번 6.4일부터 6.6~8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황금연휴를 이용하여 오천자전거길 및 낙동강 자전거길 종주를 계획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종주를 홀로 라이딩으로 계획한 것은 다시 자전거를 시작하면서 자유롭다는 이유로 혼자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아내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은 하였지만 아내는 장거리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체력이 갖춰진 것이 아니고 직장 때문에 6.5일을 쉴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으므로 혼자 가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었지요^^
혼자 가니 크게 준비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준비물이 꽤 많습니다. 라이딩 중 입을 쫄바지 및 반팔 저지 2벌, 바람막이 2개, 라이딩 후 숙소에서 입을 옷 2벌, 펌프, 패치, 튜브, 자전거 자물쇠, 칫솔, 치약, 수건 1개, 라이딩 중 먹을 간식거리와 물통 2개에 채울 음료 1통, 물파스 1개, 디카와 휴대폰 충전기 등을 준비했는데, 배낭에 넣으니 부피도 제법 되고 물통 2개 때문인지 무게도 묵직했습니다.
‘전부 포장된 도로인데 뭐~’ 하는 안이한 생각과 막연한 자신감으로 숙소와 식사 장소도 대충 정했습니다. 네이버 지도 상의 자전거길을 참고하여, 첫날은 문경에서 둘째날은 달성군 현풍에서 묵고, 점심은 적당한 장소에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자전거길은 노면에 표시가 잘 되어 있을 것이라 믿고 코스에 대한 보완책으로 자전거행복나눔이란 폰 앱을 하나 깔아 그걸 참고하기로 했습니다. 총 라이딩 예상거리는 약 500여킬로미터가 나와 첫날 170, 둘째날 150, 셋째날 170킬로를 달리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2. 첫날은 널널했습니다.
드디어 출발일인 6월4일. 지방선거일이지만 난 이미 지난 5월31일에 사전투표를 하였기 때문에 5시30분쯤에 일어나 간단히 씻고, 아내가 깰까봐 혼자 조용히 아침을 먹고 6시쯤 집을 나섰습니다.
하늘을 보니 잔뜩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아 오히려 라이딩 하기에는 좋은 날씨였습니다. 6시5분쯤 301동 앞 체육공원에서 출발전 함께 할 애마 사진을 찍고 힘차게 페달을 밟았습니다. 합강공원 가기 전 제방에 활짝 핀 금계국이 라이딩을 응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오천자전거길의 종점인 합강공원에 도착해서 인증 스템프와 사진을 찍고 미호천을 따라 청주 방향으로 출발~. 자주 다니던 곳이라 익숙한 주변 풍경이 눈에 익습니다. 조천과 미호천의 합류지점에 조성된 연꽃 공원에는 아직 연꽃이 피지 않았네요. 오송을 지나고, 작천보를 지나 8시쯤 문암생태공원 건너편의 무심천교 인증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볼 만한 주변 풍광도 없으니 인증사진만 찍고, 간식거리로 배를 보충한 후 좀 쉬었다가 출발합니다. 맞바람이 불어 영 속도가 나지 않아 겨우 시속 20킬로를 유지하고 나아갔습니다.
지난 5월31일 오천 자전거길 라이딩을 시작했던 팔결교를 지나 증평IC 앞에서 보강천으로 이어지는 제방길을 열심히 페달링해 봅니다. 9시10분쯤 백로공원에 도착, 백로공원 주변 풍광을 사진에 담아 봅니다만, 백로는 안 보이네요. 백로공원에서 직진하지 않고 좌측의 목교를 건너 보강천 좌측의 자전거길을 이용해 보기로 합니다. 약 3.5킬로 정도 가다보면 다시 백로공원에서 직진하던 길과 만나게 됩니다. 길도 조금 단축되고 가로수도 더 우거져서 직진길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계속 가면 오천 자전거길에서는 가장 오르막인 모래재입니다. 용정저수지 앞의 약간 급한 경사를 오르면 완만한 경사의 모래재로를 약 1.8킬로 정도 오르게 됩니다. 행촌교차로 쪽에서 오는 것보다 경사는 좀 더 있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오르막 후 반가운 내리막을 신나게 달려 보지만 맞바람으로 속도는 많이 나지 않네요. 유평마을회관 앞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쉽니다. 시원한 바람이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해 줍니다.
10여분 맞바람에 땀을 식힌 후 다시 괴산읍을 향해 출발합니다. 자전거길을 낙원장 모텔 앞에서 우회전하여 가는 것이지만, 지난번 가 보았기 때문에 계속 지방도로인 모래재로를 따라 괴신읍까지 가기로 합니다. 괴산읍에 들어가다 보면 농협주유소가 보이고 그 옆에 농협하나로 마트가 있습니다. 지난 오천자전거길 라이딩 때도 여기서 음료수 등을 보충했는데 오늘도 여기서 보충을 하기로 합니다.
음료수와 설레임을 사서 먹고, 마트 정문 앞의 길을 건너 자전거길로 다시 들어 섭니다. 잠시 더 가면 괴강교 인증센터가 나옵니다. 괴강교에서 바라보는 달천의 풍경은 오천 자전거길 중에서 가장 멋진 풍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증센터에서 스탬프 찍고 사진도 몇 장 찍고 11시15분쯤 행촌교차로로 출발합니다. 칠성면사무소가 있는 도정리에서 우회전하면 산막이옛길로 가는 길이 나온다는데, 지금은 목적지가 아니므로 패스하고 계속 직진합니다.
조금 더 가서 미선교를 건너면 쌍곡휴게소가 보입니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쌍곡계곡의 소금강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역시 다음 기회로 미루고, 목적지인 연풍쪽으로 좌회전하여 계속 진행합니다. 괴선교를 지나면 좌측으로 보이는 왕버들의 모습이 시원하고 제방에 핀 금계국이 멋집니다. 계속 가다보면 좌측에 조금 특이한 건물이 보이는데 갤러리를 겸하는 식당인 것 같습니다 선인금이라는 명칭이 보이네요.
시간은 벌써 12시30분이라 식사를 해야 할 텐데, 조금 더 가보기로 합니다. 3.5킬로쯤 가니 청수휴게소가 나오고, 식당도 있어 김치찌개를 주문했는데, 음식나오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맛도 영 아니네요. 여긴 비추천이네요. 식사를 마치고 1시25분쯤 출발하여 오천자전거길의 종점인 행촌교차로에 1시35분쯤 도착했습니다.
인증사진을 찍고, 새재자전거길인 이화령고개로 출발합니다. 이화령고개는 해발 548미터 높이에 약 5킬로 정도 길이를 가진 완만한 경사길인데, 무리하지 않고 가니 30분 정도 걸려 인증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이화령 고개 마루에 서니 시원한 바람이 땀에 흠뻑 젖은 온 몸에 새 기운을 불어넣어 줍니다.
내리막 자전거길에는 낙엽이 남아 있어 미끄럽긴 하지만 조심히 속도를 높여 봅니다. 힘들게 올랐던 고개를 몇 분만에 내려와, 문경읍을 거쳐 조령천을 따라 내려가면 영강과 만나게 됩니다. 진남역(폐역)을 지나서 조금 더 가다 보니 역시 폐역이면서 인증센터가 있는 불정역에 도착합니다. 도착시간은 3시35분. 인증센터에서 스탬프를 찍고 영강 주변의 멋진 풍광을 감상하면서 페달질을 계속하는데... 저 만치 문경시청이 있는 점촌동이 보입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원래 여기였으나, 시간이 4시30분도 안되어 더 갈까 생각중인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영신유원지가 보이는 신영강교 밑에서 비가 그칠 때를 기다리는데, 10여분이 지나도 그칠 것 같지는 않지만, 빗방울은 조금 약해진 듯 합니다. 아무래도 더 가기는 그렇고... 당초 예상했던 대로 점촌에서 묵기로 하고, 유원지에 산책 나온 사람에게 점촌역 가는 길을 물어 점촌역 인근의 텐(Ten)모텔을 찾아갔습니다.
4시 55분쯤 모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잠시 쉬었다 저녁식사를 하러 시내(점촌역앞)로 나갔습니다. 모텔 사장에게 물으니 점촌역 앞쪽에 가면 식당들도 많고 24시간 하는 해장국집도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다 마침 감자탕집이 눈에 띄어 그곳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었습니다. 24시간 하는 집이라는데 배가 고파서인지 맛은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조성해 놓은 문화의 거리를 산책했는데, 조형물 등을 아기자기하게 잘 설치해 놓았고 차량이 없어 구경하기는 좋더군요. 다만 너무 인공적으로 물길을 만들고 분수 등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불만스럽기는 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모텔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 편의점에서 캔맥주, 음료수, 보충식 등을 샀고, 모텔에 성능이 딸리긴 하지만 컴퓨터도 있어서 혼자서 캔맥주 한 잔 하며 한자동 카페에 첫날 라이딩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라이딩 거리는 모두 152킬로. 네이버 지도 상의 자전거길을 통해 측정한 거리보다는 짧아서인지, 첫날은 널널한 라이딩이었습니다.
<눈에 익은 장소죠? 체육공원 앞에서 애마 인증 사진>
<합강공원 가기 전 제방에 핀 금계국이 라이딩을 응원해 주는 듯 합니다>
<합강공원 인증센터>
<오송부근, KTX 선로용 교각이 보입니다>
<문암생태공원 가기전 작천보>
<무심천교 인증센터, 진짜 주변에 볼 만한 풍광이 하나 없이 무인인증센터만 달랑 있어요ㅠ)
<팔결교. 지난 5.31에 오천길 라이딩을 시작했던 장소입니다>
<백로공원 인증센터(위)와 백로공원 백로 조형물(아래)>
<우측길이 공식적인 자전거길, 나는 왼쪽으로 갔는데, 나중에 자전거길과 만나게 되어 있다>
<백로공원 주변 풍광, 백로공원인데 백로는 안 보였다>
<백로공원에서 좌측길로 가면 오른쪽 자전거길과는 달리 이렇게 나무가 있어 그늘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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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 올려주신 후기 생생합니다.
마치 제가동행하여 라이딩한 느낌이네요.
지리산님도 잠시 잔차를 접어야했던 교통사고란 과거가 있었군요. 역경딛고
다시금 잔차생활하심이 제게 큰힘이 되는것
같습니다. 병상생활 이제 2주째, 앞으로
2주를 더있어야하니 아주 죽을맛이지만
이렇게 님의 도전기를 보니 절로 힘이납니다. 다시 시작할때 꼭 지리산님과
먼여정 함께하기를 용기와함께 다짐해봅니다. 종주 일일차의 도전기
잘보았습니다.
자세한 정보 감사합니다 다음에 도전하는 우리 회원님들 무척 도움 될 것입니다
두번째 날 세번 째 날도 기대 합니다 더 체력이 소모 되기 전 나도 한번 가 볼까 하는 욕심이 있읍니다
<시작하기 전에>의 프롤로그 서문의 독백이 인상적 입니다. 홀로 떠날 수 있는 자유가 부럽고 도전이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운 도전을 위해 언젠가는 저도 혼자 떠날 수 있기를 꿈꿔 봅니다. 여자라는 벽을 넘어서. . .
도전은 늘 용기와 꿈을 안겨 주네요. 후기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