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제,이수영으로 구성된 건장하고 잘생긴 남성포크듀오 어니언스는 포크를 폭넓게 대중화시킨 일등공신이다. 한대수, 김민기등 1세대 포크가수들이 대학생 등 학생들을 기반으로 다소 엘리트층으로 한정된 지지계층을 형성했으나 어니언스는 평범한 대중들에게 친숙한 리듬을 포크에 접목하는 편곡으로 지지계층을 파괴하며 포크의 본격적 대중화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토속적인 외모에 감성적인 보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리더 임창제와 귀공자풍의 잘생긴 외모로 여성팬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던 이수영의 어니언스가 들려주었던 대표곡 <편지>는 가삿말처럼 헤어진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애틋한 메신저인양 70년대 중반 펜팔 문화붐까지 몰고왔던 공전의 히트곡이였다.
리더 임창제는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나 한국전쟁때 남하하여 어렵게 서울에 정착한 월남가족 출신. 중학생 나이로 수송초등학교 3학년에 입학했을 만큼 어린시절의 추억은 불우했지만 동경음대를 나온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타고난 음악적 소질을 지니고 있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미8군방송을 들으며 처음 접했던 스키더 데이비스의 노래에 취해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동네노래자랑에도 곧잘 나가곤 했다. 중학교 졸업후 1년간 드럼을 배우다가 힘에 부쳐 8군무대에 나가는 음악스승 이상일로 부터 본격적으로 기타를 배웠다. 우이동 산속에서 동고동락했던 기타동문은 요절가수 김정호로 이들은 음악의 형제라 할만큼 끈끈한 우정을 바탕으로 인간적 연결고리를 맺었다.
임창제는 스승인 이상일과 동네음악친구들과 더불어 록그룹 스킬보이스를 결성, 미8군 오디션을 통과해 운천, 왜관 등지를 돌며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음악적 한계와 몸이 아파 쉬던중 친구의 소개로 3인조 혼성트리오 히치하이커의 리더 이수영을 만나 오디션을 받았다. 처음 임창제와 이수영은 히치하이커 멤버인 윤혜영과 더불어 트리오를 결성했다.
72년1월, 방송PD 정홍택의 작명으로 그룹명을 어니언스(양파들)로 정하고 난 후 이봉조 곡으로 4개월간 연습하여 72년 TBC신인가요제에 출전하여 대상을 받았다. 이후 음악적으로 맞지않는 윤혜영과는 결별, 듀오로 김정호곡 <사랑의 진실>을 부르며 쇼쇼쇼무대로 정식데뷔를 하였다. 데뷔음반은 고영수와 함께한 <사랑의 진실-지구, JSL120691, 73년5월5일>.
1집은 대표곡 <편지>와 <작은새> <저별과 달을>등 9곡의 창작곡과 2곡의 번안곡이 수록된 안건마편곡집 <어니언스-유니버샬, K-APPLE785, 74년초>이고 연이어 발표한 2집은 <돌에 핀꽃> <누나> <그리움 찾아> 등 더욱 감성적인 곡들이 수록된 <어니언스VOL.2-유니버샬, K-APPLE794, 74년6월1일>이다.
대박을 터트린 이 음반들은 안건마의 비범한 편곡으로 더욱빛을 발했다. 평범한 포크에 록그룹시절 배워왔던 기타애드립과 피아노 등을 퓨전해 화려하면서 편안한 편곡으로 무장한 이들의 노래는 순식간에 정상의 인기몰이를 했다.
당시 자신들의 이화여대 공연과 드라마센터 공연을 보러 수백미터이상 길게 줄을선 팬들을 보고 '세상이 모두 내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임창제는 감회에 젖었다. 음악감상실 파노라마를 주무대로 활동했던 어니언스는 이대공연에서는 인기절정의 록그룹 키브라더스가, 드라마센터 공연에서는 박성원의 스픈키스가 백밴드를 자청할 정도였다. 특히 이수영은 감당키 힘든 여성팬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았다.
끝이 없이 질주할 것 같은 어니언스도 75년 가요정화운동에 임창제가 대마초사건에 연루, 구속되면서 파경을 맞았다. 군복무를 마친 이수영은 솔로로 독립해 <숙녀> <하얀 면사포> 발표로 인기를 이어갔지만 이내 한계를 드러냈다.
어니언스는 81년 TBC에서 40분특집방송으로 재기를 꿈꾸는 재결성을 시도했지만 또다시 임창제가 음주운전으로 구속되면서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임창제는 80년초반부터 싱어스누들이라 부르는 목병으로 대수술을 받았다.
예전같지 않은 목소리는 이 때문으로 감기에 걸리면 6개월씩이나 지속될 정도라 한다. 그후 이수영은 건설회사 사장딸과 결혼, 음악을 떠났고 임창제는 방송리포터로 변신하여 활동을 하였다. 작년 11월 첫 독집 CD를 낸 임창제는 리베라호텔에서 디너콘서트로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엔 이수영이 참석해 변함없는 우정을 보여주었다.
강남 신사동 부근에서 까페 어니언스를 운영하는 임창제. 그는 화성학도 모른채 첫 작곡한 '외길'에 가장 애착을 보인다. 노랫말에 나오는 '외로운 저 소나무'처럼 요절한 음악 의형제 김정호를 그리워하는 그의 음악외길 인생은 영광과 시련으로 점철된 세월이었다. 그에게 음악은 삶을 지탱시켜주는 인생의 모든 것이기에 가능한 록적인 요소를 배제한 또다른 포크그룹의 결성을 꿈꾸며 기타연습에 몰두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