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도 1월 캄팽펫에서.
우본 '와빠나나찻'에서 두달 남짓 보내던중 이곳에 온 마하 니까야 태국 스님의 유혹에 넘어가
서북부쯤에 있는 캄팽펫 수행처로 이동했다.
'두 유 노우 캐이브?' '왓?' '유 캔 바와나 인 캐이브!'
그 스님 말로는 자가하고 같이 다니면 동굴에서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태국인의 말은 반절만 믿고 반절은 스스로 판단으로 채워야 한다.
차로 몇 시간이면 간다던 길이 오후 5시에 타서 다음날 새벽 4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 터미널에서 절까지 2시간을 더 갔다.
사실 이 스님은 와빠나나찻에서도 서양스님들의 눈총을 많이 샀다. 이유는 말이 너무 많았다.
캄팽펫에 도착했을때가 아마 1월 중순쯤 됬나 싶은데, 새벽에는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터미널에서 나를 데리고 온 스님의 은사가 우리를 픽업하기 위해 차를 대기해놓고 있었다.
몸무게가 100kg은 넘어 보이는 스님의 차에 타서 2시간동안 죽을 맛이었다. 태국인에게 있어 자신의 차에 탄
손님에 대한 예우는 오직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는 것이었다.
밤새 차를 타고 온탓에 몸도 피곤했고, 일종식이기 때문에 그 어떤 음식도 못먹은 탓에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데
무심한 에어컨은 나를 반기기라도 한 듯 한빙지옥을 선사해 줬다.
주지스님도 추운지 가사를 목까지 여민채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손님에 대한 예우라니 감수해야지......
절에 도착하니 여명이 밝아오고 어둠이 푸르게 걷히고 있었다. 온몸은 이미 얼음장이 되어 닭살이 오돌토돌하
돋아나있었다. 그리고 다시 맨발로 탁발을 나갔다.
1시간정도 온동네 개들한테 시달리며 탁발을 끝내고 돌아와 차디찬 타일 마루에서 공양 준비를 했다.
동네 사람들이 나를 보러 구경을 왔다. 수줍게 웃는 모습들.... 그리고 외국인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생선튀김과,
양배추 볶음, 찐계란, 코코넛, 정체를 알 수없는 고기 볶음류들......
아침공양을 맛있게 먹고 여장을 풀었다. 물론 이곳은 마하 니까이 계통의 절이지만 담마윳처럼
하루에 한끼만 한다. (대신 오후 빗자루질을 마친뒤에 갖는 티타임엔 과일과 감자칩정도는 허용이 됐다.)
사실 와빠나나찻에서 이 부분에서 내가 유혹이 된 거였다. ^^
태국스님이 자기 절에서는 포테이토와 과일을 맘껏 먹을 수 있다고 선전을 했다. 와빠나나찻에선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간식들이다. 사실 그때 내가 배고픔에 많이 힘들었었나 보다.... 그 꾀임에 쉽게 넘어가 버렸으니....ㅠㅠ
어째튼 그 스님 덕분에 매우 조용하고 한산한 절에서 2달 동안 맘껏 수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캐이브(동굴)는 없었다.
우본 와빠나나찻을 떠나 캄펭펫으로 향하는 밤차에서.....
캄팽펫에 수행처에 도착하자 동이 트고 있다.(당시 명상 센터를 짓는다고 불사중이었다.)
절 법당에서 바라본 내가 사용할 꾸띠의 모습이 마치 호수가에 떠있는 것 같다.
1월이 지나고 2월달이 오자 점점 더워지기 시작한다...낮에는 저럿게 앞문을 열고 대나무로 받쳐놓는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엄청 춥다... 이불이란 이불은 다 덮고 자도 춥다...아, 삶이 왜 이렇게 추울까.....
앞이 강이다 보니 저녁엔 매우 습하다. 낮에는 왕뱀들이 몸을 말리로 꾸띠 아래로 모여든다. 너무 커서 다 지나가는데
10초 이상이나 바라봐야 했다. 악어같은 크기의 도마뱀이 지나가는 것이 꼭 사람이 다가오는 듯 해서 명상중 몇번이고
일어섰다.
날은 덥고, 주위에 파충류들때문에 경행도 어렵고, 그냥 와선^^
우돈타니 왓푸왕통에서 탁발도중 돌부리에 찍혀 발톱이 뜯긴 흔적이 아직도 있다.
새인지 청둥오리인지... 정말 시끄럽게 온종일 재잘거린다.
꾸띠의 전체적인 모습. 전체 Bamboo(대나무)로 만들어진 꾸띠이다. 벼룩처럼 모래알같은 벌레가 아주 많아
옷속에 들어가고 물기도 하여 온몸에 붉은 반점으로 진물이 나왔다.
밤에는 온 마을이 불빛하나 없고 들개만이 두 불을 비춘다.
앞에 스님은 담마윳 스님(비구4년차 40세)이며, 뒤에 스님은 아직 20세가 안된 삼마네라(사미)이다.
비구는 계율상 일꺼리를 질수가 없기에 사미가 모든 물건을 대신 지기도 하고 자르기도 한다.
이 스님이 나를 유혹해서 데려온 푸켓출신 스님이고 책상에 앉아 있는 스님은 그의 은사이신 주지스님이다.
방콕에서 삼장을 마스터한 학장이었다고 한다. 아잔 차 스님 계통의 스님들이다.
-간식타임이다. 태국과일은 보기와달리 이상하게 당도가 별로 없다. 이날은 제일 푸짐한 날이다.-
과일은 모두 절 주변에서 사미스님이 채취한 것이다.(비구는 과일을 딸 수 없기에) 때에 따라선 나도 거들기도 했다.
이 절에서는 마하니까이와 담마윳 스님이 어우러져 살고 있던 절이라 계율상 서로 다른 부분을 존중해주면서 편안하게
수행에 임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