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한국해양문학상 대상에 윤유점 시인
윤유점 시인이 시 ‘선원수첩’ 외 50편으로 제24회 한국해양문학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부산문인협회(회장 최영구)가 주최하고 부산시가 후원한다.
하동현 소설가·서관호 시조시인 최우수
손은교·조춘기·최순덕·박종익 우수상
하동현 소설가는 소설 ‘야만의 바다’, 서관호 시조시인은 동시조 ‘바다가 있는 풍경’ 외 119편으로 각각 최우수상을 받았다. 손은교 시인은 ‘북극의 신음’ 외 59편, 조춘기 소설가는 소설 ‘머나먼 항해’, 최순덕 수필가는 수필 ‘고등어의 눈물’, 박종익 시인은 시 ‘어물전 저울’ 외 53편으로 각각 우수상을 차지했다.
심사위원회(임종찬·김경복·박미정·김정화)는 윤유점 시인의 대상작에 대해 “뱃사람들 일상의 특성과 세계 여러 항로, 항구의 삶을 미학적으로 뛰어나게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7일 오후 4시 부산예술회관 1층 공연장에서 열린다.
상금은 대상 2000만 원, 최우수상 각 700만 원, 우수상 각 300만 원이다.
[ 대상 시부문 ]
선원수첩/윤유점
바다에서 자란 그대 사모아로 간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연어 떼
무법자 샤치를 밀쳐내며
바다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얼굴을 차갑게 덮치는 물결은 불안정하다
코파 높이만큼 치솟는 그물
참치 떼의 몸부림은 고물로 기울어진다
구름기둥이 몰려오는 스콜에서
해안을 덮치는 파고에 선체는 요동치고
만선을 꿈꾸는 선부의 생은 처절하다
폭풍으로 다가오는 넵투누스가 난폭해지고
힘겹게 버티는 난바다의 선부는 제 목줄을 감는다
갑판 위로 떨어지는 마지막 명령
가늘 수 없는 와이어의 긴장을 끊어 낸다
검은 대륙이 다가가면 수평선은 기울어지고
순간의 두 다리가 튀어 오른다
뭍으로 추방된 뱃사람의 끝없는 항진에
처녀항에서 들뜬 공포는 멈추지 않는다
그대 목발 짚은 바다는 두렵다
사멸의 시간은 긴 꼬리를 남기고 항해를 반납한다
불빛이 내려앉는 밤바다가 고른 숨을 쉬면
당신의 눈동자에는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사모아 해로 / 윤유점
바다는 창백한 숨을 몰아쉰다. 뱃전을 넘나드는 파고에 수부들은 생의 얼룩을 찍는다
물보라가 하얗게 일어서고 포식자는 재빠르게 입을 벌린다 스키프가 바다를 향해 튀
어 오르면 날카로운 굉음이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어군을 향한 투망은 저항을 끌고 간다
천 킬로미터의 그물은 이백 미터 깊이로 내려앉는다 커다란 원을 따라 돌고 도는 어족
들 쏜살같이 흩어지다가 모여든다 교란하는 방향타가 빠르게 수면을 밀면 흩어진 대오
는 고기 떼를 수습한다 미로를 유희하는 어망 아래의 상어 떼 조타명령을 내리는 선장
의 목소리가 거칠다 선원들의 눈빛이 초조해지는 사이 먹잇감들은 그물 밑에서 술렁
인다
제풀에 지친 목줄이 표류하면 스쿨피시는 포위망을 찢는다 어디론가 사라진 멸치 떼
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노을 속 항구는 배의 항적을 따라 포말을 추적한다
죽방렴 / 윤유점
들물 날물, 물 보러 간다
창선도와 남해도 사이 좁은 물길은
물살이 빠르다
지족해협에는 성질 급한 멸치들이 산다
물이 들면 멸치는 발통 활목 사이로 빨려들고
발통에 쳐 놓은 후리그물은 물살을 탄다
정치망 죽방렴은 한번 들어가면 나갈 수 없다
날물이다
발쟁이는 멸치를 건진다
비늘이 싱싱하다
멸치 삶는 막까지 거칠게 조류를 거슬러 간다
사리 떼가 되면
은백색 멸치가 유난히 반짝인다
물때를 모르고 느리게만 살던
당신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은발이다
[ 당선소감 ] 윤유점
[ 윤유점 시인의 약력 ]
2018년 월간 <시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서정문학연구위원, 국제 펜 한국본부 평화작가위원
부산시인협회 이사, 부산 불교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시인협회 편집위원 역임, 부산문인협회 이사 역임
수상: 부산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실상문학상, 부산진구문화상
시집:『나의 인생의 바이블코드』,『귀 기울이다』,『붉은 윤곽』』,『살아남은 슬픔을 보았다』
1977년 1월 23일 새벽, 해운대 바다를 보았다
첫 바다였다
끊어 내야 하는 것과 끊어지는 것의 순리 속에서 해양은 큰 모험이었다
나는 한국해양문학상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새 폴더를 만들었다 '50개
쓰자' 생명을 주는 일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살아야 하는 이유와 또 다른 온기를 부여하는 것이
었다
해양문학이 갖고 있는 현장성과 문학성, 두려움은 관성이었을까
작용과 반작용 처럼 서로 밀어내는 힘은 같지만 방향은 언제나 반대이
듯이 , 어는 한 쪽의 무게감으로 우현과 좌현으로 위험한 파고를 타는
작업이었다
백파를 찾아 무풍지대를 지나는 항해사는 만선의 꿈을 측량했다
오늘 이 순간, 모항으로 돌아오기까지 항적은 깊은 사유를 이끌었고,
바다를 떠도는 수부들의 집단 무의식은 회귀 본능의 꼬리치기였다
제24회 한국해양문학상의 수상에 행운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