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의 해양동물 이야기 26] 인어 전설의 주인공 '듀공' 이러다 진짜 '전설'이 되어버릴지도
세계 각지에는 인어와 관련된 전설이 많다. 대개는 인어와 비슷하게 생긴 바다 동물을 인어로 착각한 주민의 경험담이 전설처럼 전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인어로 오해받기도 했다. 바다소의 일종인 해양포유류 듀공 역시 인어 전설의 주인공이다.
듀공은 전 세계 개체수가 약 1십만 마리 이하로 세계자연보호연맹에 의해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중 한국과 가장 가까운 오키나와 부근에 약 30마리 이하의 소수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개체수는 점점 줄어들어 현재는 6마리 정도만이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듀공의 서식처는 열대 바다에 걸쳐 분포하는데, 오키나와의 듀공이 바로 북방 한계선에 속한다. 듀공은 초식동물로서 얕은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잘피라는 해초를 주요한 먹이로 하는데, 잘피의 일종인 거머리말은 한국 바다에도 분포하고 있다. 제주도 하도리 앞바다의 토끼섬 일대는 잘피 군락지로 인정받아 2016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잘피는 많은 해양생물의 산란지이며 바다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양생태계의 기초를 이룬다. 잘피숲은 건강한 바다의 상징인 셈이다. 산호초가 넓게 발달한 오키나와의 얕은 바다는 연중 수온이 따뜻하고 산호초가 태풍의 천연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잘피숲으로 인해 듀공이 정착하게 되었다.
먹이활동을 하는 듀공의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듀공이 오키나와 오우라만 일대에서 먹이인 잘피를 먹고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듀공은 매우 까다로운 성미로 유명하다. 듀공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바다에 심은 잘피는 듀공이 먹지 않는다. 자연산 잘피만을 고집하는 듀공은 또 이 해초가 너무 무성해도 먹지 않고, 너무 듬성듬성해도 먹지 않는 습성이 있어 적당한 밀집도의 잘피숲이 만들어져 있는 오키나와 헤노코와 카요 앞바다에서 주로 먹이를 먹은 흔적을 보인다고 한다. 잘피숲 중간에 듀공이 먹이를 뜯어먹으며 지나간 흔적이 남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신비로운 동물을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이곳에 듀공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오키나와 듀공은 옛날부터 맛이 좋다는 이유로 왕에게 진상까지 되었다는데, 귀한 고기맛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무분별하게 포획으로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또한 바다에 독성물질 유입이 늘어나고 각종 개발, 군사기지 등으로 인해 서식처가 파괴되면서 1990년대 중반에 와서는 오키나와 바다에서 듀공은 거의 멸종되고 말았다. 개체수가 열 마리 이하로 줄어들면서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듀공은 식품 이외의 존재가치를 갖지 못했다.
항공카메라에 잡힌 오키나와 듀공와 바다거북의 모습
바다에서 듀공이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그 존재를 잊어버렸고 듀공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오키나와 헤노코에 새로운 미군기지 이전이 발표되면서 일본 정부에서 1990년대 중반에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해양생태계 조사를 할 때 오우라 만에 살고 있는 듀공의 모습이 항공촬영 카메라에 잡혔다. 그 사진을 보고 오키나와 사람들은 ‘아, 듀공이 완전히 멸종된 것이 아니구나. 이제부터라도 지켜야겠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일대의 바다는 듀공과 바다거북의 주요 서식처이자 산란처이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는 오키나와 현지에서 듀공 보호활동을 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을 만나 서식처를 답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듀공은 헤엄칠 때 고래류처럼 꼬리를 물 위로 들어 올린다거나 하지 않고, 등지느러미가 없기 때문에 수면 위에서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또한 고래들처럼 고개를 들거나 점프를 하는 일도 없으며 움직임이 크지 않고 조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눈으로 직접 개체 확인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공사진 촬영을 통해 조심스레 확인한 바로는 현재 오키나와 전역에 모두 여섯 마리 정도의 듀공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핫핑크돌핀스는 오키나와 듀공을 지키는 모임 활동가들과 함께 오키나와 현지에서 듀공 서식처 모니터링을 진행하였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오키나와 듀공의 서식처로 알려진 오우라 만 카요 앞바다는 인적이 드물고 산호초가 넓게 분포하고 있는 전형적인 비취색 열대 바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잘피숲이 역시 넓게 형성되어 있고, 평균 수심은 약 5미터 정도로 얕은 곳이어서 듀공이 산호초를 넘어 잘피를 먹으러 온다고는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이곳에서 오키나와 활동가들과 함께 망원경을 들고 그 바다 일대를 몇 시간가량 뚫어져라 살펴보았지만 예상대로 듀공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이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힘을 모으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오키나와, 제주도, 타이완을 잇는 동아시아 바다가 사람과 해양생물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생과 평화의 바다’가 될 수 있도록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멸종위기에 처한 많은 해양동물이 연안개발사업과 해양오염 등으로 서식처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완과 제주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이런 현상은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다.
타이완에서는 백 마리 이하로 남아 있는 타이완분홍돌고래가 심각한 서식처 파괴로 위협을 받고 있으며,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오키나와 듀공이 역시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요즘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듀공이나 고래 같은 해양동물이 바다에서 천천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거나 같이 다이빙하기 위한 생태관광에 열광하고 있다. 고래 또는 듀공과 헤엄치는 신비로운 순간의 체험을 위해 다른 나라 먼 곳까지 날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너무 늦기 전에 가까운 바다에 사는 우리 주변의 해양동물들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원문 읽기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479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