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력 11월 동짓달, 동지맞이 하는 법
준비물 : 팥죽 삼색과일 약주 안주 나물 시루 떡 공양
동지날 동지시가 되기 30분전까지 상차림과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동지시 5분전에 시작하면 된다.
경문으로 축원하는 제자일 경우에는 정심경, 태을보신경, 부정경, 신장경, 살풀이 축원, 삼재풀이경, 불설명당경, 성조경을 낭송 한 후, 뒷전풀이로 마무리를 한다.
신령으로 축원하는 제자일 경우에는 부정상 앞에서 부정을 치고 법당에 들어가서 산신축원, 불사축원, 칠성축원, 제석축원, 호구 대신, 상산축원(장군), 별상축원, 신장축원, 대감축원, 군웅, 성주, 왕신, 창부축원을 한 후 뒷전풀이로 마무리를 짓는다. 삼재가 든 사람일 경우, 나이수대로 동전(나전)을 받치고 북어에 맬 속옷(의련)에 ㅇㅇ생 ㅇ월 ㅇ일 이름을 쓰고 개량포로 7마디를 묶고 계란에도 ㅇㅇ생 ㅇ월 ㅇ일 이름을 쓰고 대수대명을 보낸다. 대수대명을 보낼 시에는 계란을 칼로 두드리거나 던지면서 주문을 외운다.
주문 : 산닭의 깃을 잡고 죽은 닭의 넋을 잡아
ㅇㅇ대주 ㅇㅇ기주 대수대명 받아서 가거라! 하고 외친다.
군웅 베, 삼베, 소창, 개량 포와 오색을 순서대로 찢는다.
북어와 칼은 몸에 휘두른 후 던져서 칼끝과 머리가 바깥으로 나갈 때까지 던진다. 칼끝이 나간 후 땅에 열십자를 긋고 왼발을 세 번 디디고 난후 신장기로 몸을 둘러내고 신장기를 뽑은 후 마무리를 짓는다.
동지팥죽
<동지법문>부처님을 외면하면 악귀가 침노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동지에 절에서도 팥죽을 쑤어 불. 보살님 전에 공양을 올리면서 지난 한 해의 잘못된 일들을 참회하고 새해에 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려 왔다. 팥죽 공양을 올리는 것은 다분히 민속적인 영향으로 우리의 주변에서 악귀(惡鬼)를 몰아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옛날 중국에 공공씨(共共氏)라는 사람에게 자식이 하나 있었는데, 아주 성질이 나빠, 나쁜 짓만 하다가 죽었다고 한다.
그러데 죽어서도 좋은 곳에 태어나지 못하고 귀신이 되었다.
귀신이 되어도 보통 귀신이 아니라 역질(疫疾), 즉 나쁜 전염병을 퍼뜨리는 귀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전염병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궁리 끝에 동짓날 생전에 그가 가장 무서워했던 팥으로 죽을 쑤어 대문이나 집안의 판자에 뿌려 그 역질 귀신을 퇴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의 형초라는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전해오는 이야기이고, 이와 같은 관습이 토착화된 데에는 음양오행설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저의 소견이다. 음양오행학상 붉은 색은 밝음, 즉 광명(光明) 빛을 표시하는 양(陽)이 대표적인 색깔이다.
붉은 색깔은 음양(陰陽)상으로는 양(陽), 오행(五行)상으로는 화(火=불), 계절로는 여름, 하루로 치면 정오(正午), 방위로는 남쪽, 오장육부(五臟六腑)에 대비할 때는 심장(心臟), 오상(五常=인간의 감정)으로는 예(禮)에 속한다. 한편 어둠은 음(陰)에 속하고, 음(陰)은 색깔로 치면 흑색, 즉 검은 색으로 대표하게 된다. 검정색은 오행(五行)상으로는 수(水), 방위로는 북쪽, 계절로는 겨울, 하루가운데는 한밤중, 오장육부에 대비하면 신장(腎臟)에 해당하고, 오상으로는 지(智)에 속한다.
이처럼 붉은색과 검은색은 오행상 서로 반대되는 관계에 있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붉은색을 태양을 상징할 뿐 아니라 낮과 밝음과 건강을 상징하는데 반하여 흑색은 이와는 반대로 밤, 어둠, 질병을 상징하고 있다.
지금도 전혀 그런 경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옛날에는 질병이 드는 것은 전부 귀신의 소행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귀신은 어두운 밤에만 활동을 하는 것으로 믿었다.
귀신 이야기를 듣다보면 귀신은 밤에만 활동을 하다가 새벽 첫 닭이 울면 서둘러 사라져 버리지 않던가?
무당이 하는 굿도 밤에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밝은 곳에서는 귀신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예로부터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였듯이 농업 위주의 사회였다.
따라서 자연히 농산물 가운데서도 붉은 색깔을 띤 팥은 밝음을 상징하는 곡식으로 신성하게 여기게 되었고, 음양오행설과 결부되어 이 팥 가운데는 어둠 속에서만 활동을 하는 귀신을 쫓아내는 효험이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이치가 있게 마련인 것이다. 붉은 색깔의 경면주사(鏡面朱砂)로 부적을 쓰는 원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경면주사는 붉은 색깔을 가진 광물질로 부적을 쓰는 데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병에 사용하는 한약재이기도 하지요. 앞서 붉은 색이 오장육부(五臟六腑)상으로 심장(心臟)에 해당한다고 했는데 동양의학은 이처럼 음양오행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양문화 권은 음양오행설의 영향인지, 아니면 태양을 숭배하던 종교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붉은 색깔을 신성하게 여긴 것은 여러 방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무 가운데는 붉은 색깔을 띤 주목(朱木)을 신성한 나무로 여긴다든가, 또 대추나무로 부적을 만드는 행위 등도 이런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아들을 낳으면 금줄에 붉은 고추를 매달고, 시집가는 새색시의 볼에 붉은 색으로 연지. 곤지를 찍던 풍습도 붉은 색깔을 광명의 상징과 악귀를 물리치는 효험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습, 이런 전통은 우리 절 집안에서도 다르지 않다.
구병시식을 할 때 귀신을 쫓는 주문을 외우면서 붉은 팥을 뿌린다든지 다라니를 붉은색으로 쓴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가 다 나쁜 귀신을 물리치는 데 붉은 색깔이 영험이 있다고 믿어 온 전통이다. 이런 이야기는 한이 없겠다만 오늘 법문의 주제가 전통 민속에 대한 유래를 밝히자는 것이 아니라, 동지절을 맞아 팥죽 공양을 올림과 함께 악귀를 추방하는 마음의 법회가 되고자 하는데 의미를 둠으로써 동지법회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옛 관습에만 얽매여 있을 수는 없다. 물론 동지 팥죽을 통하여 악귀를 추방하려고 하는 우리의 순수한 소원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팥죽 공양만으로 모든 악귀를 추방할 수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왜냐하면 요즘 귀신은 옛날과는 달라서 밤에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낮에도 활동하고 밝은 색깔도 별로 무서워하는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현대의 귀신에게 알맞은 처방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에 적절한 처방전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첫째, 동지 법회를 ‘무명에서 개어나는 행사’로 삼자는 것이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다. 그러나 이 날을 시작으로 낮이 차츰 길어지는 날이다. 그래서 태양신을 숭배하던 고대인들은 이 날을 태양신의 부활절로 기념하던 역사도 있다.
본래 크리스마스도 이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생일이 되긴 했지만 옛날 이집트에서는 동짓날을 태양의 부활절로 보고 이를 경축했는데 여기서 기원하여 초기에는 예수의 탄생일도 동짓날로 기념했었고 후세(AD3세기 경)에 12월 25일로 정착된 것이라고 한다.
동지맞이 굿의 의미와 기원
굿에 대한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 굿의 기원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문헌으로 전하는 가장 오래된 종교적 제의로는 <삼국지/위지 동이전>에 전하는 부여의 영고와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같은 제천의식을 들 수 있으며 이러한 제천의식들이 굿의 원형들이라고 생각한다.
한인천제, 한웅천왕, 단군왕검 세 분의 시대에 종교행사는 하늘을 살피고 교신을 하는 제천의식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많은 주문(사설)을 낭독하고 큰 동작으로 몸짓을 하여 원하는 바를 전달하려고 했을 것이다. 즉 무당이 흰 쇠꼬리를 쥐고서 흔들면서 춤을 추었다고 볼 수가 있다. 우리 속담에 「쇠꼬리 쥔 놈이 임자」란 말이 있다. 이 말은 그 당시 쇠꼬리를 쥔 사람이 임금이라는 말일 것이다. 또 이 말은 천제를 드릴 때 <산해경>에 기록되어 있는 모우旄牛라는 흰 소를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풍물패들이 사물놀이에서 전립의 꼭대기에 흰 깃털을 달고 상모를 돌리는 것도, 그 당시 무당이 손에 쥐고서 춤을 추던 것을 지금은 모자 위로 올라갔기에 상모上旄 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의식은 철 따라 춘분마지, 하지마지, 추분마지, 동지마지로 이어졌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지금도 봄에는 꽃맞이, 여름에는 유두맞이, 가을에는 햇곡맞이, 겨울에는 동지맞이 굿이라 한다.
천제를 지낼 때 춤을 추었다는 것은 <예>의 무천舞天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무천은 하늘을 향하여 춤을 춘다는 의미로 무당이 춤을 추는 것이다. 무당이 춤을 추는 것을 무무巫舞 라고 한다. 무무는 도무跳舞와 회무回舞를 기본으로 한다.
지금의 무당들이 뛰거나 돌면서 춤을 추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영고迎鼓는 북을 치며 마지를 한다는 의미로, 맞이한다는 의미로 마지굿이 나온다. 북을 치며 맞이하는 행위는, 대동굿이나 마을 굿을 할 때 제일먼저 하는 골매기, 산매기, 또는 세경돌이 등에서 길 굿의 형태가 나타난다.
동맹東盟은 동쪽하늘에 뜨는 해와 달에게 제물을 올리는 행위로 물동이 위에 올라 굿을 하는 것을 <일월마지>라고 한다. 물동이 위에 올라 굿을 하는 것은 우리가 동이족임을 밝히는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굿거리이다.
이렇게 동맹과 영고 그리고 무천을 합하면 해와 달이 뜨는 동쪽을 향하여 제물을 차리고 북을 두드려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면서 해와 달이 뜨는 것을 맞이했다는 것이 된다. 이것이 오늘날 굿의 기원이며 지금도 행하고 있는 대동굿이다.
그 당시 굿은 반드시 큰 산 바로 아래 봉우리에서 굿을 하였다 한다. 또 굿을 할 때에는 반드시 모旄라는 기旗을 꽂고 반드시 춤을 추었다. 이 모를 꽂는 풍속이 지금도 남아 있다. 바로 굿을 할 때 무당들이 떡시루에 서리화를 꽂는 것이다.
<단서대강 삼황개국기檀書大綱 三皇開國紀/이고선 > 에 「한인천제는 11월인 子月을 상달로 삼고, 太白의 天帝이신 삼신상제가 내려오시는 곳에 신단을 쌓고, 天神을 주인으로 모시고 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이 9천여 년 전에 굿을 하였다는 문헌상 최초의 기록이 된다. 한인천제가 천제를 지낸 신단인 천제단天祭壇은 바로 삼신三神을 의미하고, 삼신의 사상을 담고 있는 원방각圓方角을 함축하는 최초의 신단神壇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태백산과 마니산의 천제단, 그리고 원구단과 방구단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한인천제는 한국桓國의 천제로서 최초로 하늘에 제사 지냈다. 이때가 11월 이었고, 우리 선조가 나라를 세우며 지낸 첫 천제가 바로 동지마지굿이다.
동지 때는 해가 짧아졌다 다시 길어지는 달로, 해가 다시 길어지는 동짓날을 새해 첫날로 삼았다. 이런 관계로 동짓달을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새해 첫 달이 열리는 달로 여겼다.
그래서 이 동짓날에 천제를 드리고 마지 굿을 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낮은 태양으로 양(陽)을, 밤은 달로 음(陰)으로 인식한 음양 관에 의해 동지는 음(陰)이 극에 도달한 날이지만 이후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여 양(陽)의 기운이 싹트는, 다시 말하면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받아들였다.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날을 아세(亞歲) 즉 작은 설날로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조상들이 동지 날을 새해 첫날이라고 삼았듯이 동지 날 해맞이를 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동짓날 팥죽을 끓여 집안에 뿌리며 액을 물리친다. 즉 다가오는 새해에도 집안의 평안과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그리고 팥죽을 먹으며 그 속에 든 새알심도 함께 먹는다. 동지 팥죽에 새알심을 넣어 먹는 것 이유는 금문학회에서는 염제 신농의 자손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염제(炎帝)는 불의 임금, 해임금, 밝은 임금이란 뜻이다. 즉 우리는 태양족이며 염제의 후손들이며‘불의 씨’, ‘불의 알’들이다. 우리가 무심코 말하는‘부랄, 불알’이라는 말이 바로 염제 신농의 후손이라는 말이다. 염제는 남쪽을 뜻하며 남쪽을 대표하는 동물은 봉황을 닮은 주작(朱雀)이다.
즉 새알심은 동이족 중에서도 새족(鳥族)이라는 뜻으로 새알심을 먹는다고 한다. 이런 연휴에서 고구려의 주몽, 신라의 박혁거세, 가야의 김수로왕 등 모든 건국신화가 알에서부터 시작하는 난생설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곡식의 알이든, 남자의 성기 알이든, 새의 알이든, 알은 생명탄생의 전(前)과정이다.
이것은 풍요의 의미도 있지만 동지가 바로 새알과 같이 죽었든 해가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에서 팥죽에 새알심을 넣어 먹음으로서 우리가 한 살을 더 먹는 것이 아닌가 한다.
태양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태양은 밝음, 광명 그 자체다. 또한 태양은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밝게 하는 원천이요, 온갖 생명의 에너지원으로 생명의 근원이다. 바로 이런 의미를 가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나는 날로서, 부활하는 날로 믿었던 데서 동지절의 기원이 비롯되었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 이였다.
따라서 우리 불자들은 이 날을 ‘어둠을 몰아내는 날’로 삼자는 것이다. 물론 동짓날에 몰아내자는 어둠은 ‘낮과 밤의 어둠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의 어둠,’ 즉 무명심(無明心)을 뜻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발견하신 진리를 십이연기(十二緣起)로 표현하는데 십이연기의 첫째가 바로 무명(無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