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홈스쿨링 : 작가 체험
그룹 홈스쿨링하는 아이들과 산책하다 바라본 내촌천변 풍경
완연한 가을이다. 전에도 가끔 그룹 홈스쿨링하는 아이들과 함께 주말에 산책 또는 자연체험을 하곤 했다. 그 때마다 나무나 풀 이름 알기나 쓰임새 등을 이야기하곤 했지만 그룹 홈스쿨링하는 아이들은 귓등으로 흘려듣곤 하는 듯 했다. 당연히 알려주는 재미도 없는지라 흐지부지되곤 했다. 때로는 묵언수행을 옵션으로 하여 오감을 자연을 향해 열어두도록 해봤지만 이 또한 묵언수행과 겉으로만 유사한 유체이탈 신공을 구사해서 빠져나갔다.
교육은 '상구보리(上求菩提-스스로 깨달음을 추구) 하화중생(下化衆生-우매한 타인을 교화) 또는 이 과정을 통해 현품상승(지금 단계를 뛰어넘음)하여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데이비드 호킨스박사는 자신의 저서 '의식혁명'에서 인간의 의식수준은 엄청난 인생의 대전환, 대혁명이 있지 않는 한 거의 그 상태 그대로라고 한다. 하니 어찌 쉬울 리 있겠는가?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이 우매한(!) 중생을 이끌고 가야지.
그래서 이번 자연체험 방식을 바꿨다. 철벽요새같이 굳건한(!) 아이들의 잠자는 의식을 흔들어 깨워 감성을 사용케 하는거다. 묵언수행하면서 오감을 열어놓고 모든 걸 감지해라. 그리고 돌아와서 자신이 느낀 것을 시나 관찰일지 또는 그림으로 표현하라.
우리 경험에서 우러나온 프로그램이다. 얼마전에 책쓰기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헌데.... 고통스러운 글쓰기가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공부 부족, 관찰 부족, 성찰 부족, 성실 부족을 뼈저리게 느꼈을 뿐이다. 어쩌겠는가? 부족한 걸 채워야지. 우리 아이들도 작가 체험을 통해 부족함을 느끼고 채워감이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라는 걸 느끼기를 바란다.
오메~ 산에도 벌써 단풍 들었네~
묵언수행 중 오감으로 자연 느끼기를 하며 걷는다.
물수제비 뜨는 아이들
물수제비 뜨기에 딱 좋은 자리. 이제 신공으로 완성한 아이도 있고, 나란히 서서 던지지만 난데없이 옆 사람 얼굴에 던지지는 않을까 불안하게 하는 아이도 있다. 태어나서 돌팔매질이나 공던지기 한번 안해봤음직한 동작이다.
던지는 방법을 전수했다. 두세번 시키는대로 따라 하더니 이내 그만둔다. 소리를 버럭 질렀다. 몇 번에 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고. 제대로 던질 수 있을 때까지 던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러려면 얼마나 던져봐야 하겠냐고. 이삼십번 연습하더니 돌맹이를 쥐는 손을 바꾼다. 응? 가만히 지켜보니 바꾼 쪽이 약간이지만 낫다. 헐~ 그럼 이제까지 본인도 잘 던질 수 있는 손이 왼손인지 오른손인지 몰랐다?
수십번 던지니 어깨와 팔은 제법 쓴다. 멀리 던지기에 필요한 손목 이용법과 돌맹이 파지법은 나중에 가르치기로 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걸 배우다 주화입마에 들라.
그룹홈스쿨링하는 아이들이 완성한 작품들.
아이들의 작품을 보니 다시 의욕이 샘솟는다. 아하~!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관계를 맺을 줄 아는구나, 공감 내지는 감정이입도 되는구나~. 우선 작품이 꾸밈없이 솔직해서 좋았다. 아이들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나뭇잎을 소재로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불안해 하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마음에 공감이 되었고,
지금 이 순간의 갈등에 붙잡혀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었고,
시간의 아쉬움을 진하게 느끼는 마음에 함께 안타까웠고,
오감으로 느낀 것을 표현한 관찰일지에서도 희망을 봤고,
많이 부족한 듯 싶어도 가장 어린 나이에 체험한 것을 표현해내는 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습관, 느끼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겠다.
갈아입기 - 서형원
더움만 있었던 여름이 가고
시원함을 동반한 가을이 온다. 이에 맞춰서 나뭇잎들도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초록 옷만 입었던 잎들은 빨간 옷을 입기 시작하고 빨강을 싫어하던 잎들은 노란 옷을 고른다. 알록달록 알록달록
다른 색을 좋아하는 잎이 한 나무에 있으면 어떡하지? 아! 두 옷을 모두 입이면 되구나! 알록달록 알록달록
아직 옷을 고르지 못한 잎들은 초록 옷을 입고 있다. 눈치보며 서둘러서 고르는데 먼저 옷을 고른 잎들이 말린다.
천천히 해, 괜찮아. 알록달록하니 더 아름답게 보이니까. |
고뇌 - 권순민
어느 화창한 가을 오후 산책을 갔었지 자기가 아는 것,관심있는 것만 보인다고 내게 기억나는 것은... 개,줄콩,옥수수,깻대 밖에 없네 방법은 딱 한가지 영원히 좁은 관점으로 살아가던가 공부를 하여 나의 세계를 넓히던가 아 자연 공부를 하긴 싫고 좁은 관점으로 살아가긴 더 싫네 아 아 아 이를 어찌 해야하나 이것 참 고뇌로다
하지만 이 보다 더 고뇌인것 하나 과연 이 시로 빡구를 면할 수 있을까?
|
물들어... - 김유지
길을 가다 문뜩 주변을 쳐다봅니다. 여름에 송글송글 맺혔던 호박이 다 사라지고 잎이 바싹 말라 가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 문뜩 주변을 쳐다봅니다. 색시가 빨간 연지 곤지를 찍는 것처럼 단풍이 빨갛게 빨갛게 물들고 있어요.
우리도 한해에 점점 정이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젠 정들었던 한해를 떠나 보낼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
(관찰일지) 풍경과 느낌 - 최은성
아스팔트위를 걸을 때는 평평한 느낌이 들었다. 반대로 비포장길을 걸을 떄는 울퉁불퉁한 느낌이 들었다. 산을 보니 일부분이 붉은색, 노란색이 물들었어 가을이 되가는 느낌이 들었다. 햇빛아래서 오랫동안 걸어 더웠는데 푸르고 청록색인 강을 보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 풍경을 보면서 걷고 숨을 크게 들이 마셨는데 상쾌했다. 참새들이 짹짹 거렸는데 꼭 아이들이 수다를 떠는 것처럼 들렸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서 풍경을 감상을 하는데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매연을 뿜어 상쾌한 느낌의 분위기를 망쳤었다. 강반대편에 버려져있는 쓰레기들을 봤는데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은 놀기만 할 줄 알지 놀고 쓰레기 같은 것들을 정리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걷고 땀이 많이 나서 그런지 입이 바짝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땀이 많이 나서 찝찝했는데 산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주변 밭을 보니 작물이 다 마른 것도 있었고 익어가는 작물도 있었다. 가을이 선선하면서도 따뜻해서 좋다.ㅎㅎ |
첫댓글 작가체험 프로그램 정말 좋은 것 같아요~사실..항상 산책을 가더라도 아저씨말씀을 흘려들을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묵언하면서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고 느낀걸 글로 쓰니 갑자기 사람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어요^^
그냥 산책을 가더라도 주변 풍경을 보면서 가야겠고 다음에는 관찰일지를 써보겠어요 ㅎ
이번 작가 체험을 통해서 관찰을 할려는 마음...? 자아성찰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자신이 느끼고 본 것을 표현하고나니 마음이 뭔가 개운한 느낌도 들었어요~
앞으로의 체험활동들도 매우 기대됩니다^^
이번 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주변을 관찰해서 좋았어요.
다음번에는 그냥 눈으로 관찰하는 것보다는 저와 연결시키면서 보겠습니다.ㅎ
다음에 산책을 갈땐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도록 자연공부와 함께 지리적 사고를 해보겠어요!
화사한 꽃과 붉게 물든 단풍이 집안으로 들어왔네요. 아이 예뻐라 ~
아이들에게 자연 체험을 통해서 가을을 보고 느끼고 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셨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