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 해 연안을 초토화한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Irma)’가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남부 플로리다(州)주에 상륙했다. 11일 ‘뉴욕타임즈’, ‘BBC’ 등 주요 언론들은 ‘어마’가 플로리다 서부연안을 192km/h의 풍속으로 강타했다고 전했다.
연안에서 2.5km 떨어진 마르코 섬의 한 주민은 “한때 파도가 4.6m까지 상승해 큰 해일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육지의 한 시민은 “거대한 폭풍이 몰려와 대피하고 있는 건물 창문 밖에서 마치 토네이도와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 주 2500만 가구가 정전됐으며, 도시 일부는 급수가 중단됐다. 미국 정부는 현재 640만 명의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린 상태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허리케인을 ‘빅 몬스터(big monster)’라 칭하고, 곧 플로리다로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허리케인 ‘어마’가 카리브 해 연안을 초토화한 후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 상륙해 연안을 초토화하고 있다. 사진은 NASA가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허리케인 ‘어마’의 모습. ⓒNASA
사상 최고 풍속, 사상 최저 기압 기록
이번 허리케인 ‘어마’는 카리브 해를 지나면서 최고 단계인 5등급까지 커졌다가 쿠바를 거치며 한때 3등급까지 약해졌다. 그러다 플로리다 남쪽 바다를 거치면서 다시 4등급으로 강력해졌고, 해안에 상륙했을 때는 3등급으로 약화됐다.
3등급은 풍속이 178~208km/h인 것을 말한다. 어마는 192km/h의 풍속을 찍고 있는데 3~5등급까지는 여전히 위기 상황을 나타내는 범주에 속한다. 두려운 것은 비와 바람을 동반해 육지로 몰려온 거대한 구름이다. 직경만 640km에 달한 것으로 측정되고 있다.
11일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이번 허리케인과 관련, 3가지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고 당부했다. 첫 번째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번 ‘어마’가 허리케인 사상 가장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어마’는 연일 기록을 경신할 만큼 강력함을 과시하고 있다. 국립허리케인센터의 기상과학자 에릭 블레이크(Eric Blake)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허리케인이 수십 년간 허리케인을 연구해온 자신을 놀라게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허리케인의 눈 중심부 최고 풍속이 297.7km에 달했다. 현재 서부 해안을 따라 25.7km/h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는데, 지역에 따라 돌풍의 속도가 337.9km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 이에 따라 해안가에는 높이 5m를 넘나드는 해일성 파도가 발생했다.
콜로라도 대학의 기상학자 필립 클로츠바흐(Philip Klotzbach) 교수는 “인공위성 관측이 시작된 50년간의 관측 사상 역대 어떤 열대성 저기압도 65시간 연속적으로 297.7km/h의 강풍을 동반한 경우는 없었다”며 놀라움을 표명했다.
이번 ‘어마’는 또한 사상최저의 저기압을 기록하고 있다. 914 밀리바를 기록했는데 역대 관측 사상 가장 낮은 저기압이다. 이 낮은 저기압으로 인해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소용돌이치게 만들고 더 강력한 허리케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이 ‘어마’ 발생의 원인
강력한 허리케인 ‘어마’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더 심각해진 기후변화가 ‘어마’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뜻해진 해수면 온도가 강력한 허리케인을 유발한다는 것.
인간이 상승시킨 온도의 약 90%를 해수면에서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 미 항공우주국(NASA)의 분석 결과다. 높아진 해수면 온도는 이전보다 더 많은 수증기를 대기 속으로 밀어낸다. 결과적으로 높은 강우량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어마’는 플로리다 주에 50.8cm의 강우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홍수는 물론 심각한 산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강한 비구름에 더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해수면 상승 역시 피해를 부추기고 있다.
미 지구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Geophysical Research Letters)’는 최근 플로리다 주 앞 바다가 그린랜드와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다른 해역과 비교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게재했다.
측정 결과 플로리다 앞 바다 해수면이 세계 평균보다 52% 더 빠른 속도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대 지구과학자 이자벨라 벨리코그나(Isabella Velicogna) 교수는 “빙하의 해빙 속도가 빨라지면서 허리케인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앞으로 더 강력한 허리케인 발생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연구를 진행해왔다. ‘슈퍼 허리케인 시대’ 도래를 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더 강력한 허리케인 발생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예측이 가능할 정도의 연구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세 번째 주목할 사실로 부실한 연구 환경을 지목했다. 미국립해양대기청(NOAA)의 톰 넛슨(Tom Knutson)은 “지금 상황에서 이런 변화를 정확히 감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해수면 온도 조차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는 것. “‘어마’와 같은 허리케인이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이처럼 심각한 지구환경을 실제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모델 역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허리케인 사례, 최근 해수면 온도, 해수면 상승 등 여러 가지 요인을 종합해 오는 2050년까지 허리케인 위력이 어느 정도 강해질지 예측하고 있지만 예측 결과에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허리케인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많은 자료가 누락돼 있는데다 정확도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위성으로 기상을 관측한지 불과 50년 정도에 불과해 컴퓨터 예측만 가지고는 미래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