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우리 국민이 2000년 넘게 사용해온 바다 이름이다. 또 애국가의 첫 소절에 등장할 정도로 한민족에게 각별한 바다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6%를 차지하는 동해는 운송 항로 중 미주대륙으로 가는 최단거리 해운 항로를 거친다. 우수한 입지 여건과 풍부한 관광자원 등 무한한 잠재력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수산자원보호구역 등 각종 토지 이용 규제, 기반 시설의 부족 등으로 지역 발전 계획을 추진하는 데 제약이 있었지만 최근 동해를 두고 지자체 간 움직임이 활발하다. 포항시는 영일만항의 국제무역항 활성화로 지역 경제 발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울진군은 오산항을 해양레저와 해양연구 등의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21일 경상북도·울산광역시·강원도가 공동으로 입안한 ‘동해안권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을 결정고시했다.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특별법’에 근거한 ‘동해안권 발전종합계획’은 울산·경북·강원의 해안선에 연접한 15개 시·군·구(9185㎢)를 대상으로 오는 2020년까지 24조1891억 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이러한 국가산업의 발전을 위해 365일 똑같이 국가안보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며 동해안을 지키는 부대들이 있다.
새벽 구보에 나선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도구해안을 가로 지르고 있다. 한재호 기자 |
매일 뜨는 태양처럼 한결같이…
경북 포항 , 해병대 1사단
지난 21일 아침, 한반도 동쪽 끄트머리 바닷가 경북 포항. 동이 막 트기 시작한 수평선 너머로 힘차게 태양이 떠올랐다. 이날은 일본을 지나가는 태풍의 간접피해로 강풍과 함께 너울성 파도가 높게 일며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나들었다. 해병대1사단 해안경계부대 장병 10명은 강풍에 맞서며 매서운 눈으로 포항시 흥해읍 해안일대에서 밤새 적이 침투한 흔적이 있는지 해안선 곳곳의 부유물을 샅샅이 수색하면서 정찰임무를 수행했다.
매복 조장 허인범 하사는 “포항 해안경계의 임무를 맡은 해병대원으로서 ‘오늘도 적은 반드시 우리 지역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며 반드시 우리 국민은 제 손으로 지키겠다”고 결의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해병대원의 든든한 발걸음이 모래사장에 도장처럼 찍혔다. 아침과 밤, 한결같이 동해안을 사수하는 이들이 다녀간 굳건한 의지의 흔적이다.
사단은 해병대교육훈련단을 비롯해 해군6항공전단, 해병대군수단 등 다수의 부대가 위치한 포항특정경비지역사령부 내 침투 및 국지도발 대비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서북도서 증원, 신속기동부대·대응부대 등도 운용하고 있다. 또한 해외파병, 재해재난 복구 지원 등의 임무를 맡고 있으며, 전시에는 상륙작전 및 지상작전을 수행한다. 아울러 포스코를 비롯한 월성원전 등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방호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군 유일의 상륙작전 전담부대인 사단은 연합상륙작전 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해외연합훈련 등 다양한 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부대는 평상시 농번기 대민지원, 환경정화, 의료 대민지원 등 다양한 대민지원 활동을 펼친다. 특히 이달 초 울릉도 지역에서 400㎜가 넘는 폭우로 피해가 발생하자 신속기동부대 장병 100여 명을 파견해 피해복구를 지원한 바 있다.
하루의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경북 울진, 육군50사단
‘한울원전은 우리가 방호한다!’
육군50사단 해룡연대 원전중대가 지난 22일 오후 경북 울진군 한울원자력발전소에서 한울원전 청원경찰 기동타격대와 함께 테러 및 적 침투 상황을 대비한 통합상황조치 훈련을 실전과 같이 진행했다.
그동안 매주 1회 진행돼온 훈련은 지난 3월 22일 벨기에 수도인 브뤼셀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한 이후 매일 진행되고 있다. 또한 부대는 최근 경주 등 경북지역에 발생한 지진에 대비한 대응훈련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한울원전은 지난해 국내 원자력 총발전량 31.6%(1648억 kwh)의 9.5%(495억 kwh)를 차지한 우리나라 최대 발전단지다. 1988년 1호기 운영을 시작한 이후 현재 6호기가 가동되고 있다. 2018년·2019년 준공을 목표로 신한울 1·2호기가 건설되고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중 최북단에 위치해 적 도발 가능성이 가장 큰 한울원전은 철통 같은 경계와 민·관·군·경이 통합된 시설방호 체계 구축 등 다양한 훈련을 통해 지난해 통합방위태세 분야에서 대통령 단체표창을 수상했다.
국가중요시설을 방호하고 있는 연대는 경북 울진·영덕·청송·영양 등 책임지역 해안선의 길이가 총 173㎞에 달하는 해안선을 담당, 24시간 살아 있는 해안경계로 적 침투 및 도발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울진대대 고포소초에서 초소 경계근무를 하고 있는 성정민 일병은 “사랑하는 부모님과 여자친구를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동해안 철통경계 1번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열정을 다해 임무수행을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대의 산업단지를 품은 울산광역시의 펼쳐진 화려한 야경 너머 해발 300m 고지, 야간 대공방어 훈련에 나선 공군 8146부대 장병의 모습이 달빛에 빛나고 있다. 한재호 기자 |
오늘을 마무리…또 내일을 위하여
울산광역시, 공군8146부대
지난 23일 어스름이 지는 저녁,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공군8146부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발고도 300m에 있는 부대는 자동차·조선해양·석유화학산업 등 대규모 공장이 밀집한 국가산업단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울산에는 온산국가산업단지와 울산용연공업단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등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며 국내 굴지의 기업인 현대자동차, 현대미포조선 등도 있다. 이들을 기반으로 울산은 한 해 수출 1000억 달러가 넘는 인구 120만 명의 자족도시로 성장했다.
부대는 울산권 내 주요 산업시설에 대한 중·저고도 대공방어를 담당하고 있다. 지속적인 훈련과 대비태세로 주요 방어지역에 대해 빈틈없는 방공망을 형성하고 있다.
어둠이 깔리자 성냥갑처럼 세워진 대규모 공장이 서서히 불을 밝혔다. 단거리유도무기운용병 변기석 병장과 문효건 일병이 울산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작전지역에서 휴대용 대공유도무기 신궁을 이용해 가상의 적기 출연 상황을 가정한 야간 대공방어 훈련을 실전처럼 진행했다.
깜깜해진 저녁, 누군가 어둠 속에서 하나둘 불을 밝히듯 대한민국은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을 모아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 또 다가올 내일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우리 장병들은 묵묵히 하늘·바다·땅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빈틈없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있다.